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뚜ㄹ빼뚜ㄹ
#1
큰 스케치북을 편다.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가져온다. 뭔가 필요한게 많다. 스케치북은 접어야 하니까, 물감은 안써야겠다. 벌써 9시네. 지금 시작이다.
#2
시침과 분침없는 동그란 원에 일어난 시간을 그려넣고, 잠드는 시간도 그려 넣는다. 그리고 오늘 했었던 일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손과 다리는 길쭉하게, 몸도 길쭉하게. 그리고 그림안을 색칠한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그린다. '요요'를 샀나보다. 요요는 둥글게 된 것을 맞붙이고 실을 사이에 넣어 내렸다 올렸다 하는 장난감이다. 힘껏 내려 한동안 올라오지 않게 하고 땅에서 고속회전을 하며 땅을 굴리다가 올라오는 '땅강아지' 기술도 하며 말이다. 어릴때는 키가 작아 실을 힘껏내리면 땅에 닿았기 때문에 의자에 올라간 모습을 그려 넣는다.
#3
그렇게 그림이 완성되면 네모칸이 나눠져있는 글씨 넣는 하단으로 시선을 이동한다. 그리고, 누가봐도 내가 쓴것을 알지만 '나는~' 이라고 일기를 시작한다. 삐뚤빼뚤 글씨지만 가끔 어릴때 썼던 것을 읽어보면 어릴때 이런생각을 했다니, 하면서 신기하기도 하다.
#4
장난감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을 얻던 그 시절. 오늘도 옛 일기를 보며 추억에 젖는다. 그리고 어린 나에게 기운을 얻고 다시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