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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Jul 26. 2020

강여사와 날마다 로맨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울 엄마

사랑 2라운드, 그 프롤로그


4년 전 아빠가 하늘나라로 영원한 소풍을 떠나셨다. 살면서 아니 태어나 처음 겪은 지독한 이별이었다.  

결국 고약한 후유증이 남았다.

집착.

나는 사랑이라 말하고 강여사는 집착이라 받아친다.

 

언제 그렇게 쪼그라들었는지, 안 그래도 작은 강여사는 더 작아져 있었다.  

오래 아팠던 아빠만 보다가 시들어가는 엄마를 보지 못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개새끼일 수 있다.

  

한 드라마 대사가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어쩌면 나도 엄마에게 개년일지도.

강여사가 울 엄마라는 거 말고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진짜 내가 개년 같았다.

엄마를 너무 모르는 개년 딸.  


이제 엄마밖에 없네... 엄마마저 없으면 고아가 되는 거잖아...



떠오른 생각만으로도 끔찍해 내 머리를 주먹으로 쿵쿵 쥐어박았다.   


아빠와 작별하고 제일 후회한 것이 미룸이었다.  

미세먼지가 많아도 함께 외출할걸.

날씨가 안 좋아도 여행을 갈걸.

입맛은 변하지 않았는지 좋아하는 게 새로 생겼는지 물어볼걸.  

좋아하는 노래는 뭔지, 연예인은 누굴 좋아하는지...

계속 기다려줄 줄만 알았던 아빠가 떠나고 다시는 그런 후회 남을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강여사 바라보기가 시작되었다.

강여사를 향한 나의 사랑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져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간섭하기에 이르니



니 할 일 하세요~ 나 좀 그냥 내버려 두시고요.


종종 강여사의 거센 반발이 일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분명 나는 사랑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새끼'라는 말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눈엔 우리 강여사가 그렇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울 엄마.


보고 있노라면 너무 사랑스럽다.  

게다가 애교를 부리거나 투정을 부리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보고만 있어도 아깝다.  닳을까 겁이 털컥 털컥 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강여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  


엄마가 아닌 한 인간이자 한 여자로서.


나는 틈이 나는 대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궁금한 질문을 하며 더 많이 알아가려 한다.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엄마와의 사랑 1라운드를 끝내고, 강여사와 사랑 2라운드를 시작하는 거다.


강여사와 날마다 진행 중인 요란벅쩍 퉁탕대는 달콤 살벌한 로맨스는

To be continued... 


p.s. 내 사랑 강여사 신상정보

별명: 강여사

소속: 울 가족

직책: 울 엄마

성격: 밝고 명랑 쾌활. 감수성이 풍부해 때때로

              우울

              나이가 들면서 감정 기복이 심해짐

특징: 만능 살림꾼.  반전 매력의 소유자.  

            생활의 지혜가 담긴 주옥같은 명언 남발

장점: 애교가 많아 자식들 기분 잘 풀어줌.   

            싸워도 금방 풀림. 뒤끝이 없는 편.

            생각지도 않은 요리도 잘해 줌.

단점: 드라마에 감정이입이 심함.

              걸핏하면 토라짐.

              싸우거나 토라졌다가도 금방 기분이 풀려

              말을 막 시킴(딸은 늘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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