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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하리 May 19. 2018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걸어야만 한다

두려움으로 고개 숙이지 말고, 넓게 보고 당당히 가즈아~!

오늘 참 날씨가 좋았어요. 제가 효창공원에 사는데 공덕역까지 걸어가는 것이 취미 아닌 취미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주말이라서 그런지 더욱 많은 분들이 바깥 바람을 쐬시더라구요. 옷장의 반바지를 입고 거리를 걷는 데 더 이상 익숙하지 않은 화창한 봄날!

출처: 티스토리 바람국화님 / 제 똥폰으로는 이런 이쁜 질감이 안 나와서 ㅠㅠ

공덕역 경의선을 타고 서강대역에서 내렸어요. 신촌을 가야 했기 때문이죠. 서강대역에서 내리자마자 오늘 글의 영감을 준 귀여운 꼬마 숙녀를 만났어요. 자전거를 타던 그 아이는 누가 봐도 초보로 보였어요.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였고, 충분히 넘어지지 않을 수 있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처음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그런지 오들오들 떠는 게 멀리 있는 저에게까지 전달되더라구요. 그 아이의 뒤에서 어머니로 보이는 분의 외침이 들렸습니다.

땅 보면 안 돼! 앞에 봐!
출처: 조선일보 / 딱 이렇게 헬멧을 쓴 꼬마들의 자전거 도전!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두 발로 걷는 데 익숙해 왔습니다. 두발로 서는 건 안정감을 주죠. 그런데 둥그런 바퀴가 달린 자전거는 멈춰 있으면 옆으로 기울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두 발을 움직여 균형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바퀴 굴리기에만 집중하는 초보들은 그 과정에서 땅만 봅니다. 뭔가 바퀴가 굴러가는 모습을 봐야 마음이 편안해지나봐요. 음... 생각해 보면 저도 그랬던 거 같아요 :) 


우리가 자전거만 그런가요? 아니에요! 운전할 때도 그래요. 운전을 잘 하기 위해선 8차선 정도의 도로를 두루 살펴보고 차들이 내 앞에서 어떻게 다니는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하지만 운전을 처음하는 사람들은 운전대를 잡는 것 자체가 무서워서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려움이 우리의 시야를 좁게 만듭니다.

출처: 한겨레 / 물론 자율주행차가 생기면 우리의 운전에 대한 내재적 두려움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겁니다.

자전거를 타던, 운전을 하던 언제나 처음은 무서운 법이에요. 익숙하지 않은 행위는 예상이 가지 않잖아요. 이 행위를 한 걸로 인해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 지. 그러다 보니 무서운 거죠. 음... 제가 회사를 관둔 직후도 묘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퇴사란 결정은 우리에게 익숙함과 안정감, 소속감을 주는 회사 - 특히 전 LG란 대기업이었으니 더욱 큰 - 를 나와 제 재능만을 믿고 앞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거죠.


돈을 버는 것도 그렇습니다. 회사에 있으면 25일에 매달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지만, 이젠 매일 매일 조금씩이라도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마음 한 켠이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2년 여 간 회사원으로서 살 때와는 확연히 다른 환경인 거죠. 그 낯섬을 즐기던가, 아니면 그 낯섬을 익숙함으로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담금질 하던가. 퇴사란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걷는 제가 선택해야 할 방법인 것 같아요. 이 길의 끝에 뭐가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다행히 초반이라 재미있는 거 같아요. 예측불가의 상황들이.

더 재미있는 건 제가 넓은 미래를 보고 움직인단 거에요. 지금 당장은 매월 들어오는 돈이 없더라도 멀리 본다면 나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그 가치에 비례해 몸값이 높아질 터이니 이것을 꿈꾸며 퇴사한 저의 선택이 미래 지향적이라고 자평합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수단과 저의 애독자들이 있으니 난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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