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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Nov 03. 2021

[미디어 Q] 쓰고 읽고 말하라

아주경제 IT 모바일부 임민철 기자

[미디어 Q]는 홍보 담당자에게 가장 가깝고도 먼 관계인 언론사 기자를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주로 IT 기자를 만나지만 가끔 그 범위를 벗어날 때도 있습니다.  미디어 지형과 환경, 평소 기자에게 궁금했던 내용들을 질문하고, 홍보 담당자가 언론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전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기자와 홍보 담당자가 서로의 환경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세 번째.  오래 보아야 알 수 있다.  


오래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자세히 들어야 웃을 수 있습니다.  오래 보면서 자세히 듣다 보니 진중하고 느긋한 그의 말에 유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유머는 정말 깨알 같아서 타이밍을 놓치면 대화 내내 웃을 기회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유머가 재미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의 유머에 박장대소하는 몇 안 되는 사람에 속한다는 얘기를 듣고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중저음에 또박또박 말을 하는 그는 그 모든 게 노력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워낙 목소리가 작아서 일부러 톤을 올리고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한 노력 중에 하나라는 거죠.  그가 한 노력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혹시 그를 아는 사람은 느낄 수도 있겠지만, 요즘 그는 사람을 만나면 너스레도 떨고 립서비스(lip service)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주 어색해서 더 웃깁니다.


10여 년 전 처음 그를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정말 일취월장을 했다 싶을 정도입니다.  조용하고 뭔가 모범생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그가 이렇게 변하다니, 사람이 변했습니다.  그에게 "변했어요 정말"하고 말을 건넸더니, "아 그래요, 기분 좋은데요."라고 대꾸합니다.  마치 변한 성향에 칭찬이라도 받은 것처럼 말이죠.  맞습니다.  칭찬의 의미긴 했어요.  더 편안해지고 친숙한 느낌이 들게 변했다고나 할까요.


기자 생활이 다 비슷하겠지만, 기사를 쓰고 기사에 대한 자기 생각을 별도 기록하고, 또 공부하고 나름의 호기심을 글로 풀어가고 있는 그는 참 바쁩니다.  아주 아주 가끔씩 만나지만, 그의 글은 챙겨 보게 됩니다.  깊이도 시사점도 있거든요.  개인적으론 그의 사적인 글이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할 때가 많은데요.  요즘 바빠서 사적인 글은 잘 못쓰고 있다는 그였지만, [미디어 Q] 인터뷰에 기꺼이 응해주었습니다.  


변했다고 해도 원래 성격은 어디 안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질문 하나하나에 신중하고 꼼꼼하게 답변을 해주어 듣는 내내 귀를 쫑긋했습니다.  참고할 만한 내용도 많아 열심히 받아 적었던 건 당연했고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 채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 누구냐고요? 그는 아주경제 임민철 기자입니다.  조금 긴 호흡의 이야기이니 일단 크게 숨 한번 들이키고, 자~ 시작!



기자로서 첫출발이 궁금합니다.

- 2009년 9월 1일. 제가 기자로 첫 출발한 날입니다. 13년 차네요.  처음부터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한국인터넷진흥원(당시 NIDA)에서 인턴을 하면서 대학원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어요.  평소 IT와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월급을 받으면서 그 두 분야를 파볼 수 있는 곳이 있기에 지원한 곳이 IT 전문 온라인미디어 지디넷코리아였습니다.  


IT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 어렸을 때 만들고 부수고 또 조립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실물을 가지고 그렇게 하면 부모님께 혼나니까(웃음), 컴퓨터 안에서 그러고 논거죠. 게임도 좋아했는데, 하다 보니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중학생 때 툴을 이용해 게임을 만들면서 컴퓨터가 돌아가는 방식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져서 이 쪽으로 관심이 더 기울었죠.


운명처럼 기자가 되셨네요. 하하하.  그동안 쓴 기사 중 개인적으로 최고의 기사를 하나 꼽는다면?

- 어렵네요(웃음). 그때그때마다 다른데……최고라기보다 기억에 남는 기사를 하나 꼽는다면, 2019년에 쓴 ‘정부 HTTPS 불법사이트 차단 논란 4대 쟁점 분석입니다. 피드백을 가장 많이 받아서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방심위에서 해외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려고 ‘HTTPS SNI 필드’를 필터링하는 신기술을 도입했어요. 브라우저 사용자의 정보접근 권한에 침해 소지가 있는 방식이 한국의 특수성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있고, 그런 내용으로 기사화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르게 썼어야 했는데’하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피드백을 받아서 뿌듯했던 기사 중 하나입니다.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기사는?

- 2018년에 쓴 ‘카카오, 오픈소스SW 저작권 침해했나’ 기사입니다.  일명 ‘카카오 올챙이’ 사건(?)에 대한 기사였는데, 카카오 직원인 개발자가 다른 개발자의 성취물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기보다는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사후 대응마저 미흡하지 않았는지 지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원작자의 문제 제기와 보도 이후에, 개발자 커뮤니티 안에서도 한동안 논쟁이 벌어졌죠. 저는 후속 보도를 하기로 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쓰지 못해 마음의 부채가 있습니다. 지금 취재할 수도 있지만, 이제 후속 보도가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당시 보도 직후 관련하여 아쉬운 부분에 대해 개인 블로그에 ‘오픈소스SW 저작권 보도 참사’라는 포스팅을 하셨네요.  ‘보도 참사’라고 쓸 만큼 아쉬움이 컸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마음의 부채를 갚을 기회가 생기길 바라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개인 블로그가 별도의 도멘인 ‘민철임(https://mincheol.im)’을 가지고 있네요. 민철임, 이름을 그대로 딴 도메인이군요.  1인 미디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은데, 특별히 개인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가 있나요?

- 기자가 되기 전부터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했는데, 몇 번 없앴다가 다시 만들었어요. 지금도 유지하는 이유는 기사에 모든 이야기를 담지 못하는 아쉬움을 풀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밥벌이 글쓰기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쓰기를 분리하고 싶기도 해서예요. 예를 들어 이런 생각이 있어요. 기자는 종일 남의 이야기만 쓰는 직업인데요. 개인적으로 제 가족과 지인을 인터뷰해 기사처럼 쓰는 겁니다.

 

멋진 생각이네요.  꼭 실현하시길 바랍니다.  ‘민철임’을 홍보하는 한 줄 메시지를 쓴다면?

- ‘비트코인 백서 한국 번역자의 블로그입니다.’

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궁금해서 관심을 보일 것 같아요. 제가 몇 년 동안 틈틈이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를 번역하고 혼자 뿌듯해서 여기저기 알리고 있거든요.(웃음)


기자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눠보고 싶습니다.  기사를 쓸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을까요?

- 보도자료를 접할 때에는 독자의 눈으로 읽고 자료의 성격에 따라 분류를 한 다음 가공할지 여부를 결정해요. 예를 들어, 기업 보도자료의 경우 기사화될 수 있는 자료로써 충실한지 검토합니다. 보도자료에서 뭐가 팩트(사실)이고, 뭐가 기업의 입장인지. 팩트 중에서 기존 사실과 새로운 사실은 무엇인지 봅니다. 보도자료의 제목, 부제, 본문 등에 그런 내용들이 잘 적시되어 있을 때 완성도도 높고 가독성도 좋은 자료라 생각합니다. 그다음 완성도 높은 자료를 기반으로 기사를 쓸 때 중점 방향은 매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는지, 기자의 가치관과 충돌하지 않고 주관적인 방향성을 고려해 쓸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기획, 취재 기사를 쓸 때에는 ‘누구에게 읽힐 것이냐’에서 출발해요. 거기서 핵심 키워드, 방향을 잡아 취재를 하다가 그 과정에서 콘셉트가 바뀌기도 합니다. 기사를 완성할 때까지는 계속 내용과 구성을 고민하는 거죠.


보도자료 이야기가 나왔으니 관련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홍보 담당자가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 짧게는 몇 시간에서 며칠씩 심혈을 기울여 쓰기도 합니다.  그런 자료의 상당 부분이 잘린 채 짧게 한두 단락으로 요약되어 기사화가 될 때가 있는데요.  그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한 마디로 ‘왜 버려지냐?’, 이 뜻이죠? 하하하.


맞습니다. 하하하. 돌려 말하느라 힘들었는데, 찰떡같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홍보담당자가 힘들게 쓴 자료의 내용을 상당 부분 왜 그렇게 버리는 겁니~끄~아?

 - 제 경우엔 3가지 정도 기준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이해가 안 되면 버립니다. 저는 보통 5분 정도 자료를 읽습니다.  제목, 부제목, 본문, 중간 제목, 보충설명과 주석, 첨부된 사진의 캡션까지 읽어요. 한 문장을 두 번 읽을 여유가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모든 문장을 한 번 읽고 나면 이해되거나 머리에 남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은 버립니다. 물론 그렇게 들어내고 남은 요소만 놓고 봤을 때 제목과 맞지 않거나 엉뚱한 방향이 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중요한 부분을 놓쳤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취하지 않은 부분을 다시 검토하기도 합니다.  버린 것을 다시 보는 거죠.


두 번째, 이해가 됐더라도 그 내용이 매체 성격과 맞지 않으면 쓰지 않아요. 독자에게 소구 할 만한 기사로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하죠. 기업 입장에서는 홍보 메시지로 전달할 알맹이에 중점을 두겠지만, 기자는 독자에게 가치가 있는 내용인지에 더 무게를 둡니다. 이미 반복적으로 나온 홍보 메시지라도 (새로운 보편적 사실로 뒷받침해) 뉴스가 될 수 있다면 기사화하고, 재기 발랄하고 톡톡 튀는 메시지라도 단순한 주장이나 의견일 뿐이라면 쓰지 않습니다.


세 번째, 비문이나 주술 관계가 어긋난 문장이 많은 어수선한 자료, 기본적인 정보를 누락한 자료 등을 잘 보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정의를 모르는데 어디에도 최소한의 설명이 없는 전문용어. 두 번, 세 번 읽어야 하는 난해한 구조의 문장. 배경이 어디인지, 피사체가 무엇/누구인지 설명하지 않는 사진.  물론 이런 형식적인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고 뉴스가 되는 내용이라면 제가 보완해 기사화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기자가 보도자료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제한돼 있는데 여러 보도자료의 보도가치가 비등하다면, 일부러 이런 자료를 선택하진 않겠죠.


명쾌한 기준이라 홍보담당자가 참고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는 걸 잘 알고, 그렇게 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가도 어느 순간 고민 없이 습관처럼 쓰지는 않았나 반성이 됩니다.  IT기업이다, 기술기업이다 등의 특성을 들먹이며 어느 정도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걸 당연시하거나 또 일부러 쓰지는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기업발 홍보 메시지도 기업의 중요 사항이 고객이나 독자가 알면 좋을 거란 접근으로, 그것이 독자나 고객 관점이라고 착각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기준을 홍보담당자가 보완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한다면? 

- 홍보담당자가 많이 애쓴 자료라는 걸 알수록 그걸 잘 활용해 보려고 노력하게 되죠. 인간관계의 영향을 받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보낸 자료가 그저 게재됐는지만 체크하고 그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거나 가공됐는지 무관심한 담당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예 게재됐는지조차 확인 안 하는 사람도 있고요. 콘텐츠에 대해 진지한 사람이라면 긍정이든 부정이든 기사에 대해 기자와 피드백을 주고받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자료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담당자로서 더 잘 알 수 있는 업계 분위기나 관련성이 있는 사건, 비화 등을 기자에게 들려주신다면 좋을 거예요. 홍보 대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식견이 드러나게요.


나에게 홍보담당자란?

-  ‘아, 이분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지?’ 이렇게 저를 고민하게 만드는 분들이죠. 직업적으로 기자와 홍보담당자가 공생관계이긴 한데 '이분들에게 어떻게 정중히 부탁을 할까?' '이분들한테 구악(舊惡) 기자처럼 보이지 않을까?'가 고민입니다. 제가 요청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좀 더 좋은 뉴스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홍보담당자에게 제언을 한다면?

- 실무적 관점에서는 ‘메시지의 총량’을 줄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기업 내 홍보 담당자가 있으면 보도자료 배포가 상시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 그것이 효율적인가 고려해 볼 필요가 있어요.


업계 관점에서 본다면, 담당 실무 부서에서 타 부서, 경영진까지 모든 구성원에게 홍보 리터러시가 있어야 제대로 된 홍보를 할 수 있다고 봐요. 홍보 리터러시가 부족한 조직일수록, 회사의 기술, 제품, 경쟁력, 문화 등으로 관심을 넓히려는 기자의 문의와 요청에 대응하는 일 자체가 원활하지 않죠. 기자가 독자적으로 그걸 알아가기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럴 필요가 없는 다른 기업으로 관심을 돌리기가 더 쉽죠.


홍보는 홍보담당자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기업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 한 번은 해외 전시에 참관한 한국 기업 부스를 방문해 취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제 신분을 밝히고 어떤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나왔는지 질문을 하니까 부스에 나와 계신 직원 분이 좀 성가셔하셨어요. 그분은 홍보담당자가 아니었지만 저는 그 기업에 대한 관심이 싹 사라졌습니다.


이런 홍보/PR ‘좋아요’ top 3는?

- 취재 요청을 하실 때 일의 중요도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나 근거를 주면 좋아요.


보도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할 때 긍정이든 부정이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담당자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라면 솔직히 얘기해 주면 조정이 가능합니다. 또는 기자도 단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임기응변보다는 상황 전달을 솔직히 해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지원 과정에서 본인 업무 범주 안이냐 밖이냐를 판단해 후속 조치를 해 주세요. 취재 질문이나 요청을 했을 경우, 최종 답변에 따라 기사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본인 능력이나 권한 밖이라면 본인 의사결정 범위를 정확히 알려 주시고 빨리 답변 가능한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게 도움이 됩니다. 신속히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내용을 정리해 주시면 기자는 기업이든 담당자든 함께 리스크를 공유하면서 원활히 취재를 마무리할 수 있어요.


기자로서 이해를 구하고 싶은 힘든 부분이 있다면?

- 저는 전화 응대가 좀 불친절한 편입니다.  콜백도 잘 안 하고, 스팸이 많다 보니 발신번호가 유선전화일 때 거의 안 받아요. 받더라도 용건만 간단히 얘기해 달라고 할 때가 많고요.

 

기자 간담회 같은 행사 참석 여부에 대해 확인 요청을 받을 때도 일정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참석 여부를 장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번 연락을 해도 마찬가지라 한 번만 안내해 주셔도 됩니다.

 

이때 한 가지 부탁을 드리자면, 모바일 연락처와 메신저를 활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문의사항이나 확인요청을 할 연락 수단이 보도자료나 웹 발신 단체문자의 연락처뿐인데, 거기에 사무실 번호만 있으면 거의 활용할 수가 없습니다.


기자와 홍보담당자 간 적정한 사회적 거리는 어느 정도라 생각하나요? 

- 적정 거리라, 테이블 하나면 좋을 것 같네요.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놓으면 옆자리나 저기 어디 다른 자리도 아니고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일대일 혹은 여러 이해당사들이 함께 얘기할 수 있잖아요.


만약 한 분야만 집중해서 기사를 쓴다면?

- 프라이버시(Privacy). 경제, 사회적 분야에 디지털과 테크를 가미했을 때 인간의 삶과 직결되는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프라이버시입니다. 개인정보보호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둘이 다르죠. 최근 ‘오징어 게임’ 속에 전화번호가 노출된 피해자에 관한 뉴스를 보셨을 텐데요. 프라이버시 침해 사건이에요. 개인정보보호 위원회에서는 “노출된 번호가 창작물 속에 등장했고 현실의 개인을 특정한 건 아니기에 그 자체가 '개인정보'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밝혔는데, 프라이버시 침해 판단과 피해구제의 범위가 법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정보는 현대적인 행정과 디지털 기술, 시스템이 작동해야만 침해가 성립되지만, 프라이버시는 누군가가 설령 격오지에 거주하는 사람이더라도 침해당할 수 있는 개념이거든요. 그리고 CCTV, 인공위성 등 기술이 발전해 디지털 격차가 커질수록 누군가가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할 위험도 커진다고 봐요. 모든 인류에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에 초점을 맞춰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로 프라이버시 관련 기술이나 비즈니스를 다뤄 보고 싶어요.


개인정보보호와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IT분야 취재를 하면서 똥촉과 뜰촉이 있었다면?

- 똥촉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잠깐 유행만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제가 맨날 쓰고 있습니다. 민망하네요. 하하하.


뜰촉이라면, 가상현실(VR) 분야를 말하고 싶은데요. 과거 일부 대기업의 실험이나 R&D 사례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실제 사업화를 목표로 하는 투자가 대대적으로 일어나는 분위기가 느껴져요. 기술 보유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투자를 해서 직접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곳이 많아졌고요. 경영진들이 지금 이 정도 시기에 돈을 써야,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을 때 지금 투자보다 더 큰 리스크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 촉이 맞으면 좋겠네요(웃음).


기자 입장에서 IT 트렌드 2022를 예측해 본다면? 

- 엔터프라이즈 트렌드는 크게 확확 바뀌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나 꼽는다면, 계속 중요할 영역이 ‘데이터 주권’이 아닐까 합니다.  해외 클라우드 기업이 국내 리전(region, 데이터센터)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 지금은 새로 만들거나 늘리고 있습니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유럽 GDPR 등 자국민 개인정보보호와 통제권 이슈가 투영된 결과로 보는데, 앞으로도 계속 강조될 거라 봅니다.


월동준비도 하셔야죠?

- 제 구상은 팀 내 선임으로서 팀원 가이드를 성공적으로 하는 것. 올해 이슈 정리 잘하고 내년 이슈 잘 보여주는 것. 상사 서포트 잘하는 것(웃음). 많은 사람들의 협업이 필요한 일들이 대부분이라 리소스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에 이를 위한 궁리를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일명 ‘꼬꼬무’가 있다면?

 -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ESG, 프라이버시 침해 사건도 그렇고, 그보다 상위에 있는 개념들. 아마존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기자들과 협업해서 현재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인 리나 칸이 예일대 로스쿨 재학 시절에 쓴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이라는 논문을 번역해보고 싶습니다. 함께 할 동료를 찾습니다! 연락 주세요, 제발~!!


2021년 민철이가 2009년 9월 1일 민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민철아, 앞으로 넌 개고생 할 거야.  직장, 사회, 직업인으로서 그 전의 인생에선 상상해보지 않은 별별 일들을 겪게 될 텐데, 그게 네 일상과 성격을 뒤집어 놓을 거야. 그러니 비트코인을 사. 알았지? 아마 넌 안 사겠지만……”(웃음)


그렇게 말하면 기자로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들릴 것 같은데요?

- 전하고 싶은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요(웃음).  전 기자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 없이 시작한 업이었는데 제 인생에 많은 걸 줬거든요.  밝은 성격인 양 떨 수 있는 너스레도 생겼고, 생전 볼 일 없을 것 같은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얻었고, 저를 언제나 지지해 주는 배우자와 결혼도 했고.


끝으로, 5년 후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해보고 싶은 일이라든지?

- 지금보다는 여유롭게 주말엔 쉬고 평일엔 일에 몰입하면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 돼 있으면 좋겠습니다. 테크니컬 라이터가 돼 보고 싶기도 한데, 그러려면 5년 이내에 개발 지식과 경력을 쌓아야 하니까 기자를 그만둬야 할 수도 있겠네요. 하하하.




시간이 한참 흘렀네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에 쏙 빠졌던 시간이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홍보담당자와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홍보담당자를 먼저 생각하는 관점이었어요.   어떻게 정중히 부탁을 할까라든지, 나쁜 인상을 주지나 않을까 고민한다는 얘기가 색달랐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홍보 업무를 할 때 기본적인 자료 작성이나 사후 대응 등 반성과 개선할 부분이 여럿 떠올라 뜨끔했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쓰고, 자사 기사를 꼭 읽고 살펴서 자주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 알면서도 모르면서도 지나치고, 스스로의 방식에 젖어 구태의연하게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해하기 쉬운 소통을 슬로건처럼 끼고 살면서 정작 고만고만한 선에서  타협하고 넘어간 것 같기도 하고요.


오래 보았는데도 오늘 임 기자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있고.  역시 오래 보고 자세히 들어야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임 기자님의 유머 말고도 알아두면 쓸데 많은 생각과 의견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 한 분 한 분과 계속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쌓다 보면 언젠가 언론홍보 관계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감사합니다.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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