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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드는 것이 즐겁다

서른 넷에 느끼는 감정들

10대 땐 남들보다 돋보이려 애썼고

20대 땐 남들보다 잘나가려 애썼고

30대 초반엔 남들에게 안 뒤쳐지려 애썼다.


특히 여자들의 세계에선 

주도권 싸움이 굉장했고

조금이라도 튀거나,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여자는 

무조건 경계하고 배척하는터에

십대, 이십대가 너무나 피곤했다.

그래서 그땐 여자 사람 친구를 사귀기가 참 힘들었다.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보이기 시작한 새로운 세계는 

내가 주류에서 밀려났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어주었고,

거기에 한 몫을 한 건 결혼이었다.

결혼 전 아무리 한창이었다한들

품절녀에 애까지 있는 아줌마가 

파릇한 이십대와 경쟁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상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말 그대로 목표나 의지가 아닌 희망사항이었다.


그리고

젊고 탱탱한데다 똑똑하기까지한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으려

아둥바둥대며 자리를 지켜내려는 

언니들의 쓸데없는 오기를 보며 

나도 저럴 때가 오겠지하고 내심 걱정을 했는데 내가 느끼는 지금의 3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오히려 지금의 주류들과 이제야 말로 편안한 친구같은 존재가 될 수 있어 너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예전엔 날을 세우고 나를 경쟁자라 보았던 사람들이 이젠 경쟁자에서 열외의 대상으로 보며 

인생의 선배로 봐 주거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친한 언니 쯤으로 여겨주며 경계를 풀어놓는다.


예전엔 여자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기 위해

좋은 구두에 가방에 옷을 차려입고

화장을 곱게 하고 나갔다면

이제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굽 낮은 운동화를 신고 가도 마음이 편안하다.


가끔 날이 선 경계의 마음이 느껴지고

쓸데없는 허세를 부리며 자기를 더 대단한 사람이라 포장하려고 애쓰는 잘나가는 여자들을 보면  '나도 그랬지.' 라는 생각에 슬쩍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그 사람의 그런 행동이 못나보이거나 재수없어보이는 게 아니라 아이같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전엔 틀어진 인간관계에 대한 회복이나 관리에 신경쓰며 예민했다면

이제는 내게 먼저 집중하고 관심을 보여주는 이들에게 더 집중한다.

관계란 것이 붙잡는다 되는 것도 둔다고 가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또 당연하다 여기던 소중한 것을 잃고나면 그제서야 그것이 소중하고 감사한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움 속에서 애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관계

노력이 아닌 그냥 존재자체로 좋은 그런 사람.

난 그런 사람, 그런 친구, 그런 언니동생이 되어주고 싶다. 



친절한세인씨의 세인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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