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 마녀 Aug 15. 2020

이효리처럼

소녀처럼

‘싹스리’가 한창 90년대 추억을 돋우며 가요계를 싹쓸이하는 요즘 TV를 틀면 심심치 않게 그들이 등장한다.


거실로 나가보니 강여사가 TV 삼매경이다. 예쁘게 꾸민 싹쓰리의 린다G 이효리가 클로즈업돼 화면에 비친다.


속으로 ‘연예인은 연예인이군. 이쁘다. 핑클 때와 별 차이 없네.’하고 생각하는데 강여사의 한마디가 생각의 틈을 가르고 귀에 와 박혔다.


소녀 같네.
이효리 저렇게 꾸며 놓으니까 꼭 소녀 같다.


나지막이 튀어나온 강여사의 혼잣말. 뭐랄까...그 목소리에 아련한 뭔가가 묻어 나와 마음을 흔들었다.


- 소녀 같아?  이효리?


강여사에게 미소를 건네며 물었다.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더니 웃으신다.


- 그래 보이잖아.


- 엄마도 소녀 되고 싶어?


그냥 실없이 농담을 던졌다.


휴~ 으흐, 내가 소녀 되고 싶다고 소녀가 될 수 있나...


- 왜에~소녀가 되게 노력하면 돼지. 예쁘게 꾸미면.


- 에휴.


대답으로 돌아온 강여사의 깊은 한숨이 애리다.  


다시 소녀가 될 수는 없겠지. 누가 모르나. 그래도 그러고 싶다고,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는 말이라도 해보지 못하는 강여사가 어쩐지 바람개비처럼 마음에 맴돌았다.  


돼도 안될 말이라 하자니 쉰 한숨이 흘러나왔나?

돼도 안될 말이라 돼도 안될 마음조차 아예 갖지 않는 모양이다.


강여사,

나는 우리 강여사가 소녀처럼 살면 좋겠어.  비록 모습은 쪼그랑 할망구라도 곱게 화장도 하고, 철마다 예쁜 옷으로 갈아 입고 사뿐사뿐 가고 싶은  곳 가고 하면서...다림질에 쭉 펴진 흰 면포처럼 마음만은 소녀처럼 구김 없이 천진난만하게 살면 정말 좋겠어.



p.s. 강여사 소녀처럼 살기 프로젝트 1단계

강여사 버킷 리스트 만들기









매거진의 이전글 니 말은 브랜드고 내 말은 싸구려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