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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혁렬 Sep 23. 2018

vs 왓포드, 간격이 지배한 필드

 오랜만의 글입니다.

 최근 공채를 준비하면서 학업 및 알바를 병행하다보니, 시간이 없군요. 그래도 연휴를 앞두고 여유가 조금 생겨, 리뷰를 살짝 남겨봅니다. 오늘 리뷰할 경기는 지난 EPL 5R 인 왓포드 vs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경기입니다.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보인 왓포드를 2대1로 제압한 맨유.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양 감독의 전술 싸움이 꽤 흥미로웠던 경기였습니다. 전반전을 제압한 무리뉴, 그에 따른 변화로 후반전을 제압한 그라시아 감독의 역량을 유감없이 볼 수 있던 경기, 간략하게 리뷰해보죠. 다만 죄송하게도 노트북에 커피를 쏟아 현재 스마트폰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진을 첨부하긴 어려울 듯 하네요.. 조금 따분할 수 있는 글이지만 읽어주시감사하겠습니다.


# 현대 축구를 바라보는 시점, 공간. 그리고 간격


현대축구의 키워드는 무수히 많지만, 핵심 키워드는 역시 '공간' 이겠죠. 펩을 필두로 많은 감독들이 필드를 수 많은 칸으로 나눠 공간적인 관점에서 전술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어떤 영역은 오직 1명의 선수를 활용하기 위한 공간, 어떤 공간은 기본적인 페네트레이션을 위해 몇 선수들이 공유하며 점유할 공간 등, 현대 축구에서 공간에 대한 이해는 전술의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간격이죠. 수비 1차 저지선 (3선)과 포백 라인의 간격을 비롯해, 센터백 사이의 간격, 풀백과 센터백 사이의 간격 등 수비적인 부분만 언급했지만, 2선과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간격, 3선과 2선의 간격 등 공격적인 측면에서도 간격은 중요합니다. 기본적인 페네트레이션과 프레싱의 전제 조건이 적절한 간격을 두고 선수들이 포지셔닝 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공간 그리고 간격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던 경기가, 이번 왓포드와 맨유의 경기입니다.


# 변칙 442의 왓포드 vs '하프 백' 433 맨유


 왓포드의 최근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기강을 확실히 하고, 선수들의 컨디션과 식단을 철저히 관리하는 그라시아의 감독의 메니지먼트도 대단하지만 전술적인 색채도 상당히 인상깊습니다. 왓포드는 442를 구사하지만 이는 흔한 442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굳이 표현하면 4222라는 포지션이 더 어울리겠네요. 왓포드의 양 날개로 기용되는 페레이라와 윌 휴즈는 본래 중앙 미드필더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되는 중앙 자원입니다. 이러한 선수들을 양 날개로 기용하며, 442의 약점이라 볼 수 있는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간결함을 통해 전방으로 빠르게 공-수를 전환시킵니다. 이런 윙어들을 기용하면서 부족할 수 있는 측면 공격은 풀백들이 매꿔주죠.

여러모로 라 리가의 알레띠가 떠오르는 전술입니다. 왓포드는 알레띠와 유사하게 선수들의 간격은 일정 간격을 계속 유지하면서 4백 그리고 그 앞선의 미드필더 라인 8명의 그물이 한 몸처럼 움직입니다. 방향전환에 대한 대응으로 양 풀백이 와이드하게 벌어지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무게중심을 옮기는 수비방식을 택하죠.


이에 대응해 무리뉴는 풀백을 와이드하게 벌리고, 좌-우 횡패스를 통한 빠른 방향전환으로 상대 블록의 무게중심을 흔드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본인의 전술색이기도 한 Isolation & Overload를 통해 우측 풀백인 발렌시아를 최대한 와이드하게 벌려 우측 라인을 홀로 활용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포그바로 하여금 좌-우 롱패스를 통한 방향전환으로 그들의 무게중심을 계속 흔들었습니다. 


이런 전술이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무리뉴의 새로운 펠라이니 활용법, 하프백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으나, 제가 바라 본 하프 백 펠라이니. 조금 더 얘기해보죠.


# 무리뉴, 펠라이니는 세상에서 제일 잘 쓴다.


 펠라이니가 무리뉴 체제에서 또 변신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롤이 가장 최적화로 보이네요. 견해의 차이는 있겠으나, 전 펠라이니를 '하프 백' 으로 보고있습니다. 하프백이란 간단히 설명하면 일반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보다 한 칸 아래에서 플레이하며 센터백과 거의 동일선 상을 이루는 포지션입니다. 중원에 관여를 하긴 하지만 비중이 크지 않고 그보단 센터백 라인 형성이 더 우선 순위라 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사실 선을 긋기 미묘한 차이지만 한 칸 물러선 수비형 미드필더, 한 칸 올라간 센터백 정도의 위치라 보시면 좋을듯 하네요. 이런 하프백은 유로 2014 이탈리아의 데 로시, 펩 마지막 시즌의 부스케츠로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다만 펠라이니는 이들에 비해 빌드업 비중은 낮죠. 하프백은 본래 빌드업의 원할함을 위해 내려 앉기 때문에 빌드업 역량이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펠라이니는 그보단 최소한의 버팀목 정도로 플레이했습니다. 펠라이니가 기동성이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애당초 포지셔닝이 좋아 패스길을 차단하던 유형도 아니었죠. 피지컬을 활용한 선수이기에 기동성이 떨어진 시점에선 가만히 있는게 더 좋습니다. 많은 움직임보단, 센터백들과 함께 수비라인을 형성해 센터백인양 플레이하며, 맨유 센터백들에게 부족한 제공권을 담당하는 최근 플레이가 더 좋아보입니다. 또한 펠라이니가 있음으로 세트피스에서 그 장기를 더 발휘할 수 있죠. 실제 이 경기 맨유의 득점찬스엔 대부분 펠라이니를 활용한 장면이 많았죠. 공-수 양면으로 세트피스에서 효과적이며, 맨유 수비진에 부족한 제공권&피지컬을 갖춘 선수이기에, 멀리 가지 않고 좀 더 고정적인 현재의 롤이 더 적합해보이네요. 이런 펠라이니의 하프백이 이번 경기에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대가 2톱 전술이었기 때문입니다.

무리뉴는 이런 펠라이니를 활용하며 투톱 전술을 무력화시킬 '간격'을 잘 통제했습니다. 전반전 승리를 이끌어낸 무리뉴의 '간격'을 얘기하죠.


# 전반전을 쟁취한 무리뉴의 '간격'

본래 442는 433에 약한 전술이었습니다. 442를 선호하던 퍼거슨 감독도, 433앞에서 중원이 너무 힘을 못쓰자 433을 병행하기 시작했죠. (실제 자서전에도 433의 시대가 도래하며 자신에게 변화를 주려는 그의 말이 실려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442를 보면, 오히려 433이 잡아 먹히는 느낌입니다. 알레띠도 그러하고, 왓포드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죠. 원래 433이 442를 잡아먹을 땐, 중원 싸움에서 3vs2의 구도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442는 간격 유지에 신경쓰며, 측면 미드필더들도 끊임없이 중원에 관여하여 오히려 3vs4의 구도를 만들거나, 중원은 내주더라도 간결한 패스웤으로 속도를 끊임없이 올리는 전술을 구사하기도 하죠. 이런 부분보다 더 무섭다고 느껴지는 것은, 센터백과 스트라이커의 구도입니다. 보통 수비수와 공격수 구도에선 공격수와 수비수가 같은 숫자일 경우 공격측을 유리하게 봅니다. 이런 부분만 봐도, 2명의 센터백이 투톱을 막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지만, 투톱이 더 치명적이라 느껴지는 요소엔 수비진의 빌드업의 무게가 관여합니다. 현대축구에서 센터백의 빌드업은 나날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같은 433일 땐, 센터백 두명이 빌드업을 시작할 경우 상대 원톱이 한 명을 마킹할 때 한 명은 자유로워집니다. 이를 윙어가 견제하면 풀백에 공간이 생기고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이론상으론 완벽한 마킹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투톱의 경우에는 센터백 두명을 대인마크할 수 있죠. 이런 경우에 센터백들은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방어를 할 때나, 빌드업을 할 때나 두명의 센터백이 투톱을 상대하는 것은 껄끄럽고 이로 인해 다시금 쓰리백이 대세가 되었던 시절이 나타났었습니다.

최근에는 아예 골키퍼가 빌드업에 관여해 골키퍼를 중심으로 삼각형을 형성하는 빌드업도 구사되고 있죠.

서론이 조금 길었으나, 무리뉴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리뉴는 상대 투톱에 대응하고자 1차적으로 하프백을 꺼내들었고, 2차적으론 그들의 간격에 신경썼습니다. 무리뉴는 절대 상대 투톱과 수비진의 1대1 구도를 형성하도록 두지 않았습니다. 매 순간 상대 공격수 1명을 수비진 두 명의 시야에 들어오도록 간격을 짜왔습니다. 공격시에는 와이드하던 풀백들이 수비시에는 센터백과 간격을 좁혀, 풀백-센터백이 한 명의 공격수들을 잡았습니다. 상대 공격수 한 명이 좀 더 중앙에 들어오면 센터백들이 간격을 좁히며, 최소한 3 vs 2 구도를 형성했고, 3명에 속한 풀백은 펠라이니가 합류할 때까지 간격을 유지하다가 펠라이니 합류 후 다시 와이드하게 벌어졌습니다.  하프백 펠라이니가 가세했을 땐, 풀백들은 와이드하게 벌어지긴 했지만, 평소보단 간격이 좁았습니다. 터치라인 부근까지 가지 않고, 패널티 박스 꼭지점에 포지셔닝을 했는데, 이는 전형적인 윙어가 아닌 중앙 집중형태인 상대 와이드 미드필더에 대한 대응입니다. 측면 공격은 주로 풀백으로 풀어내는 왓포드에 대응해 무리뉴는 풀백들에게 측면 수비보단, 평소였으면 풀백과 센터백 사이의 공간이었을 하프스페이스의 공간 사수 임무를 맡기며 하프스페이스를 활용하는 페레이라와 윌 휴즈를 견제했습니다. 양 윙어인 산체스와 린가드는 계속 내려오며 풀백의 공격 가담을 막았습니다. 433이지만, 펠라이니가 수비시에는 아예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서 쓰리백을 이뤘고, 쓰리백은 투톱을 봉쇄했습니다. 중앙에 집중된 상대 윙어를 풀백으로 하여금 하프스페이스를 지배하며 공간을 통제했고, 공격적인 풀백들은 윙어로 막아선 무리뉴의 간격. 세트피스에서 빛난 펠라이니의 뚝배기가 가져온 2득점도 컸지만, 상대의 플레이를 제한시킨 무리뉴의 간격이 전반전 승리의 1등 공신입니다.


# 그라시아의 저력, 간격 재설정으로 후반전을 지배하다.


그러나 왓포드는 최근 상승세의 이유를 후반전에 다시 보여줬습니다. 그라시아 감독은 무리뉴의 간격에 전반전 고전했으나, 후반전엔 간격을 재설정하여 맨유를 몰아부쳤습니다. 페레이라와 윌 휴즈를 정말 윙어처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왓포드 입장에선 꽤 큰 리스크입니다. 본래 왓포드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양 윙어가 와이드한 포지셔닝이 아닌 하프스페이스를 활용하기에 빠른 중원합류를 기반으로 다시금 볼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왓포드가 양 윙어를 측면으로 이동시키면서 간격이 벌어지면, 중원이 헐거워집니다. 그러나 이미 2대0으로 지고있기 때문에 왓포드는 추가 실점보단 득점을 추구해야하는 상황이었죠. 양 윙어가 측면에 합류하자 맨유는 상대하는데 꽤 어려움을 보였습니다. 자신들이 준비한 간격은 더 이상 쓸 데 없어졌고, 풀백부터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했죠. 상대 풀백-윙어를 상대로 마찬가지로 풀백-윙어로 대응했지만 여기에 상대 공격수도 관여하면서 부분적인 숫자싸움에서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왓포드의 투톱은 페널티 박스를 고집하지 않고 조금씩 움직이며 측면과 중원에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움직이자, 하프백이 무의미해지기 시작했죠. 페널티 박스에 상대 공격수는 1명 있는데, 맨유는 하프백까지 포함해 3명이 페널티 박스에 머물렀습니다. 당연히 어느 한 곳은 숫자가 부족해지기 시작했죠. 결국 왓포드는 측면에서 컷 백 플레이로 득점하는 데 성공했고, 맨유는 승리하긴 했지만 후반전에 고질적인 문제를 노출시키며, 데 헤아 덕분에 3점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 아쉬운 대처, 피드백 없는 무리뉴

여러모로 승리는 했지만 후반전 대처와 운영방식이 너무 아쉬운 경기입니다. 무리뉴의 용병술에 의문이 드는 경기였죠. 무리뉴는 후반 잠그는 타이밍에 지나치게 '높이' 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입니다. 후반전에 펠라이니를 투입해온 지난 경기들은 문제가 없으나, 이미 펠라이니가 있음에도 맥토미니까지 투입하는 장면들은 의아하죠. 맨유의 높이는 이미 높습니다. 그렇다고 맨유가 후반에 높이로 수비를 잘 하느냐? 그렇진 않죠. 중앙, 높이만 신경을 썼음에도 위험한 장면을 줄 곧 노출했습니다. 이쯤되면 다른 방식도 고려해야겠죠. 높지만 수비 대형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상대가 너무 프리하게 킥을 해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무리뉴의 후반전 2가지 대처가 아쉽습니다. 맥토미니 대신 프레드를 넣어 기동성을 살리고 측면에 압박을 넣는게 더 필요해보였습니다.


두번째는 펠라이니의 포지셔닝입니다. 상대 투톱이 발이 풀린 상황이기에 펠라이니는 좀 더 유동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상대 톱이 움직이면 한 칸 위로 올라와 3미들을 갖춰 마티치와 포그바가 중앙보다 하프스페이스 부근에 머물게해서 측면 수비를 강화했어야합니다. 그러나 펠라이니는 지속적으로 박스를 지켰습니다. 이렇다보니 측면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결국 맨유의 약점이 드러났죠.


컷 백 플레이. 무리뉴가 지난 시즌부터 컷 백 플레이에 약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센터백과 골키퍼 사이의 공간이 아닌, 센터백과 3선의 공간에서 쇄도하는 선수를 놓치면서 실점하는 케이스가 꽤 많죠. 이는 따로 다루겠으나 이 또한 펠라이니의 이동으로 어느정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정 위치에 사람이 많다는 건, 어딘가는 비는 것입니다. 여러모로 후반전 무리뉴의 대처가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 글을 마치며,


 글을 쓰는 사이에 울버햄튼과의 경기가 있었죠. 왓포드전의 장-단점이 그대로 반영된 경기였습니다. 이는 또 다뤄봐야겠죠. 텍스트만 주구장창 있는 글이었습니다. 따분했을텐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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