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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Nov 12. 2024

사유 식탁 THINKING & EATING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ㅣ 이용재 옮김 ㅣ 오렌지D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알랭 드 보통의 132가지 레시피


#시작  


양파다 양파

매끈한 표면에 고운 주홍빛을 띠는 껍질은

무미건조해 바스러질 듯하면서도 질기다.

속내를 보이기까지 단단히도 무장하여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한번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하면

겹겹이 싸맨 매력들을 발산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허를 찌르는

희로애락의 풍미가 주위를 압도한다.


눈물을 쏙 빼고 코끝을 톡 쏘는 향

다소 억센듯한 첫 겹을 떼어내는 재미

한 겹 한 겹을 떼어낼수록 맨질하고

여려지는 속내는 신선하기까지 하다.


날 것 그대로 입으로 직행해도

알싸한 아삭함에 손색이 없지만

볶고 굽고 푹 익혀 부드러워진

식감은 달짝지근한 맛을 자랑한다.


맵고 쓰고 달달하고 아삭한 맛을

내는 양파는 오묘하게 신선하다.

양파를 잘 먹지 못하는 내가

요리에 빠뜨리지 않고 넣는 이유다.


식재료를 인간의 미덕과 연결하고

요리라는 매개체로 우리의 생각과 감정

태도를 일깨우고 영향을 미치려는 발상이

양파처럼 신선한 책이란 인상을 받는다.



인생학교는 이 책을 통해 모두에게 보여주고싶다.  
식재료와 요리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일깨우고,
어떻게 현재의 문제에 직면할 태도를 갖추도록 돕는지를,
음식이야말로 생각을 떠올리거나 저장하고, 추억을 전달하는 방식으로서
우리 삶에 더없이 중요한 것이라고 믿는다.

- P15 중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면, 어떤 식재료는 마치 특정한 미덕을 지닌 것 같다.  
그런 식재료는 우리의 성격을 유지시키는 사유의 상징으로도 자리한다.  
미덕을 지닌 상징적인 식재료를 요리에 사용하면 우리의 육식뿐만
아니라 영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신적 변화를 꾀하면서도
감각적인 만족도 취하는 셈이다.  

- P21 중에서



저자가 우리 삶에 확고하게 자리 잡기를

바라는 열여섯 가지의 미덕을 상징하는

식재료들은 보통 우리가 흔히 쓰는 것과

서양에서 주로 쓰는 것이 섞여 있다.


예를 들어, 레몬은 희망의 상징이고,

아보카도는 안도감의 상징이다.

아보카도 파스타, 아보카도 게살 샐러드를

만드는 레시피는 아주 익숙하다.


호불호가 강한 민트는 지성의 상징이요,

달콤한 꿀은 친절의 상징이다.

꿀 마들렌과 그리스식 도넛 루쿠마데스를

만드는 레시피는 그냥 눈으로만 익힌다.


냉소의 상징인 케이퍼는 다소 낯설다.

요리에 능하지 못한 자의 낯설음인지는

모르나 상징하는 미덕에 마음이 끌렸다.

삶에는 약간의 냉소가 필요할 때가 있으니.


사유식탁


우리에게는 아주 약간의 냉소가 필요하다.
인간의 본성에 자리하는 어둡고 이기적인
구석을 정확하고도 침착하게 인식하는 능력 말이다.
.
.
케이퍼를 한 접시씩 먹기는 힘들겠지만
적절히 사용하면 아주 흥미로운 차이를
끌어낼 수 있다.  가령 식초에 절인 케이퍼는
수동적이고 밍밍할 수 있는 요리에 생생한
신맛의 방점을 찍는다.  그렇게 케이퍼는
불필요한 순수함과 지루함을 걷어내고,
명징하게 찡그리거나 미소 짓게 만든다.

- P53 중에서



그 외 핵심 식재료가 상징하는 미덕은 이렇다.


- 라임: 장난기         - 무화과: 성숙함               - 올리브유: 성숙함

- 가지: 예민함         - 피스타치오: 인내심         - 버섯: 비관주의

- 호두: 자기 이해     - 초콜릿: 자기애               - 마늘: 자기주장

- 달걀: 동정심         - 루바브: 감사하는 마음  



영혼의 허기를 달래기 위한 음식은

그 기본 식재료부터 우리의 감정 상태나

심리적 안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여 만들어 내야 한다는 발상이 돋보인다.


사유식탁


#중에  


"내일은 분명 힘든 날이 될 거야"


"맞다, 분명 그럴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즐겁지 않은 미팅이든
골치 아픈 연말 정산이든, 그것도 아니면 재결합을 원하는 헤어진
연인과의 대립이든, 덮어 두고 미뤄 온 많은 일들을 이제는 정말
직면해야 한다.

음식은 어떤 일도 직접 해결하지 못하지만, 마음을 가다듬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다. 음식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내일은 힘든 날이 될 테지만 수많은 날들 가운데 하루일 뿐이다.

우리는 삶의 고통을 직면해야 하지만 삶에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니며,
분명히 힘들겠지만 그것은 상대적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괜찮은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우리는 작으면서도 광활하고, 복잡하고도 단순하며, 매우 괴상하면서도 독특하지만,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일을 결국 올 것이고, 우리는 이번에도
능히 대처할 것이다."

- P142-143 중에서



월요일을 대하는 자세를 나만큼 고쳐야

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  언젠가부터

월요일은 병이 되었다. 어쩌다가 그리

되었을까 싶지만, 분명한 건 월요일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


월요일을 대하는 나의 관점을 재정비하자.

월요일은 힘든 날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저 내일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고

수많은 내일 중 하나의 내일일 뿐이라

그럭저럭 괜찮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내가 발버둥을 쳐도 어차피 월요일은

올 것이고, 나는, 우리는 능히 병을 이기고

괜찮은 내일로 월요일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잘 먹고 에너지를 비축해야 한다.

괜찮은 월요일에 대처할 오늘의 메뉴는 치킨이다.


내일은 뭐 먹지?


알랭드 보통은 일요일에 뭘 먹었을까?

월요일에는 뭘 먹을까?

궁금하다


- 월요일을 위한 세레나데

사유식탁



#마침 


'라면인 건가'

라면을 먹었다.

6개월여 만에 먹은 라면,

역시 맛있다.


역사상 이렇게 조화롭고

다이내믹한 음식이 있을까

인스턴트식품계의 마왕이라 할 수 있다.

라면.  훗. 너란 녀석. 물리치기 어렵다.


산해진미가 넘쳐나는 세상에

라면예찬이라니, 나도 참.

라면러버나 라면홀릭도 아니면서

'라면인 건가'라니



음식은 우리가 직접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자극을 제공한다.

- P339 중에서



6개월간 라면을 먹지 않았단 건

밀가루를 섭취하지 않았단 거고

밀가루를 섭취하지 않았다는 건

내 몸의 체질을 바꾸는 노력 중이라는 거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변화였고

운동과 음식이 그 첫 시작이었다.

밀가루와 라면은 아주 매력적인 유혹이었으니까


라면과 밀가루가 건강한 몸의

주적이라는 등의 의학적 지식이나

대단한 결의로 선택한 음식과 식재료가 아니다.

매력적인 유혹을 내가 뒤로 할 수 있느냐를 알아보고 싶었을 뿐이다.


6개월간의 실험은 끝났다.


마땅히 먹을 게 없을 때 먹는 라면

반찬 투정 끝에 찾는 라면

비 오는 날 칼칼함이 당길 때

콩나물을 왕창 넣어 끓인 시원함을 더한 라면


단순히 식욕을 채우던 라면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때

어떤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면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함을 상징하는 라면이 되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니

본문의 내용이 장식을 하고 있다.

다시 책의 앞쪽으로 향했다.

책 15쪽.  1. 음식 선언 중 14조 항




14.   최근 우리 사회는 건강을 위해 음식을 활용하지 못해 안달이 났다.
        그러나 정작 요리와 음식이 감정 상태나 심리적 안녕에 미치는 영향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식재료와 요리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일깨우고, 어떻게 현재의 문제에 직면할 태도를 갖추도록 돕는지를.  
음식이야말로 생각을 떠올리거나 저장하고, 추억을 전달하는 방식으로서
우리 삶에 더없이 중요한 것이라고 믿는다.

- P15 중에서



평소 먹던 라면 브랜드가 아니었음에도

라면이 라면 했다.  마성의 맛일 뿐만 아니라

목표를 달성했다는 기쁨 한 스푼이 MSG 작용을 했다.

'라면인 건가' 라면 예찬이 나온 이유다.



책, <사유식탁>은 단순히 음식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 공유가 아니라

식재료, 요리 과정과 음식 자체가 능동적으로 우리 삶에 어떤 사유의 과정을

일으키는지 통찰한다.



목차

I 음식 선언

II 레시피 - 핵심 식재료 ㅣ 우리 자신을 돌보기

              친구들과 함께 ㅣ 관계

              충분히 좋아 ㅣ 사유를 위한 음식

III 대화 - 잘 말하고, 잘 듣기

             대화 메뉴



우리 삶의 기본 욕구인 식(食)의 즐거움과 요리 레시피,

요리를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자 분들이라면 이 책으로 족할 것이다.


사유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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