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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Oct 29. 2020

서울 가니?

일하러 가는 건 아닙니다만

어제처럼 오전 일찍 약속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분주하다.


서울 가니?


"네"


일이든 약속이든 내가 외부로 행차를 하는 날이면 강여사는 행선지를 확인하고는 나와 보조를 맞춰 덩달아 분주하다.


잠이 많은 나는 일분이라도 더 자려 버티다 허겁지겁 나가는 바람에 아침밥은 거의 먹질 못한다.  너무 오래 굳어져 이제는 습관에 가깝다.

 

강여사는 "미숫가루 타 줄까, 감자를 쪄줄까, 뭐 먹고 갈래, 아니면 뭐 좀 싸 줄까?"

하며 물어본다.  요즘 날이 추워지니 빈 속에 더 추울까 봐 걱정인 모양이다.


"아니요. 괜찮아요.  나가서 먹을게요."


급히 나갈 채비를 하는 딸내미 시간을 줄여주려 미리 챙겨놓은 옷들을 옷걸이에서 빼내 탁탁 털어 갈아입기 편하게 내 옆에 놓아주기도 한다.


"하하하. 기분 좋네.  난 엄마가 옷 털어줘서 좋은데, 엄마는 팔 아파서 어째?"

어제는 그런 강여사를 보니 찡한 마음이 들어 애교를 섞어 말 한디를 건넸다.

 

"그거 한다고 아프고, 안 한다고 안 아프나.  
팔 아파도 우리 딸이 예쁘게 하고 나가면 난 기분 좋아~"


이 먹먹, 감동은 또 뭐래...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데, 애써 참으며 장난끼 섞인 웃음 소리로 얼른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헤헤헤. 감사합니다용~~~"

"천만에용~~"




"다녀오겠습니다!"

약속 시간에 맞추려 헐레벌떡 뛰쳐나오며 대충 소리쳐 인사를 하면 강여사는 같이 뛰어나와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신발 신는 딸내미 시간을 한번 더 줄여 준다.


"우리 딸, 잘 다녀와~"

손을 흔들고 고대를 끄덕이며 나의 외출 인사에 화답한다.




저녁시간, 집으로 돌아오면 으레 이어지는 대화가 있다.


"서울 잘 다녀왔어?"

"네"

"뭐 강의라도 하나 들어왔어?"

"아니"

"그럼 다른 일거리 계약했어?"

"아니. 그냥 사람들 만났는데... 왜요?"

"어 아니... 서울 다녀온다길래."

"아... 하하하. 다음에 서울 가면 일 따올게요."

"그래 그래. 그래야지 그럼. 하하하. 밥 먹어야지?"

"네"

"그래, 어서 씻고 나와. 밥 차려 놓을게."


PS.  믿고 말하는대로 이루어질지다.

오랜 시간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뒤늦게 프리랜서의 길을 걷고 있는 딸이 늘 걱정인 강여사

강여사에게 나의 서울행은 일과 직결된다.  모든 직장 생활과 프리 일을 서울에서 했고, 또 하고 있기 때문이다(참고로 난 경기도 거주자다. 서울과 1시간 정도 거리의 수도권이다).


코로나19로 일거리가 줄면서 내 시름이 늘었던 만큼 강여사의 안타까움도 비례해 늘었다.  대놓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천하태평처럼 보이는 딸내미를 보며 속이 타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을 우리 강여사. 그 속도 모르고  혼자 '룰루랄라'하고 다녔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다.


물론 처음부터 콧노래 부르며 속 편하게 지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어쩌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에 마음 쓰고 애쓰는 건 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지 않겠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평온히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리라 마음을 다잡으니

내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하지만 일이 줄어든 딸내미를 보는 강여사의 마음은 또 다르겠지.  다 헤아릴 수야 없지만 어림짐작은 간다.  강여사의 염려를 덜기 위해서라도 나의 다음 서울행에는 더 많은 일들을 창조하도록 선택하고 행동해야겠다.  


그러다 보면, 자유롭게 다니며 더 많은 일들을 맡는 날이 오겠지.

"서울 가?"

"응. 계약하러!"


강여사, 기대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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