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지나간 겨울여행

by Blue paper

2026.1.31


이번 여행은 본래 누나 집 이사 인사차 대구를 다녀올 계획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최근 미디어를 통해 대게철이라는 이야기를 접했고, 예전에 한 번 다녀왔던 울진이 떠올랐다. 여기에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다녀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해지며, 아내와 상의 끝에 여정이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수요일 출발, 금요일 귀경의 2박 3일 일정이었으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하루를 더 보태 3박 4일로 다녀오게 되었다.


한겨울이라 많이 걷거나 야외 활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실내에서 즐길 수 있으면서도 바다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일정을 중심으로 구상했다. 대게를 맛보고, 인근 스카이레일을 타며 바다를 조망하는 코스라면 추위를 피하면서도 여행의 정취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에 다음 날 아침까지 간단한 맛집 투어를 더해 여정을 시작했다. 막상 둘러보다 보니 생각보다 볼거리와 들를 곳이 많아 일정은 또 한 번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그렇게 우리는 오늘 귀경길에 올랐다.


먼저 누나 집에 들르며 빈손으로 갈 수는 없어, 평소 알고 있던 떡집에서 흑임자 인절미와 영양떡을 준비했다. 예상보다 훨씬 좋은 반응을 보여주어 괜히 마음이 놓였고, 작은 정성이 전해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을 간단히 해결한 뒤 모친 댁을 출발해 울진으로 향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동해 바다를 끼고 가고 싶어 7번 국도를 선택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광활하고 푸른 바다는 운전 내내 시선을 잡아끌었고, 약 세 시간에 가까운 이동에도 피로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설렁설렁 바다를 구경하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울진에 도착해 있었다.


저녁 식사 전, 예정해 두었던 스카이레일에 올랐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며 바라보는 풍경에 어머니는 생각보다 더 즐거워하셨다. 아마 처음 경험해 보시는 풍경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2년 전 처음 타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왕복 약 40분 동안 이어지는 코스는 붐비거나 추위에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고, 푸르고 또 푸른 바다를 배경 삼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흘러간다. 내려와서는 인근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식전의 허기를 달랬는데, 그마저도 여행의 한 장면처럼 느껴져 기분이 참 좋았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대게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 식사 자리에서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어보고, 호텔 카운터에도 문의해 본 뒤 그중 가장 믿음이 가는 곳을 선택했다. 다만 기대가 컸던 탓인지 가성비 면에서는 아주 만족스럽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철에 맞는 대게보다는 오히려 겨울 회 한 접시가 생각보다 훨씬 인상적이었고, 대게는 아직 살이 덜 찬 느낌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2월이 되어야 대게축제도 열리고 본격적인 철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이른 방문이었음을 실감했다.


다음 날 귀경길에는 어머니가 평소 가보고 싶어 하시던 진목정(참나무정) 성지를 찾았다. 20번 국도를 따라 구비구비 한참을 돌아 도착한 곳은, 화려한 경관이나 극적인 역사 이야기가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그러나 허인백 야고보, 김종륜 루카, 이양등 베드로 순교자의 묘가 자리한 곳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함께 둘러본 하늘원 봉안당은 비교적 최근에 신축된 듯했는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 공간이 실내 봉안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그레고리안 성가가 낮게 흘러나오며 자연스레 마음이 가라앉고 경건해졌다.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그 공간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충분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집 앞 식당에 들러 추어탕과 부추전에 소주 한 잔을 곁들였다. 하루 약 200km를 왕복하며 1박을 더한 일정이었지만, 오랜만에 마음 편한 시간을 보낸 하루였다.

귀경 전날에는 어머니 댁의 공기청정기를 청소하고, 평소 손이 잘 닿지 않는 곳들을 중심으로 집안 정리를 도와드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따뜻한 밥 한 끼를 얻어먹고 나서야 비로소 집으로 향했다.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번 여행은 단순히 대구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울진을 다녀온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동거래를 고려하면 결코 가볍지는 않은 여정이었다. 평소 자주 챙겨 드리지 못한 마음을 대신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먹방 투어’를 겸한 이번 일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값지고 의미 있었다. 크게 요란하지 않아도, 이렇게 함께한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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