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비와 바다, 바람
2025.5.1(목)
오늘 아침부터 예보된 봄비가 내렸다. 나는 평소에 비를 좋아해서 ‘이때다’ 싶어 비옷과 모자, 우산을 챙겨 들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흙냄새와 꽃향기가 절묘하게 섞이며 어제의 피로를 씻어내고, 아직 덜 깬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여기에 이사 온 지 이제 한 달 남짓. 아직 낯선 거리지만 그래서인지 나서는 길이 마냥 설레고 즐겁다. 돌아오는 길엔 어제 아들과 함께 비닐하우스를 정비하자고 했던 일이 생각났다. 경험이 없어 막막했지만, 역시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손을 대니 어떻게든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비록 아마추어 솜씨지만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그렇게 정비한 비닐하우스가 오늘 하루 종일 이어진 장맛비 같은 비를 견고히 버텨 주었다. 흐뭇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지난주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펼쳤다. 평소 잘 읽지 않던 독서를 해보자며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빗소리를 배경 삼아 책장을 넘겼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아내에게 보내니 “한량이 다 됐네”라며 웃는다. 맞다. 이른 한량이 따로 없지.
문득 떠오른 구절이 있다.
“떠나는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내자.”
정재찬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 본 글이다. 한때 방송에도 자주 나오던 작가였지만, 요즘은 뜸하다. 그런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고, 아직은 서문에 불과하지만, 오늘 비 오는 날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내 감성을 충분히 자극해 주었다.
현직에 있을 때라면, 오늘처럼 황금연휴가 시작되면 한 달 전부터 들떴을 텐데, 이제는 그런 감흥이 없다. 대신 이렇게 봄비가 마음을 두드려 주니 감사하다.
저녁 무렵, 비가 그치고 안개가 살짝 낀 시골 마을의 저녁 풍경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 간다.
요즘 누가 내게 묻는다. “어때요, 잘 지내요?”
나는 대답한다. “허니문 기간이라 뭐든지 다 좋아요.”
정말이다. 어디를 가도 새롭고, 나에겐 처음이고, 설레지 않을지라도 충분히 궁금한 것들이 많다.
어제 이맘때쯤엔 가까운 아지트에 카메라 렌즈 몇 개를 챙겨 나갔다. 서해 바다라 갯벌이 익숙한 풍경인데, 그날 따라 바닷물이 만조인 모습은 처음이었다. 동해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해 질 녘 앞바다의 풍경에 또 한 번 감동했다. 요즘 감동을 너무 자주 받아서 탈이다.
대부 해솔길 3코스 종점 무렵.
문득 떠올라 지난주 이장님이 추천해준 ‘물때와 날씨’ 앱을 설치했다. 간조, 만조, 습도, 바람, 파고 등 날짜별로 예보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익한 앱이다.
앞으로 자주 활용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