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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의 역설

벌긴 버는데 왜 난 가난할까?

by 하리하리

어제 친한 동생이 먼 타지인 덴마크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유인즉슨 이번 주 금요일에 돈 갚을 테니 급하게 얼마만 부쳐 달란 거였습니다. 인턴 월급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다행히 퇴직 이후 퇴직금을 일시로 받고 통장에 잔고가 아직 넉넉히 있던 저는 주는 것도 아니고 흔쾌히 돈을 빌려 주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었지만 말이죠. 그러다가 불현듯 1년 전쯤 생각이 났습니다.


좋아하는 가게 사장님께서 급하게 5백 만원만 빌려 달라고 하신 겁니다(물론 금액 자체가 과하게 크기도 했습니다..) 평소 흠모해 마지않던 분이었기 때문에 만일 제가 돈이 있었다면 빌려 드렸을 겁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잔액이 없어 죄송하다고 말하고 돈을 빌려 드리지 못했습니다. 분명 그 때 저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지금은 회사에 다니지 않는데 왜 지금 통장에 잔고가 많을까 하는 하잘것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그것은 바로 월급이 갖고 있는 역설적 의미 때문입니다. 오늘 글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대개 직장인들은 매달 25일에 월급을 받습니다. 월급을 받자마자 우리의 기분은 날아오를 듯이 좋습니다. 저도 회사 다닐 때, 25일 아침 8시에 잔고가 3백 만원에 육박한 그 순간은 매우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몇 달 정도만 유효할 뿐 이후엔 그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바빴습니다. 출근 시간에 허덕여 출근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일하기 시작하고 쳇바퀴처럼 굴러 가는 삶 속에서 잔고 확인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다만 저에게 월급은 주말에 소비란 마약을 흡입할 수 있게 허락해 주는 원천이었습니다. 일하고 집에 가서 자기 바빴던 평일은 회사원에게 없는 날과도 같았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하여 야근을 원천 봉쇄하고, 저녁을 확보한 회사원들이 학원이나 운동 등 자기 계발을 한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생각합니다. 과연 모든 회사원들이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사회가 변해 회사원들이 자기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고는 하지만, 저에게 회사원은 여전히 여유 없이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직장에 투자한 나의 에너지와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월급이란 열매를 얻습니다. 이 열매는 매달 직장을 다니는 사람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대가입니다. 이 열매가 익숙해지면 사람은 착각에 빠집니다. 저도 그랬어요.


내가 어떤 개지랄을 해도 월급은 언제나 나오는구나.


이런 생각이 머리에 박히는 순간, 사람은 나태해지는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회사를 나오고 싶어하지만 나오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에 회사가 주는 안정감 외에 월급이 주는 안정감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월급의 마력은 어마어마하죠. 우리가 소비를 하더라도 아, 이 때쯤 얼마의 월급이 들어오니까. 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최고의 작품 중 하나가 있죠. 바로 '할부'!!


박재범 할부.jpg 출처: MBC 라디오스타


할부가 길어지다 보면 자신의 소비 계획에 할부 금액을 제하고 소비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 같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참고로 월급이 없는 지금의 저도 할부금이 아직 빠져 나가고 있습니다. 차량이나 정수기 등등..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을 받을 때에는 이런 할부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요즘엔 이런 금액 하나하나가 아프게 다가옵니다.




이렇게 회사를 다니기 전후의 소비 생활에 대한 글을 쓰면 저를 잘 아는 지인들은 분명 말할 겁니다. 너도 그렇게 못하면서 소비를 주제로 글을 쓰냐고! (크크) 맞아요. 사실 저도 소비 생활이 무계획적인 편이에요. 그러면서 부자가 되고 싶기도 합니다(욕심쟁이, 우후훗!) 제 소비 생활을 바꾸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엄마, 미안...) 왜냐하면 저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 하는 일들 - 작가, BJ, 강사 - 이 세 가지를 통해 저라는 사람의 브랜드를 한껏 끌어올려 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배정받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서 커피 한 잔 사 먹는 것도 지금 당장 고민하기보다는 먹고 싶은 커피를 사 먹고 그 커피향을 자양분삼아 여러분께 좋은 글을 써 드리는 하리하리가 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의 저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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