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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Jul 28. 2020

이젠 버려도 괜찮아

습관적 사랑 혹은 무의식적 습관

오늘도 어김없이 딸내미 나가는 시간에 맞춰

식탁에 떡하니 차려진 밥상. 칼칼한 된장찌개 향이 식욕을 돋웠다.


나: 표고 맛 나. 표고버섯 넣었어요?
강여사: 두 개 있는 거 썰어 넣었징~
나: 난 표고 싫은데...

강여사: 너 그릇에는 안 넣었잖아. 송이만 넣고.

              .......................
              그래서 맛없어?
나: 음... 100점 만점에 98점.
강여사: 에휴...
나: (왜 실망하시지? 훗. 100점을 바라셨구나)

      엇, 두부는 왜 넣었어~~~엉~~또~~~오~
강여사: 그거 몇 개 넣은 거 그냥 먹어.

            맨날 골라내고 주니까 이게 그것도 안 먹으

            려고 하고.  그냥 먹어!
            다른 여자들 같으면 벌써 애 낳아서 애 먹던

            것도 주워 먹는데.
나: 엥? 요즘 안 그래. 누가 그래?!
강여사: 안 그러긴. 엄마 되면 다 그렇게 돼. 아무리

             까탈스런 여자도 엄마 되면.
             결혼하면 좋은 점도 있지만... 밥 먹는 건 힘

             들어. 애 먹던 거, 남편 먹던 거 남으면 먹고.

             내 밥은 없어... 내 밥 제대로 먹기 힘들지.

그랬구나 강여사. 아빠 먹던 거, 우리 먹던 거 남은 밥 먹느라 강여사 밥 제대로 챙겨 먹을 겨를이 없었구나. 엄마라서...


그래서인지 강여사는 늘 집에서 하는 모든 음식을 그릇에 담을 때 자식들 거 먼저 예쁘고 좋은 그릇에 담아내고, 맨 마지막 남은 음식을 아무 그릇에나 담아 드신다.


그러지 마셔라, 우리 집에서 엄마가 제일 먼저니 무조건 예쁜 그릇에 제일 먼저 음식을 담아 드셔라 말해도 그때만


알았어. 다음부터 그래야지. 습관이 돼서...


하신다.  그리고 까마득히 기억 너머로. 무한반복이다.  남편 먼저, 자식 먼저가 너무 오래 습관으로 굳어져 강여사는 아직도 자신을 위한 것을 제일 먼저 생각지도 하지도 못한다.  


예쁜 옷도 맛있는 음식도 그저 자식새끼들이 눈에 밟혀 선 듯 먼저 취하지 못하는 거다.  습관이 되어버린 무의식적인 사랑.  아니, 사랑이 무의식적 습관이 된 건가. 에라, 모르겠다. 더 이상은 뭔들 is 고질병이다. 고쳐야 할.


그 자식새끼들이 지금 나이가 몇 개인데...

강여사~ 그런 안 좋은 습관은
이제 확 버려도 돼! 그러자, 응?!
못 고치면 불치병이라구!



p.s. 강여사 습관 고치기- 자신을 제일 먼저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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