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운동회

창수의 어느 가을운동회

by 신현창

제3장


창수는 동네에서의 이런 놀이가 마냥 즐거웠다.
이 동네, 저 동네를 옮겨 다니며 경기를 할 때마다
창수가 있는날과 없는날에 따라 그날의 승패가 갈린다

창수가 빠진 날의 경기는
농담처럼 “우천 취소”라 불릴 만큼 맥이 빠진다.


국민학교 시절, 창수는 이미 눈에 뛰었다.
키는 170에 가까웠고, 하얀피부에 공부도 1등은 아니지만

늘 상위권이었다.
집이 꾀 넉넉한 편이라 옷차림도 좀 남달랐고
그건 아이에겐 또 다른 경쟁력이었다.
운동장에 서 있기만 해도
시선이 자연스레 그에게로 모였다.


가을 운동회는 매년 큰 행사였다.
청군과 백군, 짝수 반과 홀수 반이 매년 번갈아 나누고
달리기와 높이뛰기, 공 던지기와 줄다리기,
계주까지 모두 끝나면
운동회의 마지막 순서인 차전놀이가 있다

그전 또하나의 하일라이트라고 볼수 있는 6학년들의 반대항 계주경기

반에서 4명이 출전을 하고 토너먼트 방식으로 학년별 1~3등까지 정해진다

그 4명에 선정되는 것이 또하나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올림픽경기에서도 그러하지 않으가

마지막 주자가 즉 그날의 휘날레 인점으로 최고 선수가 그자리를 차지 한다

창수는 역시 그 계주에서의 마지막 주자로 5학년때 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제 진정한 마지막 차전놀이가 남아있다

그전까지의 청백군의 점수 대항에서 지고 있는 팀이 그 차전놀이에서

또다시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전교 5·6학년이 동원되고
별도로 제작된 대형 기마를 학교 선생님들이 며칠을

고생을 하면서 만들어 내면

그 위에는 각 진영을 대표하는
단 한 명의 대장 기수가 올라선다.

보통 전교회장 정도가 나서는 자리이지만
그해, 그 자리는 자연스럽게 창수의 몫이었다.


포도대장 옷을 입은 창수가 기마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손짓을 하면
포졸 역할의 아이들이 힘을 모아 기마를 밀어 올린다.
손을 아래에서 위로 몇 번 흔들 때마다
기마는 서로 부딪히며 솟구쳤고,
거의 수직에 가깝게 오르내리기를 수차례를 반복을 하면서


기마가 밀리는 기색을 보이면
창수는 다시 손을 들어 올려
군중의 힘으로 기마를 들어올린다

그 신호 하나에
운동장의 긴장과 함성이 동시에 흔들렸다.

그리고 몇 차례 충돌...
한쪽 기수가 떨어지는 순간,
차전놀이는 절정에 이르런다.
그 한 번의 승부로, 재경기는 없다.
그날 운동회의 점수는 뒤집히거나 굳어진다.


이긴 쪽은 대장 기수를 태운 채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고,
진 쪽은 실내화를 하늘로 던지며
울음 섞인 흉내를 냈다.


웃음과 함성 속에서
가을 운동회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날도 중심에는 창수가 있었다.
가장 높이 올라갔고,
가장 많은 시선을 받았던 아이.
어쩌면 그의 유년에서
가장 눈부셨던 하루였을지 모를
그 가을의 운동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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