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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광 May 12. 2020

나의 할머니

어릴 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 추억은 할머니와의 추억이다.워낙 어릴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한 추억이 있어서인지 정감가고  마음이 더 애뜻한 것인지도 모른다. 할머니와 함께 매일 봐도 좋고 투닥거리며 싸운 뒤에도 칼로 물베기를 한 듯자연스레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흘렀는데도 몇일 못 보아도 자꾸만 보고 싶은 사람이고 잊을 수도 잊기도 싫은 할머니이다. 그럴 때마다 가끔은 전화를 하여 괜시리 걱정되는 마음에 안부전화를 하기도 하고 집에 있을 때도 그냥 물어볼 것이 없는데도 "할머니" 라고 불러보기도 하고 또한 항상 대답해주셨지만 그냥 부르지 말라는 말에 그저 웃어넘기게 되는 아주 평범하고 특별 할 것 없는 일상의 대화가 오고가고 하였다.


그리고 나의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다양한 약을 드시곤 하였다. 기본적으로 혈압약과 심장약, 그리고 가끔은 눈이 침침하여 안약을 넣기도 하였는데 최근 들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온몸이 가렵다 하셨고 그렇게 이틀에 한 번꼴로

내게 목욕을 맡기셨다. 목욕후에는 잠시였지만 시원함과 가려움이 멈춘 듯 했는데 또 다시 가려움에 못참아서 결국 나와 함께 피부과로 가게 되었다. 피부과에선 별 다른 얘기 없이 처방전만 내려 주셨고 크게 원인을 들어보진 못하였다.

지금에서야 든 생각은 피부과에서 진료시 나도 들어가서 들어볼걸 하는 마음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이후로

피부과 약을 드시면서 좀 괜찮아 지겠거니 하며 수시로 "이젠 좀 어때" 하며 물었는데 괜찮다고 하셨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뒤 또 한 번 가려움이 찾아 왔었고 갑작스레 오전 9시쯤부터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분명 1시간전까지 괜찮았는데 몸에 기운이 없고 턱이 살짝 돌아가 있으며 물을 마셔도 삼키지 못하였다. 특히 화장실로 가서 대변을 보려 왔는데 일어나질 못하고 말도 갑자기 어눌해지니깐 당황스럽고 겁이 나서인지 버럭 소리부터 지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순간 할머니께선 힘이 없는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지 말라는 말과 함께 변기에 앉지도 못한 채 화장실에서 바로 누워버린 것이다. 당장 일으켜 세우려 하니 팔이 아프시다 하여 몸을 잡고 겨우에야 거실로 옮기고 난 후 잠시 휴식을 취하게 하였고 이상한 낌새를 느껴서 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시큰둥한 반응에 답답함과 분노가 치밀었다.


전화를 끊고 큰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는데 다행히 통화가 되어 할머니의 상태를 얘기한 후 바로 집으로 와서 확인해 보라고 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난 귀신에 홀린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약속시간이 있던터라 얼른 씻고 나가기 바빴다.

지금에야 또 후회막심한 것이 그때 왜 나갔을까 하며 차라리 할머니를 데리고 병원을 갔어야 하는데 하며 큰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급히 약속시간 장소에 도착을 하고 오후 2시가 넘어 볼일이 끝난 뒤 큰아버지에게 연락을 해보니 큰아버지께서 할머니를 안동병원으로 이송하였다고 하셨고 급히 나도 병원으로 갔는데 할머니 얼굴도 못 보고 계속해서 응급실 바로 옆 보호자 대기소에서 대기만 하다가 결국  못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의 할머니가 뇌경색이라고 큰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셨고 그 소식을 들은 난 큰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한 채 당황스럽고 낯

설게만 느껴졌으며 왜 이런 시련이 닥쳐올까 라는 생각에 앞이 캄캄하였고 믿을 수가 없었다. 멍하니 한숨만 쉬어대며 하늘만 바라보다 눈물이 흘러 내렸고 몇일동안 밤잠을 설치며 뜬눈으로 하루를 지냈던 것 같다. 이젠 할머니 이름만 불러도 자동으로 눈물샘으로 가득한 하루이다.  몇일 째 안동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할머니의 상태를 보니 속상하고 찢어질 듯 마음이 아프게 느껴졌었다. 보고 또 봐도 그리운 나의 할머니 하루빨리 훌훌 털어버리고 일상으로 돌아 오셨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나의 할머니

많이 표현 못한것이 후회스럽지만 늦게나마 글로 아니 당장이라도 표현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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