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속 그 모습

그때 너와 나


추억할 수 있는 사랑의 기억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나도 사랑하던 때가 있었지.'

'나도 그런 표정을 지었던 때가 있었지.'

'우리 그때 참 예뻤지.'


그땐 왜그리 앞뒤 안보고 용감했는지

무서운 것도 없고

쪽팔린 것도 없고

그냥 있는 그대로

나답게 마음껏 표현했는데

아쉽게도 어른이 되어갈수록

표현도 마음도 감추고 숨기는 게

더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젠 그래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종종 본의아니게 과거의 그의 소식을 보게 될 때가 있다.

나에게 눈을 반짝이면서 앞으로 꼭 그렇게 될거라며 이야기하던 그 사람의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는데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흘렀지만 결국 그 사람은 그 위치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지금은 잊혀진 사랑이지만,

한때 그의 열열한 응원단이었던 나였기에

결국 해낸 그의 꿈에 마냥 기뻤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내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금 같은 시대가 참 재미있기도 하다.


아마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이었을거다.

누군가의 첫사랑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첫키스 상대이기도 하고...

난 이런 사람이 될거야 두고봐!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가장 자신감이 넘쳤던 귀여운 아이였기도 하고...

누군가는 지금의 내 모습을 지켜보며 나같이 내가 가는 길을 응원하고 기뻐해주기도 하겠지...


하지만 이별은 늘 나빴다.

절반은 배신으로

절반은 내 낮은 자존감 때문에

헤어지자 먼저 말해도 늘 내가 차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별 후 슬픔을 온전히 걷어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늘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내일을 사는 척 하다가 점점 무뎌지다가 진짜 까먹고  내일을 살았다.


그런데 종종 영화에서 책에서 노랫말에서 내 얘기가 나오면 그냥 무심히 거칠게 덮어둬버렸던 감정들이 나도 모르게 마음 밭을 헤집고 나와 한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시간을 멈춰버린다.


보통은 새벽의 시간을 그렇게 혼자 보내는 편이다.

그리고 날이 밝아올 때 쯤 더이상 피곤함에 눈꺼풀이 내려앉아 잠들 수 없을 때 그때 꿈도 꾸지 않길 바라며 잠이 든다.

그리고 몇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나를 악착같이 깨우는 알람소리에 다시 몸을 일으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오늘을 산다.


몸살이 걸린 듯한 하루가 지나면

다음 날은 시키지않아도 저질체력 덕분에 기절하듯 잠이 들고 그다음 날이 되면 개운한 맘으로 다시 하루를 산다.


잠깐의 후유증 같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다.

그리고 나이가 드니 나쁜 기억은 다 잊게 되고 좋은 기억만 간직하게 되더라.

아마도 나를 위해서겠지.


오늘도 그런 날이다.

그때의 내가 보여서 그때의 우리가 보여서

좋고 행복하고 아프고 아린 그런 날.


그리고 혹시나 이 글을 본다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


'거봐! 내가 말했지?
 그렇게 될 거라고.
 정말 잘했어. 그리고 수고했어.'



https://youtu.be/tR9CZ0ffCuE

친절한세인씨의 세인생각

매거진의 이전글 IT'S SHOW TIM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