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Q]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해야죠

디지털타임스 부동산유통부 유통팀 김수연 팀장/기자

by 친절한 마녀
[미디어 Q]는 홍보 담당자에게 가장 가깝고도 먼 관계인 언론사 기자를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주로 IT 기자를 만나지만 가끔 그 범위를 벗어날 때도 있습니다. 미디어 지형과 환경, 평소 기자에게 궁금했던 내용들을 질문하고, 홍보 담당자가 언론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전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기자와 홍보 담당자가 서로의 환경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일곱 번째. 여전히 호기심이 많은 사람


창밖으로 벚꽃이 흩날리는 계절입니다. 흐드러지게 핀 꽃잎을 보고 있으면, 문득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이 떠오릅니다. 멀리서 보면 한없이 다정하고 부드럽지만, 그 생명력을 지탱하는 줄기만큼은 누구보다 단단하고 곧은 사람. IT 담당 시절 처음 인연을 맺어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본 그녀는, 그런 '벚꽃'을 닮은 입체적인 매력의 기록자입니다.


그녀의 시선은 늘 낮고 따뜻한 곳을 향해 열려 있지만, 팩트를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차갑고 날카로워집니다. 긴 대화 동안 그녀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호기심'과 '소통'이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빼도, 저는 여전히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에요."라며 수줍게 웃는 모습에선 기분 좋은 반전 매력마저 느껴졌습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쏟아낸 그녀의 통찰은 벚꽃 향기처럼 부드럽게 스며들었다가, 이내 묵직한 화두가 되어 가슴에 남았는데요. 영화감독을 꿈꾸던 소녀가 어떻게 18년 차 기자가 되었는지,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AI 시대에 역설적으로 더 빛나는 '업의 본질'과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태도'는 무엇인지, 홍보 담당자와 기자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보도자료 작성에 대해서도 들어 보았답니다.


꽃비가 내리는 오늘, 디지털타임스 김수연 기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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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저는 기자예요. 항상 새로운 걸 찾아서 다니는 호기심 많은 기자.



Q. 기자라는 직업을 빼고 자신을 소개한다면?

- 직업을 빼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은, 호기심 넘치는 사람이에요.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하고 시도해 보길 좋아해서 시도도 많이 하고, 취미든 독서든 기록이든 뭐든 직접 해보는 편이에요.



Q. 호기심이 기자라는 직업에 얼마나 필요할까요?

- 호기심이 있어야 그냥 지나칠 것도 제대로 살펴보는 거라 생각해요. 제 경우에 단독 기사는 다 그렇게 썼어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말을 포착해서 더 알아보고 취재했죠. 대화 상에서 나온 말들을 왜 그럴까 곱씹어 생각하다 기사로 이어졌는데, 단독 기사로 반향을 일으킨 기사도 있었어요. 이렇게 기자한테 호기심은 기사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봅니다.



Q. 의미가 있었던 단독 기사를 소개한다면?

- 몇 가지 생각나는 기사들이 있는데, 최근 기사 중에는 ‘불법 니코틴 함량 전자담배’ 관련 르포 기사가 있어요. 요즘에 서울 일부 지역 주택가에서 니코틴 원액을 불법적으로 고농도 상향한 담배를 소비자들이 쉽게 구할 수 있다, 더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실제 그런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죠. 그래서 취재를 하게 되었고, 기재부나 기후에너지 담당 부서의 코멘트까지 담을 수 있었던 기사였어요.

※ 참고 기사> [단독] ‘살인 니코틴’ 버젓이 팔린다…눈 감은 기후부 “몰라서”

※ 이후 재경부가 직접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는 후속 보도가 나왔다.> 재경부, 불법 니코틴 전자담배 "직접 관리"


그리고 작년 말에 쓴 쿠팡 관련 기사도 기억에 남고요. 단독 기사가 여러 매체로 확산되면서 영향력을 체감했던 사례였어요.

※ 참고 기사> [단독] 김범석 동생 김유석, 4년간 쿠팡서 140억 챙겼다


또 하나는 2023년에 썼던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기사입니다. 피해자분을 직접 찾아가 집에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자로서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 참고 기사> [가습기살균제 피해 `상처뿐인 12년`-상] 결론없는 공청회·책임회피 소송까지… 지워진 피해자들



Q. 보람이 무척 컸겠습니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관련 기사는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마음은 무거웠지만, 우리가 계속 보고 기억해야 할 장면을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자로서 의미와 보람을 느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불법 니코틴 기사 경우는 "주택가에서 불법적인 고함량 니코틴 원액이 거래된다"는 말을 지나치지 않고 취재를 한 것이 주요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불법 유통 현장을 목격하면서 취재하기 시작했죠. 결국 정부의 단속 강화라는 변화를 끌어냈을 때, 또한 기자로서 할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Q. 기자가 원래 꿈이었나요?

- 사실 중학교 때까진 영화감독이 꿈이었어요. (웃음) 이후 방송 활동을 하면서 언론고시를 준비했는데, 그때 진로를 좀 더 고민하게 됐고 현실적으로 기자가 더 맞는 방향이라고 판단하게 됐어요. 기자가 적성에 맞는 일일 수도 있는데, 고민보다 직접 경험해 보자는 마음이었죠. 결국 기자가 되고 보니, 시대와 사회를 바라보고 그것을 어떻게 담아내느냐의 문제라는 점에서는 영상과 기사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Q. 방송 활동으로 시작해 신문 기자로 전향하신 과정이 궁금해요.

- 시작은 KTV(국정방송) 프리랜서 취재 담당자였어요. 2년 정도 직접 섭외하고 리포팅하며 방송 원리와 구조를 배웠죠. 하지만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며 느꼈던 '글의 깊이'에 대한 갈증이 컸어요. 결국 IT 전문지인 아이뉴스24로 옮기며 본격적인 펜 기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현장의 기록, 믿는 구석은 IT



Q. 18년 차 기자세요. 경력을 보면, IT부터 바이오, 유통까지 분야가 정말 다양합니다.

- 네. 첫 분야가 IT 분야였는데, 햇수로 6년, 에너지ㆍ디스플레이 산업부 3년, 제약ㆍ바이오 3년, 그리고 유통 6년 차가 되었네요.



Q. 분야별로 느낀 점이 있다면?

- 유통은 가장 재미있는 분야예요. 먹고, 입고, 사용하는 모든 것이 연결된 영역이라, 기사와 일상이 따로 놀지 않죠. 삶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사가 되는 느낌입니다.


제약·바이오는 코로나 시기를 지나오며 같은 이슈를 반복적으로 다루게 되면서, 어느 순간 소진이 크게 느껴졌던 분야였고요.


에너지는 제도와 산업이 함께 움직이던 시기였어요. 탄소배출권과 신재생에너지가 ESG와 맞물려 떠오르면서 규제가 생겨났고, 그 사이에서 기업들은 고민하고, 또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냈죠. 그 흐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기자로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시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IT는 점점 모든 산업을 연결하는 축에 가까워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밀접도가 더 강해지고 있고, 지금은 하나의 구심점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처음 입문했던 IT 경험이 기자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 지금은 거의 모든 산업이 IT와 연결되어 있잖아요. 유통도 결국 데이터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고, 보안이나 시스템도 다 연결돼 있어요. IT를 경험해 보면 다른 산업을 볼 때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IT는 꼭 한 번 해보라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Q. 나에게 IT란?

- 믿는 구석. 필살기이자 보람이에요. 기자로서 제 경력의 단단한 뿌리가 되어 주었죠. 처음에는 '스토리지'나 '보안' 같은 용어가 문과생이었던 제겐 외계어 같았죠. 하지만 그때 모르는 걸 창피해하지 않고 전문가들에게 매달려 배운 덕분에, 어떤 복잡한 산업을 취재해도 겁내지 않는 맷집이 생겼습니다.



Q. 최근 유통 분야 취재를 할 때도 IT 경험이 도움이 되나요?

A. 그럼요. 요즘 유통은 '데이터'와 '플랫폼' 싸움이잖아요. 과거 보안과 시스템을 취재했던 경험이 있으니, 쿠팡의 보안ㆍ데이터 정책이나 이커머스의 시스템 오류 이슈를 볼 때 다른 기자들보다 한 발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는 '믿는 구석'이 되었죠.



Q. 현재 유통 분야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가 있나요?

- '수익화 모델로서의 AI'입니다. 이제 AI가 글을 써주는 단계를 넘어, 실제 매출을 일으켜야 하는 시점이에요. 개인적으로 N사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데,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최적의 상품을 제안하는 '대화형 쇼핑 가이드'가 이커머스 판도를 바꿀 핵심이 될 거라 보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 그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 주고, 대화 속에서 구매까지 이어지는 구조죠. 검색이 아니라 대화로 소비가 이루어지는 방식이 앞으로 중요한 변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Q. 다음에 다른 분야를 맡게 된다면, 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 글쎄요. 다 호기심이 생겨서요.(웃음). 한 가지 그런 생각은 해요. IT로 돌아간다면, AI 분야를 취재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이론처럼 언급하고 자랑하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현실화가 되어 숫자와 비즈니스로 얘기되고 있는 것들이 많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진실한 소통이 최고의 홍보전략이다



Q. 취재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나요?

-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모르면 독자도 몰라요. 기업 임원을 만나든 현장 직원을 만나든, 기본적인 것부터 설명을 요청하고, 이해가 안 되면 이해될 때까지 묻고 또 물어서라도 이해한 뒤에 기사를 써요. 알아야 쓸 수 있고,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쓸 수 있으니까요.



Q. 많이 배웠겠어요. 한편으로는 귀찮아하지는 않았을까요?(웃음)

- 문과생이었던 제가 IT를 취재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웃음) 하지만 인터뷰하고 취재해야 하는 분들이 대부분 베테랑이셨기 때문에, 아는 척을 하면서 질문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죠. 용어 하나하나가 낯설었고, 산업 구조도 이해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자는 계속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구나’라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가서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가르쳐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귀찮으실 수도 있었을 텐데, 대부분 흔쾌히 설명해 주셨고 그 경험이 제게 공부하는 태도를 만들어준 계기가 된 것 같아요.(웃음) 또 하나 재미있는 건, 그때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 나중에 보니 다 각자의 자리에서 잘 자리 잡고 계시더라고요.



Q. 기억에 남는 취재 대상이 있다면요?

- 보안 관련 이슈를 취재할 때 만났던 한 기업 임원이 기억에 남아요.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셨고, 어떤 지점과 핵심을 봐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주셨지요. 그 덕분에 기사를 더 깊이 있게 쓸 수 있었던 경험이 있어요.



Q. 그분도 잘 자리 잡고 계신가요?

- 네. 맞아요. 얼마 전 생각이 나서 기사를 찾아보니 기업의 대표님이 되셨더라고요!


하하하. 김 기자님이 취재 문의를 하면 모두 친절하게 대답해 주시면 좋은 일이 생기겠네요. 이제, 기자와 가장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는 기업 홍보 담당자와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드리려고 해요.



Q. 기업 홍보 담당자와의 관계에서 중요하게 보는 점이 있나요?

- 어떤 사실을 숨기려는 대응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질문하는 건데 부정만 하면 오히려 더 취재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어요.(웃음) 반대로 회사의 곤란한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기사와 회사 사이의 접점을 함께 고민해 주는 분들과는 오래가는 파트너가 됩니다. 회사 입장과 기자의 역할을 함께 고려하는 대응이 중요하다는 건데, 이를 통해 신뢰를 쌓게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AI가 보도자료를 쓰고, 배포 대행 서비스도 늘고, 미디어 광고 상품도 다양해지면서 직접 기자와 관계를 맺는 것을 불필요하게 보거나,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끼는 기업도 많다고 합니다.


Q. 이런 PR 환경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계세요?

- 보도자료 중심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아진 건 사실이에요. 그 방식이 서로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그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결국 사람 간의 소통이 중요해요. 평소에 쌓아둔 관계가 없으면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 생깁니다.


매뉴얼이 있다고 해도 모든 상황을 커버하기는 어렵습니다. 각각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매뉴얼만으로는 한계가 생기죠.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소통을 시도하면, 양쪽 모두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형성되기 쉽지 않습니다.



Q. 그런 상황에서 홍보 담당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겠네요?

- 그렇죠. 예전에 보안 분야를 취재할 때 ‘위험이 생겨야 존재감이 드러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홍보 담당자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이슈나 위기 상황이 생겨야 그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되죠. 이해는 되지만 아쉬운 부분입니다.


홍보 담당자가 없는 기업은 문제가 생겼을 때 갑자기 기자와 소통을 시도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기업이 평온하다고 해서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그래서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내공과 네트워크를 갖춘 홍보 담당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인재 한 명이 기업 입장에서는 하나의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어요.


갑작스럽게 상황이 발생한 뒤에 인재를 찾으려 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설령 채용하더라도 조직에 대한 이해나 외부 네트워크가 부족해 초기 대응이 어려울 수 있어요. 오히려 평소에 숙련된 홍보 담당자가 기자와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 지금 시대에는 더 기업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AI 시대일수록 ‘휴먼터치’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보는 거네요.

- 그렇다고 생각해요. AI로 대응하는 방식은 평온한 상황에서는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 자체가 훨씬 다양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잖아요. 정해진 매뉴얼이나 자동화된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AI에게 대응을 맡기거나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어요. 결국 책임은 사람이 지게 되니까요.


그런 점에서 보면, AI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오히려 모순적인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랜 기간 홍보를 담당했던 사람으로 크게 동감합니다.



기자는 시야를 넓혀주는 사람을 기억한다



Q. 기자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소통’이란 무엇인가요?

- 기본적으로 쌍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오가면서 확장되는 거죠. 처음에 제가 생각한 결과가 1이었다면, 대화를 거치면서 그게 몇 배, 몇 제곱으로 커지는 경우. 서로 주고받으면서 생각이 더해지고, 결국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상태를 좋은 소통이라고 봅니다. 쌍방향 확장형 소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반대로 ‘나쁜 소통’은 어떤 경우일까요?

- 흐름이 끊기는 경우입니다.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뚝뚝 끊기는 느낌이요. 예를 들어 1을 이야기했는데, 그게 확장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1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 교차 검증(cross-check) 과정에서 사실을 숨기려고 하면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더 큰 이슈로 돌아오게 되죠. 결국은 솔직하게, 연결되는 소통이 가능한 구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확장형 소통이 가능한, 기억나는 홍보담당자가 있다면?

- 유통 분야에서 한 분이 떠오르는데요. 기자 입장에서 먼저 찾아가고 싶어지는 분인데,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 산업을 바라보는 인사이트를 계속 던져주세요. 예를 들어, 한류로 K-뷰티와 K-패션이 성장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이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어지려면 결국 ‘K-명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어요. 단순한 트렌드 설명이 아니라, 산업의 다음 단계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선이었죠.


기자는 결국 보는 만큼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시야가 넓으면 콘텐츠도 달라지고, 취재의 깊이도 달라지죠. 그분은 만날 때마다 그 시야를 조금씩 넓혀주는 분이에요.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인사이트가 아니라, 본인이 속한 산업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 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멋진 분이 계시는군요. 저도 찾아가 만나고 싶네요. 하하하


Q. 홍보 담당자가 기자와 소통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Top 3)

- 기자도 홍보 담당자도 다 달라서 표준화되거나 절대적인 건 없어요. 다만, 제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세 가지를 말한다면,

우선, 숨기려 하지 않는 태도. 이미 어느 정도 파악된 상황에서 사실을 감추려고 하면, 오히려 취재가 더 깊어지고 결과가 더 크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속도 중심의 대응. 기자는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 많아요. 한 번에 완벽하게 정리하려 하기보다, 줄 수 있는 것부터 빠르게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끝까지 찾으려는’ 태도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담당이 아니더라도 답을 찾아주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단순한 응대를 넘어, 신뢰로 이어지거든요.



보도자료는 길이가 아니라 ‘읽히는 구조’가 핵심



Q. 보도자료 확인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사항은 무엇인가요?

- 이 부분도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것을 참고해 주세요. 세 가지 정도 말씀 드리면,

첫 번째는 중요한 내용부터 배치하세요. 첫 몇 줄 안에 핵심 메시지가 드러나야 해요. ‘이 보도자료가 무엇을 말하는지’ 바로 보여줘야 해요.


두 번째는 부제목 활용. 전달하고 싶은 핵심 키워드를 2~3줄 안에 정리해서 한눈에 내용이 들어오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끝으로 분량은 한 페이지 내외. 길이보다 ‘읽히는 구조’가 중요하니까요.



Q. 보도자료는 왜 한 페이지 내외가 좋은가요?

- 하루에도 수많은 보도자료가 들어와요. 기자가 한 건마다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짧죠. 핵심이 바로 보이지 않으면 그대로 닫히는 경우가 많아요. 중요한 핵심 사항은 처음 봤을 때 ‘아, 이 얘기구나’가 보여야 해요. 길면 핵심 파악 전에 피로가 먼저 오거든요.


담당자분들이 얼마나 애써 쓰신 건지 알기에 최대한 자세히 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그렇습니다. 참고로, 짧아도 내용이 좋으면 기자가 추가 요청하거나 취재로 이어진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좋은 보도자료는 어떤 형태라고 생각하나요?

- 단순 기업 소개를 넘어서 ‘의미’와 ‘흐름’을 담아낸 보도자료입니다. 해당 이슈가 산업에서 갖는 의미, 예를 들어 이전 수주/성과 → 현재 결과 → 향후 확장 연결/시장 흐름과의 연결성이 보이면 좋아요.



단순히 ‘읽히는 정보’가 아니라 ‘이해되는 서사’가 중요하다고 보시는 거군요.



Q. 반대로, 보도자료에 지양해야 할 표현이 있다면 세 가지 정도 얘기해 주세요.

- 과장 표현은 지양할수록 좋습니다. “세계 최초” 등 검증이 어려운 표현은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요.

그리고 경영진 찬양 문장. 자화자찬이 길어질수록 핵심 메시지가 흐려지거든요.

마지막은, 어색하거나 불필요한 영어 표현은 신중하게 하시면 좋아요. 예를 들어, ‘론칭’은 출시, 공개 등의 우리나라 말로 전달이 가능한데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어요. 상황에 맞게 신중하게 사용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혜택을 제공한다” 같은 추상적 표현은 구체성이 떨어져 전달력이 약해요.



홍보 방법에 대해 기자님의 개인적 의견을 종합해 보면,

• 소통은 속도와 태도의 문제다.

• 보도자료는 길이가 아니라 구조다.

• 좋은 자료는 단순 ‘정보’가 아니라 ‘이해’를 만든다.


Q. 이렇게 보면 될까요?

- 네, 맞습니다. 하하하



Q. 평소 홍보 담당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 기업에 아픈 기사를 많이 쓰는 기자라는 인식 때문인지, 처음 만날 때 긴장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사람은 아니라고 전하고 싶어요.


호기심이 많아서 질문이 많을 뿐이에요. 대화 주제가 다양하다 보니 질문이 갑자기 들어갈 때도 있는데, 그걸 부담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결국 소통은 소통이니까요. 서로 이야기 나누는 과정 자체를 편하게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Q. 가장 기분 좋은 말은 어떤 말인가요?

- “기사 잘 봤어요." "그 기사 좋더라.” 이런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지금을 살고 다음을 생각하다



Q. 기자라는 직업을 잘 선택했다고 느끼나요?

-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자기 주도적인 부분이에요. 조직에 속해 있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취재 아이템을 정하고, 동선을 만들고, 그 결과를 글로 보여주고,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지는 구조죠.


그 과정에서 보람도 느끼고 재미도 느낍니다. 아직까지 지겹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Q. 만약 기자가 아니었다면, 어떤 일을 하고 계실 것 같나요?

- 여행 관련 일을 했을 것 같아요. 여행 작가나 크리에이터 쪽이었을 것 같습니다. 제주도를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책방을 찾아다니곤 해요. 책을 항상 들고 다니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글도 쓰게 되고요. 경주도 좋아하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일본도 좋아하는데, 갈 때마다 콘텐츠가 새롭게 보이고, 골목이나 로컬 문화가 살아 있는 곳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시는군요.


Q.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책이나 문장이 있다면요?

- 최근에 다시 읽은 책은 「무진기행」입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로 접했던 작품인데, 다시 읽고 싶어서 찾게 됐어요. 평소에도 인상적인 문장은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해 두는 편인데, 최근 기억에 남는 문장은 삼일절에 읽었던 「존 맥스웰 리더십 불변의 법칙」에서 나온 문장입니다.


생전에 나무 그늘에서 쉬어볼 기회가 없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굳이 나무를 심으려는 사람들의 뜻을 우리는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문장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유산을 남길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의미가 깊은 문장이네요. 내가 만져보지도 못할 나무를 미래를 위해 심는 사람들의 뜻이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을 콕 짚어 얘기했네요.


Q. 앞으로 기자로서 어떤 방향을 그리고 있나요?

- 최근에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ESG 트랙으로 석사를 마쳤습니다. 앞으로 기업과 국가 모두에게 중요한 화두는 결국 ‘지속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전달하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특히 ESG 중에서도 G, 즉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보고 있는데, 의사결정은 결국 지배구조에서 나오고 지속가능성 역시 그 구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공시나 제도, 실제 변화처럼 눈에 보이고 검증 가능한 영역을 중심으로 다루고 싶습니다.



Q. 지배구조(G)의 방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주인을 ‘오너’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 역시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 구조가 개선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배구조는 결국 모든 의사결정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ESG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G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Q. 개인적으로 올해 목표가 있다면요?

- 건강입니다. 그리고 공부를 해온 만큼, 이제는 배운 것들을 실제로 활용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Q.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어떠세요?

- 아직 돌아보기에는 더 살아봐야 할 것 같아요. 아직 더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큽니다.(웃음)



Q. 과거와 미래 중 어디에 더 의미를 두시나요?

- 지금이 제일 좋습니다. 교육자셨던 부모님의 확고한 가치관으로 취업준비생 시절부터 독립하여 고시원 생활을 했고, 재정적으로 쉽지 않은 시기를 보냈어요. 그런 시간을 지나오면서 지금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당시에는 부모님이 야속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를 견뎌봤기 때문에 지금은 웬만한 거에 두려움이 크지 않거든요. 하하하. 미래보다도 지금이 가장 젊은 순간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의 나에게 한 마디를 해준다면?

- “오늘도 수고했어”



그간 애써 좋은 기사를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고요~

휴일에도 시간 내서 깊이 있는 대화를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무를 심는 마음, 그리고 그 너머의 지속가능성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김수연 기자가 인용한 문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요. “생전에 그늘에서 쉬어볼 기회가 없을지라도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마음.” 그 문장 안에는 직업을 넘어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18년 차 베테랑 기자에게서 얻은 통찰은 명료했습니다. 전문가라는 이름 뒤에 숨기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고 배우려는 태도가 소통과 관계의 필살기가 된다는 것. 기자는 남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이 궁금해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기자로서 가장 강력한 '지속가능성'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 멈추지 않는 질문들이 쌓여 누군가에게는 진실의 그늘이 되어주고, 우리 사회를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이제 그녀는 학교에서 쌓은 ESG 전문성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하는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녀가 심어 나갈 수많은 질문의 나무들이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지, 그리고 그 질문들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조용히 기대해 봅니다. 우리 사회에 더 깊고 넓은 그늘을 만들어주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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