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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Oct 07. 2020

너와 나 우리 사이에

모녀 싸움은 칼로 물 베기

기분 좋을 때 강여사는 "알았어. 알았어"하며 무슨 말이든 술술 다 듣고 넘기지만

기분이 별로인 날엔 진정 진저리를 치는 통에 나는 종종 강여사에게 삐치곤 한다.  

이삼일 꼴로 발발하는 전쟁은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전쟁의 발단은 주로 강여사 건강관리와 대화법이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함께 운동을 나갔는데 가을바람이 꽤나 찼다.  

기관지가 약한 강여사는 목과 머리에 찬 바람이

들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엄마 한 곳이라도 좀 멀쩡하자 응? 좀 덥고 불편해도 모자 써 응?

"아 더워"

"약속했잖아 엄마~ 엄마, 자꾸 그러면 진짜 나 속상해"

"아이 그만해 그럼. 나한테 신경 꺼~어"

  ......(침묵)


내 마음을 몰라주는 강여사의 말에 난 기어코 빈정이 상했고 잠시 신경을 끄기로 했다.


끄라면 끄지 뭐. 내가 못 끌까 봐? 쳇, 내가 신경 끄면 강여사만 힘들지 모


그러곤 눈길 한 번,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강여사를 투명인간 대하듯 했다.  

나는 한 번씩 요렇게 못된 년마냥 독을 품는다.  뭐랄까. 딸이 삐치면 이렇게 무섭다는 걸

보여주는 거랄까. 이럴 때 내가 진짜 천하의 나쁜 년이란 걸 스스로 실감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난 강여사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더 나은 소통을 바라니까.



오늘 아침 강여사는 검은콩 미숫가루와 초코파이를 내 앞에 내밀며 물었다.

"서울 가?"

나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로 침묵했다.

강여사는 내 얼굴 앞에 얼굴을 내밀고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서울 가?~~~"하며 다시 물었다.

"ㅎㅎㅎㅎㅎ" 웃음을 꾹 참아 보려 했지만 이내 터지고 말았다.  웃는 내 얼굴을 보고서야 강여사가

화해의 말을 건넸다.


너와 나 우리 사이에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래~


"ㅎㅎㅎㅎ 우리 사이니까 그런 거 가지고 그러지. 남이면 엄마 걱정하겠어?"

"그래 그래 알았어. 서울 가니?"

"응"

"초코파이 하나 싸서 가방에 넣어줄까?

"아니야"

"그래, 어서 이거 먹어"

"응.  엄마 오늘 나 늦어. 사람 좀 만나고 볼일 보고 오면 늦으니까 기다리지 마시고 주무세요"

어쩌고저쩌고~ 언제 싸웠냐는 듯 계속 쫑알쫑알~~


강여사와 말다툼을 하고 내가 삐치는 날이면 강여사는 어김없이 먹을 걸 건네며 귀여운 애교를

선사한다.  초코파이는 사과다.  강여사의 귀여운 사과의 징표.

이러니 내가 화가 풀리나 안 풀리나.  

  

강여사와 나 우리 사이의 싸움은 늘 칼로 물 베기다. 우리 사이애(愛)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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