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재능

가장자리에서 중심으로

by 신현창

제2장


창수와 민재는 같은 동네에서 자랐고, 같은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늘 서 있는 위치는 달랐다.
창수가 운동장 한가운데에 있었다면,
민재는 언제나 그 가장자리에 머물렀다.

민재에게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었다.
야구를 할 때도 그는 공보다 사람을 먼저 보았다.


투구 직전 미세하게 들리는 ‘도연’의 어깨,
타석에 들어서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광수’의 긴장,
실수 뒤 고개를 숙이는 각도와 잠깐 스쳐 가는 표정까지.
그 모든 찰나가 민재의 눈에 차곡차곡 쌓였다.

어느 순간부터 민재는
그 장면들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말투와 억양, 사소한 말버릇까지
과장된 몸짓으로 되살려 냈다.


창수가 헛스윙을 하면
민재는 그 어설픈 폼을 그대로 따라 했다.
놀림처럼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기분 나쁘지 않은 흉내였다.

민재가 없는 운동장은 유난히 적막했고,
사소한 말다툼은 쉽게 싸움으로 번지곤 했다.


어느 날 민재는
창수의 투구 동작을 따라 하다
손목을 조금 더 빨리 풀고,
발을 한 박자 다르게 옮겨 보았다.
춤추듯 민재의 가벼운 그 동작이
창수가 그대로 따라 하자
공의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민재는 선수와 코치,
혹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 어딘가에 서 있는 아이

다른 친구들와 비슷한 그냥 평범한 덩치


학교 쉬는 시간,
민재가 담임선생님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면
교실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는 흉내조차 대충 하지 않았다.

일부러 큰 옷을 빌려 입고
시선 처리와 손짓까지 정확히 재현했다.


공을 가장 잘 던지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그 시절 교정의 중심에는 늘 민재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민재가 언젠가 이 교정이 아닌,
진짜 어떤 무대 위에선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게 되리라는 것을.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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