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용길이네 곱창집》 관람기

야끼니꾸 드래곤을 보고 뒤돌아 보는 나의 모습

by Blue paper

며칠 전, 나는 연극 **《용길이네 곱창집 - 야끼니꾸 드래곤》**을 관람했다. 연말의 화려한 분위기보다는, 작년에 이어 또 한 번 마음에 오래 남을 만한 공연을 만난 것이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KakaoTalk_20251117_122556137.jpg 프리 퍼포먼스(Pre-performance)

이 연극은 1969년 일본 간사이 지방의 조선인 부락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과 이민, 차별과 가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강인한 아버지 **용길(드래곤)**을 중심으로 풀어내며, 공항 아래 울리는 소음과 판자촌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간판에 적힌 **「焼肉ドラゴン」**이라는 글씨는 그들의 현실과 희망을 동시에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극의 중심에는 용길이 있지만, 나의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막내아들 토키오에게 멈추었다. 일본식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지만 끝내 삶을 붙잡으려 애쓰던 그의 모습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계속 마음속을 울렸다.

특히 기억에 깊이 남는 장면은, 토키오가 극의 마지막에 지붕 위에서 절규하듯 독백하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모든 게 싫었다.
낮부터 이어지는 아저씨들의 술자리와 싸움,
공동 빨래터에서 들려오는 씨끄러운 아줌마들의 수군거림,
공항 주변의 소음, 학교에서의 따돌림까지…
그런데 이제는 보인다.
이 모든 사람 사는 냄새, 곱창집의 향기,
삶의 소음이…
이것이 좋다.”

그 장면에서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폭풍처럼 눈물을 쏟고 말았다.
집에서 나올 때 아내가 “오늘도 눈물을 보이겠구먼” 하며 손수건을 건네준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덕분에 마지막 순간, 조용히 눈물을 닦으며 극의 여운을 온전히 품을 수 있었다.


이 연극의 대강의 줄거리는 —
용길은 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고, 재혼한 아내와 딸 셋, 아들 하나를 키우며 곱창집을 운영한다.
딸들의 결혼과 삼각관계로 집안은 늘 소란 분주하고, 아들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으며, 가게는 국유지 분쟁으로 폐업 위기를 맞는다. 결국 재개발로 인해 가족은 흩어져 각자의 길을 선택한다.

셋째 미카는 웨이터와 결혼해 아이를 가지고 첫째 시즈카와 남편 테츠오는 북한으로 둘째 리카는 일백과 한국으로 간다.

용길과 영순은 일본에 남으면서 3시간의 러닝타임이 끝나갈 무렵, 가족 모두가 마치 ‘드래곤’처럼 각자의 삶을 향해 날아오르는 듯한 장면은, 마치 봄날 흩날리는 벚꽃처럼 아름답고 쓸쓸했다. 토키오의 가슴을 울리는 독백 뒤에 이어진 커튼콜은, 지나간 모든 장면을 다시금 되살려 나의 심장을 벅차게 흥분시키기 충분하였다.

KakaoTalk_20251117_122332877.jpg 마지막 커턴콜

늦은 저녁, 공연장을 나오면서 나는 아내의 손수건을 꼭 쥐고 있었다.
차별과 고난 속에서도 끝내 삶의 냄새를 사랑하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요즘 나는 미술관, 연극, 글쓰기, 빵 굽기, 미술 배우기, 그리고 약간의 농삿일까지…
하고 싶던 것들을 마음껏 호사를 누린다.
이런 삶을 내가 누려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러한 주어진 기회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할 수 있을 때 모두 해보려 한다.

어쩌면 내게도 언젠가,
나만의 드래곤이 조용히 다가와 줄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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