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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Sep 06. 2024

아주 세속적인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ㅣ 강정선 옮김 ㅣ page2

#시작  


세상의 일반적인 풍속을 따르는 것은 세속적이다.

일반적인 풍속이라니  그냥 따르면 되는 것 같지만

그게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뭐 하나 내 마음 같지도 않고 내 뜻대로 술술 풀리고

유유자적 흘러가는 것도 아니니 세속적으로 사는 데도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어낸 슬기가 필요하다.


#아주세속적인지혜 는 대놓고

세속적이라 말하니 꺼리길 것이 없고 슬기가 필요한 일이 한두 일이 아닌데 아주라고 강조하는 지혜를 담고 있다니 손가락 열 마디가 책을 움켜쥐지 않을 수 없었다.


타격감 있는 따끔한 충고 현타를 불러일으키는 촌철살인.  세상 잘 산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세속적인 슬기를 대놓고 드러내도 괜찮다고 응원하고 인정해 줄 것 같은 기대감이 스멀거렸다.

                        


모든 것이 정점에 달했다.  특히 개인이 출세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쌓기가 과거보다 힘들어졌다.  
지금 단 한 명의 현인을 배출하는 것은
과거 그리스에서 일곱 명의 현이를 배출하는 것보다
힘들다.  게다가 마을 사람 전체를 대하는 일보다
한 사람을 대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 P21, 하나의 온전한 사람이 된다는 것



우리 주위에는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다가
이를 이루지 못해 불행에 빠지는 유명 인사가 많다.
현실은 절대 상상한 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법이다.
상상은 머릿속에서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실현하기는 어렵다.

- P39, 시작부터 과한 기대를 하지 마라



운이 따르는 사람을 만나고
불운이 따르는 사람은 피하라.  

- P52, 불운은 전염성이 강하다



언중유골. 우리는 의도를 숨긴 말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사람의 미묘한 마음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기에 인간관계에서 아주 중요하다.

-P58, 상대의 의도는 무기로 쓰일 수 있다.



잔꾀는 사용하되 악용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잔꾀는 즐겨하면 안 되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겨서는 더더욱 안 된다.  
진실하지 않은 것은 드러내지 말고, 미움받을 만한 잔꾀는 더욱 들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 P66, 잔꾀는 사용하되 악용하지 마라



마라맛과 순한 맛의 지혜가 혼재해 있다.

인덱스를 붙이다 보니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인덱스 향연이다.  인덱스가 무의미한 책 장 속에는 아주 세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의미들로 가득하다.



#중에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얼굴에 뾰루지까지 났어요."

경력 컨설팅 중에 만난 한 참여자의 이야기다.

참말로 난감한 상황이 아닌가.


본인이 경험하고 느끼고 판단하기도 전에

기존 구성원들이 앞다투어 신규 입사자에게

회사 욕을 하는 상황이라니


조직문화도 조직 구성원의 성숙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냅다 때려치우세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복잡한 상황, 미묘한 문제들로 인해

뭐라 쉬이 솔루션을 제시하기가 어려웠다.

이럴 때 필요한 지혜는 어떤 지혜일까?


#아주세속적인지혜 의 힘을 빌어

일단 참여자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이 상황의 흐름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부정적인 말들에 휘둘리지 말길

빌런을 차단하고 긍정의 언어로 바꾸어 보길

먼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짜길



근심을 피하면 많은 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  
유익하지 않다면 나쁜 소식은 듣지도 전하지도 마라.

-P64.  근심하지 않으면 이득이 생긴다.



다른 사람을 부정적으로 비난하고 판단하지 마라.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은 보통 악의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비관적인 성격을 타고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모든 사람을 비난한다.
이 사람은 과거의 일로 비난하고 저 사람은 앞으로 할 일로 비난한다.

- P109.  비관적인 사람이 되지 마라



불평은 연민보다 화를 부른다.  또 불평은 그 불평을 들은 사람이 나중에
비슷한 행동을 하도록 길을 터준다. 자신이 받은 모욕을 밝히면 또 다른
모욕적인 행동을 부른다.  
.
.
.
불평보다는 신뢰를 파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영리한 사람은 실수나 결점을 들춰내지 않는다.  
이렇게 사려 깊은 사람이 우정도 잘 유지하고 반감도 잠재운다.

- P129.  불평 대신 신뢰를 나눠라



어떤 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거친 파도처럼 걷잡을 수 없다면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
살다 보면 거친 태풍과 같은 날을 만날 때가 많다. 이럴 때는 항구로 돌아가 닻을 내리고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잠잠히 기다려야 한다.

- P138.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기술이다



#마침  


어떻게 살아야지?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냐고?

.

묻고 싶을 때가 많다.


물어도 물어도 허공을 가로지르는 메아리뿐

속 시원하게 들리는 답은 없다.

어떻게 살면 세상 잘 살았다 할 수 있을까?


받고 싶지만 때론 마냥 주고 싶다.

잡고 싶지만 놓아주어야 할 때도 있다.

얻고 싶지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손해를 보긴 싫지만 인심도 잃고 싶지 않다.

사랑받고 싶지만 때론 무관심이 필요하다.

혼자가 편하지만 외로운 건 싫다.


양가적 감정과 태도에 나 자신을 구박한다.

모순 덩어리

어쩌겠나 이게 나인 것을


어쩌겠나 줄을 잘 타는 수밖에

아슬아슬 휘청휘청

아차 하면 떨어질 테니 지혜를 구하는 수밖에


#아주세속적인지혜 는

답답한 속을 풀러 가는 점집이나 타로 같다.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속은 후련하다.


대답을 들었으니

맞으면 '거참, 용하네'가 되는 것이고

안 맞으면 교훈 하나 얻은 셈 치면 된다.


이렇게 살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메시지는 꺼리낌이 없어

누구 눈치 안 보고 그냥 그렇게 살면 될 것 같다.


삶을 풀어놓은 해설서

이렇게 세속적으로다 살면

아주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 지혜로움이 세속적인 말들로 그득해 속은

후련하지만, 어떻게 그 지혜를 실천해야 할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중용, 중도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라는 말라는 식의 말들은

"그걸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라는 의문을 낳는다.


가장 어려운 실천의 방법이 없다는 게

'아주 세속적인 지혜'에서 가장 지혜롭지

못한 구석이 아닐까 싶다.



천천히 서두르고, 지혜롭게 무시하고,

쉬운 일은 어렵게, 어려운 일은 쉽게

"나도 그러고 싶다고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냐고요?"


아주 세속적인 지혜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옛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그런대로 한 세상 이러 구러 살아가오
길 가다가 땅을 보면 반짝이는 동전 한 닢
날 찾는 것 같아서 돌아보다 넘어지고
재수란게 그런 거지 있다가도 없는 거지
세상살이 모든 것이 다 그런 거 아니오

- 송골매, '세상만사' 중에서



지금 삶에 고민이 있는가?

그렇다면 마법의 QnA 책처럼 어느 쪽이든 펼쳐 보라.

오늘의 운세가 궁금한가? 운을 점치듯 어느 쪽이든 답의 방향으로 인도해 주리라.



☞ 답답한 현실 속, 어디 가서 물어보고 싶은데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어 혼자 속 끓이고 있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단, '어떻게'에 목말라 계신 분들은 갈증이 증폭될 수 있으니 주의 요망합니다.


- 삶은 책, 읽어가는 날에 '아주 세속적인 지혜'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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