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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식간을 연결해주는 웜홀

추억이라는 시간여행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우주와 같아서
나이가 들수록 빛보다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먼 거리를 한 번에 만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추억 이라는 #웜홀 이라고 해요.


저 역시도 그럼 웜홀이 있어요.
부모님과 캠핑갔다가 어릴 적 폭우 속에서 쓰러져가는 텐트를 등으로 받치고 라면을 끓여먹던 바닷가,
매년 똑같은 아빠의 핸드폰 컬러링 벨소리(노래는 다 따라부르고 있지만 아직도 제목은 모름)
엄마와 울면서 헤어졌던 인천 공항에서의 추억...(12시간 동안 울음이 멈추지 않아서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거의 초죽음이 됐었던...)
바다를 가거나, 캠핑온 가족들을 보거나,
아빠의 컬러링 노래와 같은 노래를 듣거나,
공항을 갈 때마다 그때의 생각이 떠올라
웃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는데요.


빠르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추억이라는 웜홀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어색함>이란 것들을 감수해야하는데, 그로 인해 우리는 언젠가 내 곁에 없을지 모를 부모님이 그리울 때면 함께 했던 추억의 웜홀을 통해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저희 엄마아빠는 어릴 적 저희에게 그런 추억을 선물해 주기 위해 정말 많이 애쓰셨다는 생각이들어요.
매년 매방학 때마다 그리고 성인이 되고나서도
빠짐없이 가족여행을 떠났고, 때론 계획없이 목적지도 없이 텐트 하나, 코펠 버너 하나, 신라면 몇 개 챙겨 떠나도 가족이 함께여서 무서울 게 없고 아쉬울 게 없이 즐거운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희 엄마는 늘 입버릇처럼 '우리가 합치면 다섯인데! 뭐가 무섭니? 우리 집이 아무리 힘들어도 다섯이 나가서 하물며 접시만 닦아도 못 벌어먹고 살겠니? 가족이 뭉치면 사는 거고! 흩어지면 죽는거야!' 하셨는데,
그 똘똘뭉침으로 아빠 부도로 힘들었던 가정 다시 다 일으켜 사업 안정화로 돌아서고
엄마는 아빠 힘든 시기에 생활비 한 번 안받고 엄마가 벌어서 자식 셋 학비 다 마련하고
언니는 시집 잘가서 엄마 곁에 살며 알뜰 살뜰 엄마 아빠 보살피며 효도하고
막내동생은 아직 어려서 철부지인줄만 알았는데 장학금 받고 대학 다니고 있네요.
요즘 세상에 정말 특이하리만큼 너무 화목하고 끈끈한 가족이라 어릴 때 제 친구들은 그런 게 샘나기도 하고 자기와 다르다는 생각에 절 멀리했다고 하기도 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제가 참 행복하고 다복한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의 딸로 태어난 게 정말 감사한 일이란 것도 깨닫게 됐고요.


벌써 아버지의 연세가 칠순이 넘으셨어요.
제겐 늘 하늘같은 아버지이시지만 한 해가 갈 수록 아빠의 줄어드는 어깨, 늘어나는 주름살, 흰머리가 더 눈에 띄네요.
엄마 아빠와의 추억쌓기는 이제 저뿐 아니라 저희 아들 하연이와도 함께 하고 있어요.
할머니를 너무 좋아해서 어제도 할머니랑 헤어질 때 대성통곡하는 아이를 보며 하연이도 역시 어릴 적 나처럼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됐네요.
만약 사랑을 받은 만큼 나눠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 커진다면 저도 하연이도 참 사랑이 많은 사람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부모님과의 추억의 웜홀을 만들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우린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바로 지금 실행해야해요.
좀 더 성공해서 보답해야지... 그런 거 말고
<지금>, 그리고 <함께> 당장 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망설이지 말고 전화를 돌려
부모님이 나와 함께 하고 싶은 일, 가고싶은 곳은 어디일지 바로 물어보세요.
어색함은 잠시, 좋아하는 엄마 아빠의 미소 담은 목소리를 듣는 여러분도 활짝 웃고 계실거예요^^
저도 곧 웜홀 만들러 갑니다~~~*^______^*

#친절한세인씨 의 #세인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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