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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조차 쓰기 조심스러운 글

뭔가 진짜로 내 주변의 이야기 같았던 이번 사고

by 하리하리

1주일이 지났다. 시간은 하염없이 지났다. 정말 야속할 정도로.

사실 이번 일은 나에게 마음에 꽤 깊은 균열을 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미뤄왔다. 날이 갑자기 추워지며 따뜻한 화요가 생각나 온 단골 혼술집에 앉았고, 오늘은 꼭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기사 때문이었다.

정말 한동안 멍하니 이 글을 봤던 생각이 난다. 지금도 맘이 먹먹해서 술잔만 홀짝이게 된다.

그렇다. 딱 이번에 안타깝게 생을 달리한 분들 대부분이 내가 유선상으로, 유튜브로 소통하던 취업준비생 연령대의 분들이다. 나도 이 일을 전업으로 한 지 4년이 넘어가면서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약 10,000여명과 소통하며 자소서를 작업해 드렸던 것 같다. 이들과 울고 웃으며 그들에게 사원증을 선물해 주기 위해서 밤을 지샜고, 그들이 연차가 쌓여서 나에게 다시 찾아오면, 또 그들과 함께 새로운 회사로의 여정을 밟았다. 게다가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듣고, 그걸 기반으로 자소서를 작업해 주다 보니 한 명 한 명에게 정을 쏟았었다.


이 일을 한 지도 몇 년이 지나다 보니 약간의 의무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나에게 이번 사건은 다시 한 번 예전의 감정을 떠올리게 만들어 준 계기가 되었다.


#1.

이 일을 전업으로 시작한 2018년, 첫 시즌에 아프리카TV로 만났던 소중한 나의 구독자들 중 일부가 그 시즌에 취업에 성공해서 내 품을 떠나갔다. 하루에 3명이 삼성전자, 아시아나항공, 건강보험공단 이렇게 정말 좋은 기업에 취업을 하기도 했었다. 정말 기뻤는데, 한동안 우울감에 시달려야 했다. 이렇게 진심으로 소통하면서 좋은 결과까지 만들 수 있는 친구(라 쓰고 취준생/고객이라고 읽어야겠죠?)들이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에 한동안 우울했다. 그래서 언제나 텐션이 높았던 내가 한동안 일을 손에서 놨었다. 물론, 시즌이 누적되면서 나와 함께 하는 멋진 친구들이 쌓였고, 자연스럽게 그 감정은 사그라들게 되었다.


#2.

아프리카TV나 유튜브의 구독자가 한창 빠르게 늘 때, 뭔가 너무 감사했다. 구독을 누른다고 해서 금전적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고마운 그들에게 뭐라도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한 명 한 명에게 손편지를 써 줬다. 이것 역시 구독자 수가 점차 늘고, 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친구들이 늘면서 바빠지자 자연스레 중단하게 됐다.


요즘의 나는 스스로도 느끼지만, 기계다. 자소서 쓰는 기계다. 자소서를 의뢰하는 친구들에게 감정을 담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나도 살고, 나에게 소중한 돈을 쥐어주며 자소서 프로그램을 신청한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법인 걸 알아버렸다. 글이란 건 엄연히 주관적인 생각과 감정이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물인데, 그런 글을 기계로 찍어내듯이, 감정 없이 만들어가고 있었던 거다. 이런 나에게 간만에 이 업(業)의 시작점을 고민하게 만든 일이 닥친 것이다.


내가 많은 취준생들과 인터뷰를 하고 소통하며 느끼는 건데,

다들 진짜 너무너무 똑똑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가 지금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국민 개개인의 역량이 너무 뛰어나서가 아닐까 싶다. 다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감정 등을 외면하고서 너무 앞만 보고 달린다. 그들에게 각박한 세상 속에서 잠시나마 쉼터가 되어주고 싶은데, 나도 아직 내 마음의 공간이 아직 넓지 못하다. 그런데 충분한 공간이 없다면서 외면만 하다가 소중한 목숨들이 사라질 수도 있는 걸 보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든다. 왜냐면 나도 이제는 언제까지 애라고 하기에는 어른의 범주에 들어와 버렸으니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마지막으로 말해주고 싶다.





너희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너희는 잘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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