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이건 나의 반성문
연애도 아닌, 그렇다고 썸이라고 하기엔 너무 케케묵은 관계가 하나 끝났다.
그 사람에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 사람의 전(前) 연인이 줬던 감동을 그대로, 아니 더 안겨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감동은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실 이미 이 싸움을 시작하면서 대강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내가 그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 자리를 갖고 싶었다. 그녀의 존재가 나에게 이전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싱그러움을 안겨줬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그녀에게 기대만큼의 감동을 주지 못했고, 지지부진한 관계 속에서 내가 그녀의 손을 놓았다. 내가 지친 거였다.
주변에서는 할 만큼 했다고 한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아니 사실은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내게 경종을 울려준 게 며칠 전 찾아간 신점을 봐 주시는 분이었다. 사실은 나도 비겁했던 거라고, 그냥 하면 되는데, 왜 주저했던 건지 그녀에게 빙의해서 나를 혼낸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나니 지난날, 과하게 그녀의 눈치를 살폈던 내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그렇다고 시간을 돌릴 수는 없는 노릇. 끝난 건 이미 끝난 거다. 다시 돌리기 어렵고, 그럴 만한 관계도 아님을 이제는 잘 안다. 서로가 서로에게 연(緣)이 아니었던 거다.
뒤늦은 사회화
요새 인연, 사랑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한다. 지금껏 내가 했던 연애들을 돌아봤다. 감사하게도 연애를 엄청 오래 쉬거나 그러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게 역설적으로 내게 필요한 사람, 나와 잘 맞는 사람에 대한 정의를스스로 내리지 않은 채 맹렬하게 상대를 원하기만 해 왔던 나로서 살아왔던 과거를 만들었다. 그냥 누군가가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내 옆에 오래 있도록 만들고, 그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자부심과 만족감, 행복감을 갖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이게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것이 어느 순간 아니란 걸 알았다. 그러면, 대안을 알아야 하는데, 아직 그 대안을 못 찾았다. 그래서 아직 혼란스럽다.
그냥 지금의 내 나이가 알게 모르게 주는 압박감도 나를 옥죄나 보다. 그렇다고 해서 떠밀리듯이 선택하기도 싫고, 사실 그렇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인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에게 신점을 보시는 분께서 멀쩡해서 자존감이 왜 이렇게 낮냐고 안타까워해 주셨다(사실 며칠 지나서 생각해 보니 꼭 용해서 그걸 짚어준 게 아니라 그냥 누구든지 아는 내용 같았다). 그래서 조금씩 불편함과 마주해 보려 한다.
1) 사람의 눈을 무조건 보고 대화하기
2) 일을 할 때도 소득이 나오지 않아도 투자하기
3) 내 불안의 뿌리가 됐던 근원적인 문제 해결하기
스스로가 변화를 하고, 그 변화가 내게 전보다 더 의미있는 성공을 가져다준다면(아니, 그 성공을 바라는 마음도 버려야 할 것 같다) 지금보다 좀 더 나의 자존감이 단단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