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하리(MATA HARI)

나의 첫 뮤지컬

by Blue paper

.2024.12.27(금) 19시 LG아트센터

뮤지컬의 감동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지금까지 뮤지컬은 나와는 다른 세계, 다른 무대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그 기분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중창단 하계 행사 일환으로 마련된 문화 체험 중 하나였다. 상반기에는 발레 공연을 보았다고 하는데, 이런 문화행사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야 처음 알았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단순한 감상보다는 배경지식을 알고 가는 것이 감동을 배가시킨다는 조언을 듣고, 미리 뮤지컬의 역사와 작품의 배경을 공부해 보았다.

마타하리는 실존 인물이었다. 1876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1917년 프랑스에서 생을 마감한 그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18세에 네덜란드 해군 장교와 결혼 후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겪고 결국 이혼했다. 이후 무용가로서 ‘마타하리’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는 말레이어로 ‘태양’ 또는 ‘새벽의 눈’을 뜻한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를 받아 총살을 당한 그녀의 삶이 뮤지컬의 주요 줄거리를 이룬다.

공연 당일, 조금 일찍 회사에서 출발해 LG아트센터에 도착했다. 웅장한 극장 건물이 나를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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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영화관에 처음 갔을 때처럼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설었다. 날씨도 그다지 춥지 않아 극장 주변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함께 간 일행 중 한 명이 쌍안경을 가져왔다고 했다. 처음엔 ‘뭐 하러 그런 걸?’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필수 준비물이었다. 실제로 극장에서는 유료로 대여도 해주었지만,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이용할 수 없었다. 예매 비용 문제로 객석이 뒤쪽에 배정되었기에, 쌍안경 덕분에 주인공 옥주현의 열연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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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무대에 몰입했다. 맑은 영혼과 올바른 신념을 가진 청년 ‘아르망’과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프랑스 정보부 소속 ‘라두 대령’과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마타하리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갔다. 그녀의 선택과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나의 첫사랑이 떠오르기도 했다.

스크린이 아닌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배우들의 표정, 몸짓, 생생한 음악이 어우러진 무대는 나를 완전히 그 안으로 끌어들였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무대 속 한 장면이 된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그 순간, 결심했다. ‘다음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특석에서 봐야겠다.’

그리고 마침내 클라이맥스. 마타하리가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50대 아저씨의 감성을 숨길 수 없었다. 눈가가 뜨거워지고,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타하리가 무대 뒤 의상을 맞춰주던 ‘안나’에게 “오늘 관객이 많아?”라고 묻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사형장으로 향하는 순간, 다시금 “안나, 밖에 관객이 많아?”라고 되묻는 그녀의 마지막 말. 그 한마디가 나의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공연이 길었던 만큼 중간 휴식 시간이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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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커튼콜. 출연진이 무대 인사를 할 때쯤에서야 나는 진정을 할 수 있었다. 3시간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담고, 아쉬움을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공연이 끝났지만, 여운은 끝나지 않았다. 일행들과 함께 근처 식당에서 그날의 감동을 다시금 이야기하며 새벽까지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멋진 경험이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가족과 함께 다시 한번 뮤지컬을 보러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최소 2주는 이 공연의 여운을 대화 속 레퍼토리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날 밤, 귓가에 계속 맴돌던 한마디.

“안나, 안나~ 무대 준비는 다 되었어..? 관객은 다 찬 거야?”

그날의 감동이, 그날의 떨림이, 아직도 가슴 속 깊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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