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전화, 그리고 이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안녕’, 닫히는 첫사랑의 문

by 신현창

Chapter 15 – 마지막 전화, 그리고 이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지막은 늘 요란한 전화 한 통 없이, 고요히 끝나기도 한다.”


시간은 훌쩍 흘러, 현수도 어느덧 결혼이라는 현실과 함께하고 있었다. 또 다른 챕터, 또 다른 책임. 가장이라는 이름의 삶을 살아가던 중, 낯익은 번호 하나가 휴대폰 화면에 떠올랐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혹시… 나 기억해?”
그녀였다. 가은.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을 줄 알았던 사람이 아무 예고 없이 그의 일상에 문을 두드렸다.


통화 속 그녀는 조심스럽게 안부를 묻고, 그가 잘 지내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현수는 담담한 척했지만, 오래된 기억들이 파도처럼 무너졌다. 그녀도 결혼을 했고, 그 역시 가정을 꾸린 상황. 과거를 꺼내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머뭇거렸다. 그러나 그는 그 마음의 깊이를 더 알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미 누군가의 남편이었고, 그녀 역시 누군가의 아내였다.


현수는 차분한 목소리로, 감정을 힘껏 억누르며 말했다.
“지금 바쁜 업무로 전화통화하기가 곤란합니다.” 힘들었지만 끝까지 존칭을 썼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흔한 술자리의 문장을 떠올렸다.


그 말 이후, 통화에는 길고 깊은 정적이 흘렀다. 그녀가 작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그래… 알겠어. 잘 지내.”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그날 이후 현수는 다시는 그녀의 번호를 받지 않았다. 일부러 차단한 건 아니었지만, 받지 않았다. 다시 흔들리고 싶지 않았고, 과거의 그림자 속에 머물고도 싶지 않았다. 가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문득 가은이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가 입을 모았다.
“그 기억은 그 시절에만 머물게 둬. 지금 꺼내면, 아름다웠던 것도 현실에 부딪혀 흔들릴 수 있어.”


그 말이 맞는 듯했다. 어떤 인연은 한 계절에만 머무르기에 더 아름답다. 그 시절의 순수하고 어설픈 현수가 있었기에, 지금의 책임감 있는 현수도 있을 수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날, 현수는 자신의 첫사랑의 문을 조용히, 그리고 영원히 닫았다. 다시는 열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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