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마케팅] 시사저널 연재 시즌 3 ② 브랜드 행동주의 편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너무 빠른 나머지 불확실한 시대가 되었다. 변화의 빠르기와 불확실성만큼 다양한 도전과 문제들도 급속도로 대두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도전에 맞서고 문제를 해결하여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키려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속 가능한 가치를 중시하는 개인은 세상에 더 나은 변화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면서 자신과 같은 신념과 노력을 보이는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려 한다.
브랜드가 소통하고 관계를 구축하려는 고객을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다. 고객의 의식을 사로잡고 있는 가치는 계속 변하고 진화한다. 브랜드는 고객의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응을 해야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오늘날 사람들은 세상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자각하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특히 소비 권력층으로 떠오른 MZ세대는 세상의 긍정적 변화에 더 주의를 기울이면서 같은 목소리를 내고 미션을 수행하는 브랜드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브랜드가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긴급하면서도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고 목소리를 높이기를 기대한다. 브랜드가 사회적 문제를 핵심으로 삼아 마케팅을 펼치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알면, 고객은 브랜드의 진심을 느끼고 신뢰감을 가질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10명 중 6명은 ‘제품이 더 비싸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 1월 MZ세대 구직자를 대상으로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함께 조사한 결과에서는 ‘입사 지원 시, 기업의 ESG경영 여부를 확인한다’는 응답자가 51.6%였다. 기업의 ESG 경영 여부를 확인하는 이유로는 가장 많은 41.5%가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 더욱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가 세상에 대두되고 있는 문제에 의식을 가지고 대의를 위해 행동한다면 세상의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좋은 인식으로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다.
브랜드가 환경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행동하는 현상을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 또는 브랜드 행동주의라고 한다.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와 크리스천 사카가 공동 집필한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 From Purpose to Action)’에 따르면,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크고 시급한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에 의해 추진된다. 목적에서 행동까지란 진보적인 기업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입장을 취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국내에 진출한 미국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는 행동주의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벤앤제리스는 최고의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지속 가능한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며, 혁신적인 방법으로 회사를 이용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제품, 경제, 사회적 세 가지 사명을 동등하게 수행한다. 공급업체, 직원, 농부, 가맹점, 고객, 이웃 등 비즈니스와 연결된 모든 사람에게 ‘연결된 번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며 창립 이후부터 꾸준히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주의, 기후 변화, GMO 라벨링, 공정무역, LGBTQ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크고 시급한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벤앤제리스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의사소통 방향을 결정해 브랜드를 통해 표출한다. 아이스크림 맛, 스토리텔링, 패키지 디자인, 판매 방식, 팝업 스토어 운영 등에서 기업이 지지하는 메시지가 고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벤앤제리스는 대부분의 기업이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적극 입장을 취하는 대표 브랜드이다.
영국의 천연화장품 브랜드 러쉬는 지난해 일부 소셜 네트워크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사이버 괴롭힘, 혐오, 조작으로 소셜 미디어가 사용자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이며, 진정한 휴식을 추구하는 러쉬의 철학과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또 환경과 사회 운동에 앞장선다. 광고는 거의 하지 않지만, 환경이나 인권과 동물 보호관련 캠페인에는 적극적이다. 동물 실험을 하는 업체와는 거래를 하지 않으며, 애초부터 동물 실험에 반대한다.
영국 영화협회(British Film Institute, BFI)는 영국의 평등법을 기반으로 ‘다양성 기준’을 제시하여 영국 영화산업뿐만 아니라 국내와 미국 등 다른 국가 영화산업의 다양성 기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별, 인종, 성 정체성 등을 기준으로 다양한 소수자 집단을 포함한 인재채용과 내용에 관해 제시한다. 영국 영화협회는 재능 있는 장애인을 출연 및 창작, 산업 종사자로 참여시키고 그 방법에 대한 변화를 시급히 촉구하는 디지털 캠페인 ‘프레스 리셋(Press Reset)’을 수행하기도 했다.
브랜드 행동주의는 목적 중심의 사회적 참여 기회이자 차별화 요소이다. 브랜드의 입장이 브랜드가 믿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 내부 목적에서 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 미션과 비전에 부합해야 지속 가능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일시적인 사회 참여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의를 위해 마케팅을 활용해야 브랜드의 진심이 진정성 있게 전달될 수 있다.
진정성이 결여되면 브랜드는 기회주의적이거나 가식으로 인식될 수 있다. 브랜드의 진심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브랜드가 믿는 가치는 고객의 브랜드에 대한 호감과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다. 지속 가능하고 이해관계자 중심의 경영과 사회적 참여를 실천하는 브랜드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가치와 브랜드의 가치를 연결해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 활동을 인용하고 동참하며, 해당 브랜드의 비즈니스 활동을 인정하여 더 많은 구매를 한다.
사람들은 세상의 긍정적 변화를 외치는 브랜드가 하는 활동에 계속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동행할 것이다. 아직 국내에는 환경 문제 외 다양한 쟁점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점차 브랜드는 시민 의식을 더 강하게 요구받게 될 것이다. 브랜드는 믿는 가치와 목적에 따라 반대 의견을 감내할 수 있는 사회적 근육을 키우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본연의 핵심 가치, 비전, 내부 목적 등을 되돌아볼 성찰의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다.
덧) 말하자면, 브랜드는 뿌리가 있어야 하고, 뿌리가 깊어야 한다는 얘기다.
위 글은 '시사저널' <아하! 마케팅>에 연재한 '브랜드, 세상을 향해 외치다’의 원문입니다. B2B를 잠시 벗어나 마케팅 전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제에 따라 B2B 내용도 포함합니다. 원문과 발행된 글을 비교해 보는 재미를 위해 원문을 공유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다시 소환하고 있으니 가지고 계신 인사이트도 다시 소환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 이 글은 어때요?
- 시사저널 <아하! 마케팅> 시리즈 시즌3
2회.
1회. 게임과 마케팅의 찰떡 콜라보로 고객에 손짓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 시사저널 <아하! 마케팅> 시리즈 시즌2
10회. 게임과 마케팅의 찰떡 콜라보로 고객에 손짓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9회. 아련한 추억에 감성 한 스푼을 더하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8회. 짧지만 강한 한 줄의 힘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7회. 슬쩍 ‘쿡’ 찌르니 알아서 ‘콕’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6회. 고객은 ‘재미’를 싣고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5회. ‘인플루언서’ 넘어 ‘임플로이언서’로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4회. 가격은 스토리가 중요하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3회. 소셜 미디어를 넘어 소셜 셀링으로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2회. 크리에이티브 전성시대, ‘나를’ 브랜딩하라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1회. 2022년 마케팅의 핵심 키워드는 '고객 가치'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 시사저널 <아하! 마케팅> 시리즈 시즌1
10회. 하이테크 시대, 하이터치가 필요하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