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김지선 기자
[미디어 Q]는 홍보 담당자에게 가장 가깝고도 먼 관계인 언론사 기자를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주로 IT 기자를 만나지만 가끔 그 범위를 벗어날 때도 있습니다. 미디어 지형과 환경, 평소 기자에게 궁금했던 내용들을 질문하고, 홍보 담당자가 언론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전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기자와 홍보 담당자가 서로의 환경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기업 홍보 담당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언론 매체의 기자일 거예요. 참 어려운 관계죠. 뜨겁지도 차갑지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가 좋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많은 홍보 담당자들이 그 온도와 거리를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몰라 헤매기 일쑤입니다. 일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확한 답을 내리기도 힘들기 때문이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니 그 다양성만큼이나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몰라 오락가락할 때도 태반이고요.
그렇다고 마냥 이 관계가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오래 신뢰를 쌓다 보면 도움을 받기도 하고 인간적으로 친구가 되기도 하거든요. 문제는 그 신뢰를 어떻게 쌓고 미로 같은 관계에서 헤매지 않고 적정 온도와 거리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인데요. 관심법으로 해결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기자를 직접 만나 궁금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우선 오랫동안 만나고 소통하면서 업계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만나보기로 했는데요. 마녀가 가장 먼저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던 전자신문 SW 담당 김지선 기자님을 소개합니다.
김 기자님, 경력 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 2009년 11월 디지털타임스 공채로 입사해 처음 보안 분야를 맡으며 기자로서 첫 발을 내디뎠어요. 2년 후 소프트웨어(SW, 이하 SW) 분야를 출입했고, 2014년에 포털과 스타트업 분야를 1년 반 정도 취재하다 퇴사를 했습니다. 2016년 4월에 현재 소속인 전자신문에 입사를 했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주야장천 SW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SW를 오래 할 줄 몰랐는데(웃음). 기자로 활동한지는 햇수로 13년 차가 되었네요.
그동안 취재해 온 분야별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 제가 처음 보안 분야를 맡았을 당시 보안은 IT업계의 사회부라고 불렸어요. 해킹 사건도 너무 많았고 보안이 이슈인 시기였죠. 밤 10시가 넘어서 해킹 사건이 나면 술집에서 술 먹다가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웃음) SW는 취재를 하게 되면서 B2B가 어떤 건지 알게 되었고, SW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도 생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포털 분야는 기억나는 것이...... 제가 포털을 맡고 다음날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발표가 났어요. 당시 포털은 네이버와 다음 두 곳만 존재했고, 카카오는 카톡만 하고 있었을 때인데,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발표되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은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게 취재를 했던 분야인데요. 2014년, 2015년 무렵 '배달의 민족'이나 '직방'은 초창기 시절이었는데, 대표님들 취재하고 스타트업 스토리로 기사를 내보냈던 게 재미있었어요. 그 당시에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곳이 많지 않았던 때라 저도 그렇고 스타트업 대표님들도 그렇고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하나 꼽는다면?
- 2016년에 전자신문에서 SW를 맡았을 때, SW업계 스타트업들을 소개받았어요. B2B 기업이라 쉽지는 않았는데 꾸준히 소식을 실었습니다. 매체에 SW 스타트업 채널이 많지 않았던 때고, 또 꾸준히 소식을 전한 기자가 없었을 때라 대표님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트렌드도 배우면서 기업 소식을 계속 전했는데요. 그때 그분들이 스스로 다짐했던 것이자 약속이었던 것. 매출 얼마, 직원 몇 명 등을 달성하겠다고 한 것들을 지켜나가며 쭉쭉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기뻤어요. 그분들과 그 기업의 소식을 꾸준히 전달하며 성장 스토리를 기록했다는 뿌듯함 같은 거죠.
SW분야를 오래 하다 보면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 SW분야를 오래 하다 보니 산업에 대한 전체적인 시야가 트이고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어요. 많은 사람들이 SW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고요. 단점은 다양한 산업을 접할 수가 없다는 것이겠죠.
5년 전과 비교해 볼 때 SW산업 분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 SW에 대한 개념도 모르다가 지금은 삶이랑 너무 직결되어 있다 보니 SW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는 걸 느껴요. 예전에는 SW를 ‘에스더블유’라고 읽는 분들도 많았어요. 지금은 원격 수업이다 재택근무다 하면서 클라우드에 대해서도 듣게 되고, 언론에 각종 SW 시스템과 관련한 기술 용어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인식과 관심이 많이 생겨난 것으로 보여요. 지금 백신예약시스템만 해도 전 국민이 알고 사용하잖아요.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고요. 한국판 뉴딜의 중심에는 디지털 뉴딜이 있는데, 주요 전략 안에 IT/SW가 포함된 것은 정부 역시 그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한 거라 생각해요.
13년 차면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나고 소통하셨겠어요. 핸드폰에 전화번호가 몇 개 나 저장되어 있는지 궁금하네요.
- (핸드폰을 확인하며) 전체 번호 개수는 만개네요(웃음). 이중에 사적이거나 다른 일로 알게 된 분들의 번호를 제외하면, 업계 분들의 번호는 천 개 정도 되지 않을까 추측합니다.(웃음)
그보다는 더 많을 것 같은데. 겸손한 추측이시네요. 하하하. 홍보 담당자와 인간적으로 친해진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 그럼요. 스타일이 맞으면 친해지는 것 같아요. 연락을 자주 한다든지, 한 동안 같이 출장을 간다든지, 이벤트나 기사 쓸 일이 많았다든지 다양한데,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 사는 얘기도 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축적되어 좋은 인간관계가 되는 것 같아요.
여러 분야를 취재해 오셨는데, 혹시 각 분야별 홍보담당자나 주로 소통하시는 분들의 특징 같은 것이 있을까요?
-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포털은 이슈에 워낙 민감한 분야니까 속도가 생명인 것 같아요. 빠른 속도로 대응을 잘해 주시는 데, 다만 담당자 통해 취재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편이에요. SW 분야에는 중소기업이 많다 보니까 내부 사업, 직원들에 대해 담당자가 많이 알고 계셔서 깊숙한 정보 문의에도 허심탄회하게 설명을 해주시는 편이에요. 물론 엠바고(embargo),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에 대해서는 서로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니까 유연하게 조절도 되고 소통도 쉬워지니까 연락도 오래 하는 것 같아요. 대표이사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홍보 담당자 통해 정보 취재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트업은 이일 저일 하다 보니까 홍보 담당자나 홍보 업무를 딱 맡고 있는 사람이 없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취재할 때, 때로는 도와주고 싶고 조언도 해주고 싶을 때가 있어요. 상부상조하는 마음으로.(웃음)
스타트업 홍보에 진심이신 것 같은데요? ‘#스타트업홍보에진심인편’ 해시태그를 붙여야겠습니다.
어떤 부분을 왜 조언해 주고 싶은 건가요?
- 스타트업은 간절해요. 보도자료 하나라도 꼭 나와야 하는 간절함이 느껴지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아무래도 스타트업은 중견 기업처럼 소식이 다양하기가 어렵거든요. 보통 하나 혹은 집중하는 소식이 있는데 한계에 부딪칠 때가 많이 있죠.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홍보할 방법을 고민하는 스타트업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면, 해당 보도자료의 내용에 깊이나 다른 업데이트 소식을 더해 대표이사 인터뷰를 진행하는 식이에요.
스타트업 홍보 교육에 가면 자주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보도자료가 기자 분들의 눈에 띄고 기사화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입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에서 비슷한 고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답을 해주신다면?
- 기자가 하루에 받는 보도자료 건수가 최소 수십 건에서 백 건이 넘을 때도 많아요. 수많은 메일 속에서 취사선택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독자에게 유용한 정보 거나 알아야 할 중요한 이슈 사항인지가 기준이죠. 그 외에는 기자도 사람이다 보니 자주 소통하는 기업의 자료에 우선 마음이 가는 게 사실이에요. 그리고 유독 열심히 하는 기업 홍보 담당자분들이 계신데, 그런 기업의 보도자료도 눈에 띄지요. 평소에 자주 연락을 하고, 또 꼭 보도가 돼야 하는 자료라면 배포 전후에 해당 보도자료의 중요성에 대해 기자에게 문자, 이메일, 전화, 미팅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대체로 기자는 홍보담당자가 일하는 것에 대해 참작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말 안 해주면 기자도 자료의 중요성을 놓치기도 하고 모르기 때문에 전략을 가지고 보도자료 배포 후 다른 보조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요즘은 카톡 같은 메신저로 형식적이지 않고 편하고 빠르게 소통하는 추세라 평소 소통 방식으로 잘 활용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거나 눈여겨보게 만드는 자료의 특징이 있을까요?
- 새로운 소식이요. 뉴스라는 게 새로운 거라는 뜻이잖아요. 이 기업만의 발전, 고객 사례 같은 것도 독자들한테 유용한 정보니까 뉴스죠. SNS 말고 뉴스 매체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도 보도 가치가 있기 때문에 좋은 뉴스 자료예요. 또 트렌드에 맞춘 시의성 있는 자료. 기자도 공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트렌드를 제시해 주면 관심이 가요. 즉, 새롭고, 유용하고, 트렌드를 선도할 만한 것을 선호해요.
양쪽이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어야 관계가 오래갈 수 있어요. 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몸 담고 있는 산업을 응원하고 싶을 때가 많거든요. 기자 관점이 아니라 회사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보는 화두가 있다면 전략을 짜서 기자에게 잘 전달하는 것도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부분에서 한 가지 궁금한 사항이 있는데요. 많은 홍보 담당자가 ‘자주 연락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합니다.
- 기자마다 성향이 다 다르니까 정해진 건 없어요. 제 생각에도 홍보하시는 분들이 힘들 것 같아요. 최고의 마인트 컨트롤을 하시는 분들이 아닐까 합니다.(웃음) 어떤 기자에게는 자주 연락 오는 것이 부담이 안될 수도 있고, 또 어떤 기자는 용건을 가지고 콤팩트 하게 시간을 쓰고 싶어 하기도 할 테고요. 다양하죠. 그래도 요즘 제 후배들이나 젊은 기자들을 보면 연락하고 소통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오픈 마인드입니다. 제 개인적 경험에서 조언을 드리면, 어디까지나 처음 기자와 홍보담당자의 만남은 비즈니스 관계에서 출발한다는 목적을 잊지 않고, 그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 취재와 기사화라는 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먼저 충족시키고 난 다음에 좀 더 유연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거죠.
예를 들어, 바쁜 와중에 홍보 담당자의 계속적인 연락을 받고 미팅을 했는데, 브로셔나 회사소개서에 나와 있는 정도의 내용으로 미팅이 진행된다면 기자 입장에서 시간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요. 그러니 적어도 소개 자료 외에 기사거리가 될만한 회사 소식이나 산업 전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정보들을 챙겨서 미팅에 나간다면, 연락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홍보 담당자가 소화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임원급이나 대표님이 함께 배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한번 만남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담당자분이 계시다면, 그건 다음 비즈니스 기회를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지 않을까요?
하나의 사례를 말씀드리면, 홍보 경력이 20년이 넘은 홍보대행사 임원 한 분의 부탁으로 모 기업의 대표님 인터뷰를 간 적이 있어요. 다짜고짜 하신 부탁이었지만, 자주 연락을 하던 분이기도 하고 뭔가 의미 있는 내용이 있을 거라 생각해 기존 기사와 정보를 검색하고 인터뷰할 준비를 하고 갔었는데요. 별다른 내용 없이 회사 소개와 대표님 소개만 하는 거였어요. 이전의 기사와 다른 내용은 없는지, 인터뷰를 통해 꼭 나가고 싶은 메시지가 뭔지 질문을 드렸더니 없었어요. 새로울 게 없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마친 거죠. 이럴 때 기자는 시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홍보를 그렇게 오래 하신 분도 안일하게 대응하실 때가 있는 거죠. 홍보를 얼마나 오래 하고 연락을 얼마나 자주 하느냐보다 우리가 제일 먼저 서로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접근을 하신다면 '자주 연락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덜하지 않을까요?
‘기자 연락처’ 확보부터가 고민인 기업도 많습니다. 특히 새로 홍보를 시작하거나 스타트업의 경우 기자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게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개인정보보호 강화로 본사에 전화를 해도 잘 알려주지 않거든요. 기사 바이라인에 있는 이메일로 연락을 해봐도 묵묵부답인 경우도 많고요.
- 홍보 담당자 혼자 기자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속 시원하게 정답을 알려드리면 좋은데, 계속 제 개인적인 의견을 드릴 수밖에 없네요. 일단 정석대로 하시는 수밖에 없으실 것 같아요. 이메일로 한번 연락해 보고 답이 없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꾸준히 이메일로 자료도 보내고 연락을 취하는 거예요. 제 관점에서 기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꾸준히 연락이 오는 곳의 이메일이라면 그 전에는 어떤 이유가 있어 응답을 못했건 응답을 할 거라 생각해요.
또 본사에 전화해서 부서 연결을 시도한 다음 상황 설명을 해보는 거예요. '이메일로 계속 연락을 하고 있는데 연결이 되지 않고 있어 꼭 회사 소개를 하고 싶다'라고 하는 거죠. 그래도 안 알려주면 반복해서 연락을 취하고 설명하는 거예요. 그간의 노력을 솔직하게 얘기한다면 저는 알려줄 것 같아요. ‘해당 기자님께 문의해 보고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하고 정중히 부탁하는 데 거절로 일관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웃음). 회사로 직접 찾아가는 것도 힘은 드시겠지만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만약 이런 방법들이 힘드시면, 네트워크를 활용해 알만한 회사나 기자, 또는 협회 등에 문의를 해보시는 게 좀 더 수월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여러 방법을 여러 번 시도해 보시는 거예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홍보 유형이 있을까요?
- 기자 업무 관점에서 보면, 업무 때문에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거니깐, 서로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 빠르게 처리하는 것. 그것이 곧 독자에게 정보 전달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중요하거든요. 문의를 했을 때 빠르게 피드백을 하는 담당자분들이 좋아요. 여기서 피드백이라고 하면 문의한 사항에 대한 답이 있든 없든 그 상황에 대해 대답해 주는 걸 말해요. 기자는 매일 마감 상황에서 주야장천 답을 기다릴 수가 없어요. 근데 며칠간 연락이 없는 곳도 있고, 기다리다 다시 문의하면 ‘아무도 모른다’고 답할 때는 정말이지 최악이에요.
일하다 보니까 답이 느린 곳은 늘 느리고, 빠른 곳은 늘 빠른 것 같아요. 빠른 답변과 피드백을 긍정적인 홍보의 유형이라고 봅니다. 빠른 피드백과 함께 바로 기사화할 수 있도록 정확한 답변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면 최고죠.(웃음) 한 홍보 담당자분이 대표님 멘트까지 정리를 해서 준 경우가 있었는데, 기자가 필요한 것을 먼저 알고 생각해서 답변을 준 것이라 생각했어요. 두 번 일할 것을 한 번으로 만드는 사람인 거죠.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좋은 경우라고 봐요.
홍보 담당자가 가장 곤혹스러운 것 중 하나가 기업에 비판적인 기사가 떴을 때인데요. 이런 경우 홍보 담당자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어떤 상황, 어떤 내용인지에 따라 다르긴 할 텐데요. 쉽지 않은 상황이겠지만, 다짜고짜 화를 내거나 억울해하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정이 필요한 경우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차분하게 설명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유용해요. 때로 협박을 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좋지 않은 대응이에요. 사전에 문의가 왔을 경우, 솔직하게 최대한 설명을 해서 사전 대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기사가 나온 후라면 최대한 입장 설명을 하고 다음 기사에 반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공정성 이슈가 있기 때문에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반영할 거예요. 그러니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빠르게 먼저 내부 조율을 하고, 정제되고 정리된 입장을 기자에게 전달해서 일부라도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홍보 담당자에게는 끔찍한 경험 중 하나인데요. 저도 18년 홍보 경력에서 딱 한번 불가피하게 보도된 기사 삭제 요청을 드린 기억이 있습니다. 이유가 뭐였 건 그때 상황만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데요. 지금도 진땀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곳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들었어요. 김 기자님은 어떠세요?
- 기본적으로 기사를 내릴 수 없다고 생각을 하셔야 해요. 간혹 아무렇지 않게 보도된 기사를 내려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조치를 취하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에요. 여러 프로세스와 관계가 달려 있는 사안이고, 이미 나온 기사를 임의로 삭제 요청하는 것은 이런 복잡한 상황을 알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무리고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기사는 언제든지 수정하고 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보도자료를 내보내기까지 충분히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배포하시길 당부드리고 싶어요.
끝으로, 홍보 담당자가 외부에서 기자 미팅을 할 때 장소 잡는 일도 소소하지만 꽤나 고민스러운데요. 하하하. 좋은 장소를 선택하고 싶은데 기자 입장에서 팁을 주신다면?
- 생각해 보니 홍보 담당자가 힘들겠다 싶은 일들이 많네요.(웃음) 저 같은 경우는 제가 게을러서 장소 설정을 잘 못하는 편인데요. 교통이 편리한, 예를 들어 지하철 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몇 곳 선택지를 주시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게을러서 담당자분들께 죄송합니다. 기자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은 기자들이 먼저 편한 장소를 제안하기도 하니까 스타일을 파악해 보고, 부담 갖지 마시고 얘기를 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 기자님,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김 기자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자도 홍보 담당자도 서로 힘든 부분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는데요. 김 기자님 얘기 중에 '기자도 사람이다'란 말이 너무 당연한 말인데도 인상적으로 들렸어요. 그래서 그 관계를 더 따뜻하고 더 가깝게 만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관계의 출발점이 비즈니스에서 시작한다는 전제도 잊지 말아야겠고요. 너무 어렵게만 생각한 관계가 아니었나 싶어 앞으로 좀 더 젊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관계를 맺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홍보 담당자들의 고충을 이해해 주고 또 업계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김 기자님의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너무 솔직하고 가감 없이 얘기를 해주셔서 제가 속이 다 뚫린 것 같아요. 많은 홍보 담당자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언론홍보는 기업의 중요 사항을 외부와 소통하는 중요한 일인 만큼 프로페셔널해야 하는데, 점점 소셜 네트워크와 언론 매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뉴스의 가치를 혼동하고, 혼잡한 전달 채널 속 혼선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아마추어적 접근을 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생기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반성도 됩니다.
서로 성장할 수 있다는 윈윈 관계의 관점은 많은 기자와 홍보 담당자가 함께 인식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김 기자님의 관점이나 의견이 기자 전체의 관점이나 의견은 아니겠지만 곱씹어 볼 얘기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관점을 얻고, 이를 관통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렵고도 힘든 일을 척척 해내고 있는 홍보 담당자도 수없이 많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피가 되고 살이 되도록 숨겨진 업계 고수도 계속 찾아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 이 글은 어때요?
* 상단 이미지는 Pixabay로부터 입수된 Karolina Grabowska님의 이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