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배우기

작은 그림 공방에서 시작

by Blue paper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막상 기회도 없었고 시간도 부족했다. 그러나 결국 관심이라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모습을 드러나기 마련이다.
매일 무심코 지나던 길, 거의 1년 가까이 오가던 그곳이었지만 처음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또 어떤 날엔 일부러 방향을 돌려 그 공방 앞에 서보았다.

자그마한 작은 집. 사람은 없었고, 안내문에는 오후 3시 이후 수업이 끝난 뒤 문을 연다고 적혀 있었다. 창 너머로 보니 탁자 하나, 몇 점의 그림이 놓여 있는 아담한 공간. 딱 내가 상상하던 그런 분위기였다. 간판도 없다시피 하고, ‘성인·아동 취미 그림 공방’이라는 작은 현수막 하나가 전부였다.


그러다 몇 주가 더 지나고, 이번에는 시간을 일부러 맞춘건 아니었지만 오후3시가 지났는 듯 하여 차를 다시 돌려 공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곳엔 여성 두 분이 있었고, 그중 한 분이 밝게 인사를 건넸다.

예린공방의 예린 선생님이었다. 작은 체구에 높은 음색의 목소리, 솔직히 눈에 띄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정이 가는 인상이고 왠지 모르게 친근함이 느껴졌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아, 여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했던 질문도 이어졌다.
“무엇을 배우고 싶으세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으세요?”

배워본 적도 없고 제대로 그려본 적도 없으니 답이 쉬울 리 없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한 분이 있었는데, 그분은 공책이든 식당의 냅킨이든 무엇이든 ‘슥슥’ 그리기만 하면 하나의 작품처럼 보였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좋은 형님이었다. 나도 언젠가 그렇게 그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늘 있었다고.

선생님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기초부터 천천히 시작해보자고요.”
그렇게 내일이면 벌써 세 번째 수업이 진행된다.

첫 수업은 작은 그림책을 보고 밑그림을 따라 그린 뒤,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 색을 칠하는 방식이었다. 마치 사진처럼 선명하게 칠해지면서 그림책의 이미지와 비슷한 윤곽이 드러나는 것이 신기했다. 다음 주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날 집에 오는 길에 다이소에 들러 어린이용 물감과 붓, 파레트, 스케치북을 샀다. 공방에서 쓰는 것과 똑같진 않았지만, 시작하는 데 무슨 대단한 준비가 필요하겠는가. 집에서 혼자 생각나는 대로 하나를 정해 그려보기로 했다. 공방에서 배운 대로 밑그림을 잡고 명암도 내 마음대로 표현해 보았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저녁 해가 지기 직전 배경이 마음에 들어 그 장면을 선택했다. 한 시간쯤 지나니, 뭔가 그럴듯한 모습이 드러났다. 주인공인 아내의 얼굴을 그려내는 것이 아직은 버거워 미안하지만 생략했다. 대신 우측에서 떨어지는 노을빛을 강조하며 그림을 마무리했다.

KakaoTalk_20251125_231908288.jpg 나홀로 그리기

완성된 그림을 바라보니 묘하게 뿌듯했다. ‘앞으로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기대감과 설렘이 함께 밀려왔다.
이 작은 시작이 또 하나의 취미가 되고, 삶의 보람이 되어줄 것 같았다. 앞으로 어떤 길로 이어질지, 나 역시 궁금하고 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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