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마케팅] 시사저널 연재 시리즈 ⑥ 콜라보 마케팅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쉬운 일도 함께 하면 혼자 하는 것보다 더 쉽다는 뜻의 우리나라 속담이다. 최근 여러 기업이 협업하는 콜라보 마케팅(collaborative marketing) 열기가 뜨겁다. 쉬운 일도 함께 하면 수월해지는 법인데, 하물며 비즈니스를 지속시키는 것과 같은 어려운 일을 위해 기업들이 협업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영위를 위해서는 기존의 마케팅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기업과 기꺼이 협업하라고 조언한다.
69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제분의 ‘곰표’ 밀가루는 콜라보 마케팅의 간판스타다. 요즘 유행어로 유통업계를 ‘찢었다.’ 밀가루 포대처럼 보이는 촌스러운 디자인의 곰표는 하얀 밀가루란 정체성과 ‘표곰이’ 캐릭터를 활용해 2018년 곰표 티셔츠를 시작으로 패딩, 맥주, 화장품 등 이색적인 콜라보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콜라보 전략으로 ‘갬성 돋는 귀여움’이란 브랜드 인상을 획득한 곰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던 MZ세대의 돈과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으며 ‘핵인싸’로 떠올랐다.
콜라보 마케팅은 일반적으로 마케팅 비용 절감과 함께 기업의 브랜드 홍보, 인지도 확보, 매출 증대 등의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협력한 기업들은 경쟁이 아닌 상호 호혜적인 파트너로 목표 시장에서 새로운 마케팅 기회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브랜드에 생기를 불어넣고 고객의 새로운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자원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 만족은 물론 새로운 고객 창출이 가능하다.
뭉치면 뜬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콜라보 브랜딩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브랜드다. 2019년 아디다스는 미국의 대표 아이스티 브랜드 아리조나와 협업한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아리조나 아이스티를 상징하는 99센트 가격과 특유한 패키지 디자인을 새긴 스니커즈가 99센트에 뉴욕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되자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고, 결국 뉴욕 경찰이 출동해 공공 안전을 위해 폐쇄를 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후 해당 스니커즈는 정식 발매되었고, 다른 운동화 모델의 콜라보로 이어졌다.
두 브랜드는 18-34세 사이의 ‘쿨(cool)’한 고객을 대상으로 가성비 높은 제품을 많이 판매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브랜드의 메시지는 이질감 없이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었고, 브랜드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커졌다. 독특하고 특별한 제품에 매력을 느낀 고객들은 지갑을 열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아디다스는 지프, 고프로와 함께 세 아웃도어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모험 정신’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브랜드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꾸준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간 콜라보는 주로 공동 이벤트를 하거나 한정판 제품 출시 및 서비스를 통합하는 형태가 많다. 이때 서로 다른 산업 군에 속하더라도 비즈니스 목표와 잠재 고객을 서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의 목표에 따라 기업 간 비즈니스를 연결하고, 시장을 개발해 비즈니스 범위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간 시장의 유사성이 높고 브랜드 정체성이 비슷하여 공통적인 특성이 많으면 마케팅 선택과 기회의 폭이 확장되고, 경쟁 없이 목표 고객에게 도달하는 데 용이하다.
직장을 벗어나 원하는 일을 하는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무직 상태의 뚱뚱한 호랑이, 일명 ‘뚱랑이’ 캐릭터로 MZ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일러스트 브랜드 ‘무직타이거(MUZIK TIGER)’는 최근 세븐일레븐과 콜라보로 '무직타이거 빼빼로'를 단독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내년 호랑이 해를 겨냥해 무직타이거와 콜라보한 상품들을 다양하게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브랜드는 고유한 특징과 스토리를 가진 캐릭터 상품을 선호하고 과자를 즐기는 고객을 공유하는 것이다.
지붕 뚫고 콜라보
두 기업의 브랜드 연결은 고객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인상을 연상시키며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강점과 기회를 극대화하고 약점과 위기를 전략적으로 보완하는 데 유리하다. 두 브랜드가 각각 명확한 이점으로 상호 보완적일 때 고객에게 의미가 있으며 상호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성공적인 콜라보가 가능하다. 기업은 경계나 한계를 넘어 영역을 파괴하고 연결하려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왜 진작에 이렇게 할 생각을 못했는지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정도가 돼야 한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와 미국의 스피커 브랜드 소노스(Sonos)는 2019년부터 콜라보 브랜드 ‘심포니스크(SYMFONISK)’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소노스는 무선 오디오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심포니스크는 이케아의 심플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에 소노스의 고품질 사운드 시스템이 잘 결합된 하이브리드 제품이다. 고객은 가격 가치와 실내 인테리어의 미적 가치를 누리는 동시에 고품질의 음향 시스템을 즐길 수가 있다.
이케아는 고객이 스피커를 놓는 장소, 다른 제품과 스피커를 함께 사용하고 싶은 욕구 등을 고려해 심포니스크를 디자인하면서 자사의 가격 경쟁력과 소노스의 오디오 품질을 다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케아는 고객의 요구에 맞는 특별한 제품을 제공하여 브랜드 충성도를, 소노스는 새로운 시장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기업은 콜라보를 통해 신제품의 혁신을 꾀하여 시장을 확대하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여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부터 유명 작가와 협업해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에 식품을 주제로 한 소설과 수필을 매달 한 편씩 소개하는 ‘현대식품문학’을 운영 중이다. 읽을 콘텐츠가 제공되면서 고객 1인당 사이트 체류 시간이 30%가량 늘고 신규 방문자도 늘었다고 한다. 고객의 흥미를 자극하는 브랜드는 화제성이 있다. 사람들이 보고 참여하고 싶게 만든다. 이는 고객에게 신선한 구매 경험을 선사하고 소비 욕구를 자극하게 된다.
오늘날 비즈니스 전략에는 고객 중심의 관점과 오픈 이노베이션, 즉 열린 혁신이 요구된다. 기업에 콜라보 마케팅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인력, 전문성, 기술 역량이 배가되는 한편 비용과 위험 부담은 감소한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에서 찾을 수 없던 것을 찾게 하여 한 단계 더 나은 브랜드로 발전시킬 수 있는 ‘묻고 더블로 가’는 전략이다. 다른 기업의 자원을 공유하여 브랜드에 혁신과 신뢰, 재미를 부가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생존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위 글은 '시사저널' <아하! 마케팅>에 연재한 '콜라보 달고 '묻고 더블로 가!'의 원문입니다.
총 10회를 연재하며 B2B를 잠시 벗어나 마케팅 전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제에 따라 B2B 내용도 포함합니다. 원문과 발행된 글을 비교해 보는 재미를 위해 원문을 공유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다시 소환하고 있으니 가지고 계신 인사이트도 다시 소환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 이 글은 어때요?
시사저널 <아하! 마케팅> 시리즈
6회.
5회. 고객 몰려드는 콘텐츠 돼야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4회. 게임체인저, MZ세대를 톺아보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3회. 뷰카VUCA 시대 생존 전략은 ‘상생’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2회. ESG 춘추전국시대, 마케팅 어떻게 하나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1회. 마케팅, 기술을 입고 날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