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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녀책빵

[서평] 크래프톤 웨이 두 번째 이야기

이기문 ㅣ 김영사

by 친절한 마녀

#시작


어디에나 미친 자, 돌+I들이 있다.

범접하기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냥 미친 자, 돌+I는 주변을 힘들게 하고

세상을 품고자 하는 돌+I와 미친 자는 혁신을 이끈다.



이들은 한 마디로 일에 미친 사람들이다.

하루를 일 년같이 사는 사람들

하루에 일 년 치 일을 하는 사람들

’미친 사람들= 혁신하는 사람들‘

이 공식은 ’혁신=성장‘이란 공식으로 대체 될 수 있다.

단 꾸준히 일관되게 미쳐야 한다.


'#크래프톤웨이두번째이야기 : #배틀그라운드,

새로운 전장으로'는 미친자들의 성장이야기다.


2017년 서바이벌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 출시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일시정지 버튼 없음‘은

조직과 일에서의 혈투 그 자체이다.(피만 안 튀겼지)

장병규 의장과 김창한 PD의 정지 버튼 없는

날선 설전은 조직의 유연성과 포용성을

일면 드러내 주는 대목이라 할 수도 있다.


일단 내년 3월 말까지 개발비 10 배수 이상의 수익이 1,000억 원가량으로 예상되고, 그중 인센티브로 가정된 300억 원을 주야 하는지 고민스러워서 ’경영진과 배틀그라운드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오류‘라는 자기합리화와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는 명분을 개발하셨다는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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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비 10배수 이상의 수익이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는 말을 할 때 스스로에게 일말의 부끄러움은
없으셨는지요? 물론 억울한 것도 있으실 겁니다. 경영진은 ’경영진‘의 ’일‘이라도 하는데, 그것도
안 하면서 수익이 비슷하게 늘고 있는 다른 여러 사람을 잘 알고 계실 테니 말이죠. 하늘이 주신 선물을
감당하기 버거우실 것 같습니다. 저도 잠을 잘 못 자는데 경영진은 얼마나 더 힘드시겠습니까?

- 책 내용 중


대화가 뜨거워지면 종종 김창한은 장병규에게 ”의장님이 직접 하시든가요“ ”제가 나가고 의장님이 하시면 되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장병규는 ”너무 감정을 섞지 말자“며 그를 달랬다. 그러고선 집으로 돌아와 삭였다. 이따금씩 ’진짜 직접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치밀었지만 이내 생각을 멈췄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전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책 내용 중



이런 대화를 읽고 있노라니, ’이게 가능하다고?

이런 하극상이?? 다른 회사 같으면 그냥 해고 아닌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배틀그라운드에 미쳐 있는, 배틀그라운드로

미쳐버린 김창한에게 일시 정지 버튼은 없었다.“(책)

그는 배틀그라운드에 헌신한 구성원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보상을 요구했고 독립적으로 상장할 수

있는 구조로의 분사를 요구했다. 미친 자 김창한 PD를

장병규 의장은 달래며 소통을 멈추지 않았다.

품는자와 품어지는 자의 모습이다.



그 모습은 순환된다. 사내독립을 한 펍지의 대표가 된

김창한은 품는 자가 되어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승리를 위해 또 다시 치열하게 싸운다.

이번엔 조직이 아닌 시장과의 싸움이다.

이 치열한 싸움들이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실화인데 소설 같은. 휘모리 장단으로 몰아치듯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읽힌다.


무려 630여 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책에 놀라

어렵사리 첫 페이지를 열었다. 하지만 첫 문장에서

다음 장의 빼곡하게 들어찬 텍스트로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시간 싸움일 뿐 흥미 싸움은

아니겠구나 안도했다.


펜으로 밑줄을 긋다가 인덱스를 붙였다가

이내 관두었다. 그러다 온통 책 페이지의

색깔이 흰 바탕이 아니라 형광펜색과

인덱스 상품으로 변할 듯싶었다.

그냥 읽자, 그러다가도 내려놓지 못한 문장,

아니 단락은 아예 통으로 세로 괄호를 쳤다.


조직의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할지

구성원은 무엇을 하고

리더십은 어디에 집중하고 무엇을 향해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지, 경영 현장의 이야기가

날 것 그대로라 생생하게 그려진다.


내 상사가 내 인센티브를 위해 물불 안 가리고 경영진과 싸워 준다면 어떨까, 그런 터무니 없는 상상을 하며 다음 장을 넘겼다.




#읽는 중에


"가만히 있어도 어차피 죽을 거니까, 차라리 하고 죽자. 그는 직원들에게 실행 중심의 조직 운영을 강조했다. 일단 하자고. 무엇이든 하고, 결과를 보고 바꾸든지 하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든 하는 게 낫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책 내용 중에



배틀그라운드는 배틀로열 게임 장르의 원조이자

왕좌에 올랐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과거처럼

일은 진행되지 못했고, 외형과 내실의 불균형이 일어나며 문제에 직면했다. 이는 블루홀 역시 마찬가지였다.

블루홀과 PUBG는 양적 팽창에 걸맞은 내실을

다지기 위해 2018년 고군분투했다.



블루홀과 PUBG는 '따로 또 같이'에 상응하게

조직 문화를 만들고, 비전 정립 및 브랜딩을 하고

무엇보다 인재 육성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대외적으로는 제작리더십과 사업 협력을 확대

하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도 실행했다.



한 편의 드라마를 읽는 듯하다.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에 오가는 신랄하고 공격적인 말들은

주인공들의 대사 같고, 숨 가쁘고 치열하게 미래를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은 스펙터클 하다.

정말일까? 저자가 얼마나 가감하고 윤문을 했는지에

따라 다른 느낌일 테지만, 이런 조직이라면 아마 난

못 버텼을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다.



책 내용 중에

'된다고 정말 믿는다면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 스콜을 몰아세웠다.


저는 깨달음은 스스로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실력은 누가 키워주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해야 자신만의 방식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 싸움들은 갈등이 아니라 생산적인 충돌로 보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듣다 보면 싸울 만하니까 싸웠고, 싸울 이유가 있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서로 납득할 방향을 찾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온순해져 일에 몰두했다.


김창한은 조직이 처한 상황을 '탑승한 비행기를 계속 고치면서 날아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이전으로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옛것과 새것 모두를 만들고 또 뚝딱거리면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조직은 늙어갑니다. 조직은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성원들은 천천히 늙어가고 점점 높은 기본급을 원합니다. 성장하지 못하면 그들에게 나눌 것이 점점 부족해 집니다. 그러면 결국 언젠가 조직을 완전히 폐쇄해야 합니다.


2018년에 많은 일을 했다. 김창한은 '다양한 시도를 하자'고 말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열심히 했고 많이 배웠다. 반전을 일으키려고 내부에 부담을 많이 줬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수익과 고객 성과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블루홀은 보상 체계를 정비하고 복지 제도와

소통위원회를 만들었으며 사명을 변경했다.

'크래프톤'은 중세 유럽의 장연 연합을 뜻하는

'크래프트 길드'에서 착안해 명작 게임을 제작하는

장인 정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발자의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김창한은 PUBG의 미션과 핵심가치, 배틀로열

게임 장르의 핵심을 다시 정리하기 위해서

질문을 시작했다.

'우리의 본질적 가치에 스스로 집중했는가?'

'그 본질적 가치를 키웠는가?'

'이를 통해 우리가 만족했는가?'

'우리의 팬이 만족했는가?'




#마침


과장급 시절 잘 나가는 몇몇 게임 기업에

취업 면접을 갔었다. 나보다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청년들이 대여섯 명 앉아

직무보다는 게임에 대해 물으면 속으로

참 어이없어했더랬다.


”게임 좋아하세요?“ ”게임하세요?“

라고 물으면 가벼운 미소를 띠고 당당히

”아니오. 꼭 게임을 해야만 게임 마케팅이나

홍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라고 호기롭게 대답을 했고, 똑 떨어졌었다.


이후론 게임 업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서울에 판교에 삐까뻔쩍하게 들어서는

게임 기업의 간판들을 보며 살짝 후회도 했다.

되든 안되든 계속 도전해 볼 걸 그랬나, 싶은

얄궂은 마음이 간판에 홀려 들었던 것이다.


#크래프톤웨이두번째이야기 는

간절히 원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

배틀그라운드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운이었다.

이 행운을 지속적인 성장으로 바꾸기 위해

블루홀과 펍지가 도전하고 깨지고 배우고

다시 도전하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이야기이다.


2017년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이후

펍지와 블루홀은 급격히 커지는 조직 규모에

휘청였다. ’따로 또 같이‘라는 기치 하에

있었지만 내실을 기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들은 좌충우돌하며 길을 찾았다.


그들은 양적인 팽창과 그에 걸맞은 조직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착오와 반성, 그리고 배움을 반복하며

치열하게 냉정하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이 정도로? 라고 할 정도로 안주를 경계하며.



책의 후반부는 크래프톤웨이로 사명을 변경한

후 연합에 속한 게임들의 흥망성쇠, 펍지의

김창한 대표가 크래프톤웨이의 대표가 되어

전체 조직을 이끄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마치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는 전개 같다.


’게임 제작의 명가‘라는 정체성을 품고

끊임없이 도전했던 크래프톤의 2025년의 모습은?

2024년 연 매출 2조 7098억 원, 영업이익 1조

1825억 원을 달성,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2% 늘어난 규모다.


물론 매출만으로 좋은 조직이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그들이 걸어온 길을 읽노라니

그럴만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보이게

보이지 않게 절치부심, 와신상담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렸을 그들이 떠올랐다.


그러곤 오래전 게임 업계 면접 기억이 소환되었다.

아, 내가 갈 수 없었던 세계였구나

그런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던 그때의

내가 어이없게 느껴졌다. 떨어질만했다.

한편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장병규 의장이나 김창한 대표 같은 분과

나는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란 생각을 나 혼자 해봤다.

책 면면에는 장병규 의장과 김창한 대표의

행동과 말이 주를 이루는데, 날카롭기 그지없다.


너무 촘촘하고, 너무 냉정하고, 때론 숨 막힌다.

그런데 또 하나하나 다 수긍이 가고 합리적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에 수없이 밑줄을 그어댔다.

날카롭고 차갑지만 현실적이고 실제적이라서

조직의 구성원 누가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급성장하며 급팽창하고 있는 조직 수장부터

개발, 기획, 재무, HR, 마케팅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에 걸쳐 참고할 만한 대목이 많다.

어떻게 일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가이드가 돼줄 것이다.


마케터로서 브랜딩과 마케팅, 경영 관점에서

실제 사례 연구로 사용해도 될 만한 내용들도

접할 수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부터 우리 브랜드가

어떤 모습이고 어때야 하는지를 잘 드러낸다.


크래프톤의 길은 정체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며 실패하고, 그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다시 도전하며 전진하는 길이다.

ㅤ그것이 지금의 크래프톤을 만든 초석이라

짐작해 본다.


게임 속 전쟁터보다 더 긴박하고 치열했던

비즈니스 전쟁에서 이기는 싸움을 하고자

기를 쓰며 변화한 <크래프톤웨이 두 번째 이야기>는

한 편의 대하드라마 같았다. 부분 부분 장황한 서사에

살짝 위기도 있었지만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었다.


- 삶은 책, 읽어가는 날에 ‘크래프톤웨이 두 번째 이야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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