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의 작은 전쟁

하루의 일기

by Blue paper

2025.11.7


1. 평온한 오후에 찾아온 소란

어제 오후, 집 앞마당에서 작은 전쟁이 벌어졌다.
다름이 아니라, 자주 놀러 오는 들고양이 치즈와 윗집(추정) 집고양이의 한판 자리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늘 조용하던 마당에 “야옹, 야옹” 울음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처음엔 별일 아니겠거니 했지만, 그 소리가 점점 가팔라지고 톤이 높아졌다.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고 나가 보니, 내 차 앞마당을 사이에 두고 두 마리 고양이가 서로 마주 앉아 있었다.
눈빛은 매서웠고, 꼬리는 긴장으로 부풀어 있었다.
단 한 뼘의 양보도 없이, 둘 다 “여긴 내 영역이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2. 인간의 개입, 그리고 물러섬

그 순간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치즈에게 기울었다.
길고양이지만 저녁식사를 야외에서 하는날에는 연락을 받은듯 언제나 어슬렁 하고 나타나면서

유독 잘 따르던 녀석이었다.
나는 작대기를 들고 윗집 고양이를 살짝 밀쳐보았다.
하지만 녀석은 사람의 접근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집고양이라 그런지, 사람의 손길에 익숙한 듯 그저 눈만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결국 나는 한발 물러섰다.
그들의 세계에 함부로 끼어드는 건 옳지 않다는
묘한 직감의 동물적 감각 같은것.


3. 대치의 끝, 그리고 여운

잠시 후, 전장은 앞집 할머니댁 근처의 빈 공간으로 옮겨갔다.
이번엔 실제로 ‘손찌검’이 오가는 듯했다.
짧은 울음, 발톱이 스치는 소리, 그리고 팽팽한 긴장감.


그러다 어느 순간, 고조된 소리는 서서히 잦아들었다.

나는 안도의 숨을 쉬며 음악 소리를 조금 키웠다.
그러나 귀는 여전히 울타리 너머를 향해 있었다.

한참 뒤 창밖을 내다보니, 둘은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울음소리도, 움직임도 없이.
그저 오래된 숙적처럼 묵묵히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4. 치즈의 생명력, 그리고 바람

치즈는 내 차 앞마당을 자기 영역이라 믿었을 것이다.
윗집 고양이 역시 자신의 집 아래까지가
자연스레 나와바리라 여겼을 터.

둘의 싸움은 해가 저물며 끝이 났다.


이내 어둠 속으로 실루엣이 사라졌고,
마당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윗집 고양이의 눈가엔 오래된 흉터가 있었다.
그 상처는,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존재의 흔적처럼 보였다.


반면 치즈는 지난 교통사고 이후에도 건재했다.
여전히 탄탄한 근육, 반짝이는 눈, 그리고 자유로운 기운.
어쩌면 길 위에서 살아온 시간들이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ChatGPT Image 2025년 11월 7일 오후 01_02_43.png 치즈의 실물 모습

어제의 작은 전쟁은 잠깐이었지만, 그 긴장은 하루 종일 내 마음에 남았다.
두 고양이가 오늘도 별다른 상처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무사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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