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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적 믿음, 미시적 음미

내 미래를 만들어 갈 두 기둥

by 하리하리

어제는 오전 내내 그렇게 비가 퍼붓더니 오늘 오전에는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었습니다. 맑은 하늘을 봐서 좋은 것은 잠시뿐이었습니다. 기상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온몸에 땀이 흐르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는 것이 여름임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1시간을 방바닥에서 뒤척이다가 겨우겨우 문 밖을 나섰습니다. 역시 나오면 좋다고 카페에 앉아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브런치를 쓰니 게으름을 이겨 낸 제 자신이 뿌듯했습니다.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절대로 브런치를 놓지 않을 것을 구독자 여러분들께 약속 드리며 오늘의 글을 시작합니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교육 대학원에 다니시면서 대입 수시 컨설팅을 진행하시는 분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취업 컨설팅이나 관련 자기 소개서만 쓰는 거 아니냐고 하실 수 있을 텐데요. 저도 먹고 살아야죠... 물론 9월 이후에 관련 매출을 많이 올릴 수 있다는 기대와 자신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실상의 비수기인 7-8월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손가락만 빨 수는 없으니까요(ㅋㅋ) 자기소개서란 것이 세대에 상관없이 자신을 관찰하고 그 생각을 글로 풀어 내는 것인만큼 관통하는 맥락은 비슷하다고 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 선생님도 동의해 주셨기에 이번 미팅이 성사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선생님과의 미팅 내용을 얘기하려는 건 아니구요...


선생님과 자주 본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잘 통하는 건 자기 소개서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같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그런 사고 과정을 녹여내는 것이 자기 소개서라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취준생에 비해 고등학생들은 아직 공력이 부족하다 보니 그런 틀을 잡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뿐이라고 말했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취준생들 역시 취업이란 단기적 목표에 매몰되어 그런 철학적 고민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한창 했습니다. 한창 얘기꽃을 피우다가 이 선생님이 뭔가 생각나신 게 있는 듯 갑자기 저에게 이 말을 아느냐고 여쭤 보셨습니다. 그건 바로 소크라테스의 명언이었는데요.


음미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


여기서 음미라 함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자기 삶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질문하고 문제 제기할 줄 아는 사람이 현 시대에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입식 교육의 영향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이렇게 음미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드뭅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취준생이나 고등학생들을 디스하다가 나는 과연 이렇게 내 삶을 음미하고 있는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크라테스 음미.jpg 자기 삶을 음미해 봤고, 기꺼이 독배를 마시겠다고 한 소크라테스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삶을 음미한다는 것이 질문을 던지는 거라고 했지만, 저는 철저히 국어사전에 근거해 이 의미를 세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음미의 뜻을 찾아 보면 2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 "사물의 속 내용을 새겨서 맛 보는 것"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물이란 단어 뜻 역시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개인이 사사로이 소유하는 물건, 사유물"이라고 하네요? 내 삶 역시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이기 때문에 사유물, 즉 사물이라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삶을 음미한다는 것은 내 삶의 속 내용(진의)를 내 안에 새겨 보고 의미를 찾아본다고 해석 가능합니다.


제 삶을 가로지르는 키워드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4수, 역전의 신, 미리내 운동, LG 그리고 퇴사. 이 정도로 꼽을 수 있습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하기 힘든 결정을 굉장히 쉽게 - 다른 이들이 볼 땐 우발적이라고 여길 정도로 - 해 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변화무쌍한 제 삶의 흔적들이 하나의 스토리가 없다고 보면 또 그렇지 않습니다. 그 키워드는

도전

입니다.


제 가슴을 설레게 하고,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고, 그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삶의 궤적을 밟아 왔던 것 같습니다. 도전이 별 거겠습니까? 요런 게 도전이지. 하지만 퇴사란 도전은 그간의 도전과는 결이 다릅니다. 32살이란 나이에 한 선택, 남들은 결혼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나이에 그간 쌓아 왔던 자산을 완전히 버리고 어찌 보면 빈털터리 상태에서 하는 시작! 제 재능만 믿고 하는 어찌 보면 무모한 선택. 퇴사 이후 제 삶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전체 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겁니다.


사실 저는 퇴사를 할 정도로 여유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그러나 제 인생 마지막이라 불릴 만한 도전을 가능케 하는 것은 저에 대한 굳은 '믿음'입니다. 나는 된다! 그러나 이 믿음 속에서도 제가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돌아보는 음미 역시 병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행 착오를 최소화하고 성공의 열매를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여전히 저를 믿고 지켜봐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저는 지쳐서는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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