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길 끝에서 만난 풍도
2025년 7월 31일~8월 1일
바람은 언제나 길을 만든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작은 섬 하나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름마저도 바람을 품은 곳, 풍도(지금은 단풍나무가 많다고 단풍 풍으로 표기). 배가 잔잔한 바다를 가르며 육도를 경유해 섬에 닿을 즈음, 시원한 공기와 함께 도시의 뜨거운 숨결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민박집은 소박했지만 정겨웠다. 숙박비는 5만 원, 식사는 한 끼 1만 원. 그러나 그 안에는 가격으로 셀 수 없는 정성이 담겨 있었다. 야외 식탁에 앉아 바다 냄새와 함께 먹는 반찬들은 하나같이 손맛이 살아 있었고, 잠시 이곳에서 사는 사람처럼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풍도에는 편의점도, 카페도 없다. 그러나 불편함이 오히려 이 섬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문을 닫으면 한전의 기계음마저 사라지고, 파도와 바람, 그리고 잠잠한 고요만이 남는다. 여름의 섬은 서울보다 5도쯤 시원했고, 그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도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붉은 등대와 흰 등대 전망대, 그리고 500년 된 은행나무 두 그루는 풍도의 시간을 묵묵히 지켜내고 있었다. 붉배에서 군부대로 이어진 숲길은 야생 그대로의 길이었다. 뱀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에 긴장도 됐지만, 그 긴장감마저 섬의 자연스러움 속에 녹아들었다. 정상의 헬기장에서 바라본 풍도는 고요했고, 밤이 되자 등대 주변에는 육지의 불빛이 바다 위로 가만히 내려앉았다.
원래는 붉배까지만 걸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권유에 섬 일주를 시작했다. 2.5km 남짓한 길, 때때로 숨이 차올랐지만 바람이 등을 밀어주었다. 그리고 완주 후 민박집 아주머니가 내어주신 조개탕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그 길의 끝에서 얻은 작은 축복 같았다.
풍도에는 염소가 방목되며 살고 있었다. 서너 집단이 모여 10마리, 많게는 30마리까지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마치 섬의 고요함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같았다.
사실 이 여행은 착각에서 시작되었다. 이장님의 추천대로 승봉도를 가려 했으나, 발걸음은 풍도에 닿았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바람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음을. 그리고 이곳이 내가 한동안 잊고 있던 ‘자연과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게 해주었다는 것을.
다음엔 봄의 풍도를 만나고 싶다.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길 위에서 바람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민박의 온기를 빌리고, 텐트를 치고, 별빛 아래서 잠드는 그 날을 꿈꾸며, 배가 섬을 떠나는 순간에도 바람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다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