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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혁렬 Dec 15. 2018

발렌시아전, 감독과 구단에게 실망만 받은 경기.

- 새벽 4시, 라인업을 보고 이기긴 글렀다고 느꼈다.

# 파격적? 0득점이 아닌게 다행인 라인업. 


 발렌시아 전. 스타팅 라인업이 공개되고, 전 당연히 3백을 예상했습니다. 변칙적으로 프레드가 왼쪽 윙백으로 기용되고 로호-존스-바이가 최후방을 맡는 쓰리백이죠. 루카쿠와 마타가 투톱을 형성하고, 페레이라를 홀딩으로 포그바와 펠라이니가 중원을 쓸어 담는 3-5-2 전술을 예상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433인데 이 때 펠라이니가 지난 왓포드전처럼 하프백으로 내려가서 부분적인 쓰리백을 형성하는 전술을 예상했죠. 이렇게 예상하며 당연히 지난 경기 실제 433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전술로는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상대로 맨유는 2대1 패배했죠. 


제가 왜 지난 경기 전술로는 승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맨유가 범한 잘못이 무엇인지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 무리뉴의 패착, 페레이라와 433.


 약간의 변호를 하자면, 무리뉴가 분명 발렌시아전에서 힘을 빼고 경기에 임한 것은 사실입니다. 벤치에 영, 래쉬포드, 린가드, 에레라가 있음에도 풀백으로 기용된 지 오래된 로호를 기용했고, 홀딩으로 뛰던 페레이라를 윙어로 기용했죠. 아마 위 4선수는 리버풀전을 대비한 체력안배 차원이겠죠. 


 그러나 동일한 선발 라인업으로 구사할 수 있는 전술이 2가지 더 있었음에도 무리뉴는 로호 풀백- 페레이라 왼쪽 윙어의 433을 택했습니다. 이런 전술적 선택이 가져온 건 무기력한 패배였습니다. 


# 왼쪽 윙어 페레이라?


 "페레이라가 발렌시아 시절 왼쪽 윙어로 뛰었다. 무리뉴 체제 이전에는 2선에서 주로 뛰던 선수이다. 그렇기에 왼쪽 윙어 기용은 타당성은 충분하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페레이라 왼쪽 윙어 기용은 분명 실패입니다. 

실패를 가져온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1) 무리뉴는 그를 오직 홀딩으로만 기용했었다.


 간단히 말해서 어색하다는 것이죠. 무리뉴는 멀티플레이어보단 스페셜리스트를 선호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무리뉴도 프리시즌에는 선수들의 다양한 포지셔닝을 테스트합니다. 실제 야누자이, 바렐라, 영, 린가드는 프리시즌 때 여러 포지션에서 테스트를 받았죠. 그런데 페레이라는 달랐습니다. 페레이라는 3번의 프리시즌을 모두 함께했지만 항상 홀딩으로 기용되었습니다. 볼란테가 자신 혼자냐, 2명이냐 차이일 뿐 페레이라는 언제나 3선으로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시즌 초반 기용될 때도 계속 3선이었죠. 측면의 경험은 있으나 최근 2선에서 훈련을 얼마나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2선 자원이 부족한 맨유가 아니기 때문이죠. 


 특히 이런 부분은 수비시에 문제를 많이 보였습니다. 분명 왼쪽을 같이 수비하는 로호의 문제도 있겠지만, 페레이라는 평소 홀딩으로서 보여주던 위치선정과 커버능력을 측면에선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상대에게 너무 쉽게 뚫리고, 간격도 벌어지면서 결정적인 찬스를 계속 노출했죠. 공격적이나 수비적이나 측면이 어색해보였습니다.


2) 발렌시아때와는 다른 윙어다.


 발렌시아는 주로 442를 쓰는 팀입니다. 페레이라도 발렌시아 시절 윙어로 뛰긴 했지만 그 윙어는 433이 아닌 442이죠. 윙포워드 형태가 아니라 와이드 미드필더로 분류하는 것이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페레이라가 발렌시아에서 부여받은 역할은 마샬-래쉬포드가 아닌 코케-아르다 투란과 같은 스타일이죠. 순간적인 속도와 드리블로 찬스를 만드는 유형의 선수는 아닙니다. 팀 동료와 함께 패스 & 런으로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공간을 활용하며 킥으로 찬스를 만드는 선수이죠. 물론 이런 유형의 선수도 433의 윙포워드처럼 뛸 순 있습니다. 실제 마타의 경우도 현재 맨유에서는 윙포워드보다는 차라리 코케나 투란같은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더 어울리죠. 요약하면 리흐벗 플레이어. 페레이라도 윙어/ 윙포워드로 기용되면 이런 유형으로 뛸 수 있으며 꽤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까진 생소한 위치이기에 문제이죠.


2번 문제는 3번에서 더 커집니다. 3번째 문제는 바로 시너지입니다.


3) 시너지, 함께하는 선수들


 전 페레이라가 측면에 위치하면 코케나 투란같은 유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좀 더 전진된 포지셔닝이라면 마타와 비슷하겠죠. 이런 유형의 선수는 또 있습니다. 이스코. 페레이라가 측면에 기용되서 좋은 시너지를 냈다면 이스코와 가장 유사한 롤일거라 생각합니다. 측면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앙에 들어와서 공이 있는 곳에 개입해 페네트레이션을 이끌고, 탈압박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내는 선수. 가장 잘 어울리죠.


 실제 무리뉴가 페레이라에게 이런 콜을 했을 수 있습니다. 이스코처럼 해라. (뇌-피-셜) 사실 그게 아니면 굳이 페레이라를 윙포워드로 기용할 메리트가 없죠. 측면에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중앙에 들어와서 공을 전개시키라는 목적이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스코 시프트를 페레이라가 이 경기에서 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기량 문제가 아니라 함께하는 선수들의 문제죠. 이스코 시프트가 빛나는 것은, 그가 중앙으로 들어와서 플레이해도 호날두라는 역대급 스코어러의 존재로 전방 파괴력이 부족하지 않고, 카르바할-마르셀로라는 최고의 풀백들이 있기 때문에 측면 활용이 부족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발렌시아 전 맨유는 어땠나요? 가뜩이나 같이 기용된 윙포워드는 마타입니다. 호날두-이스코가 아니라, 이스코-이스코 느낌이죠. 데칼코마니 느낌의 두 선수가 양쪽에 기용되며 루카쿠는 전방에 고립되었고, 루카쿠가 측면에 빠지면 전방에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 때 왼쪽 윙포워드가 쇄도해야하는데 그게 페레이라죠. 중원에 있습니다. 


결국 맨유의 전술은 433보다는 4321 형태, 공격형 미드필더가 2명인 형태로 초 중앙 집중형 전술이 되어버리죠. 이걸 풀어주기 위해선 풀백들이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쓰리백이나 하프백으로 풀백들이 더 자유로운 전술이어야 승산이 있다고 위에 언급한 것입니다. 그냥 433으로는 답이 없으니까요. 풀백의 기량문제도 있지만, 상대가 442를 꺼낸 시점에서 풀백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페레이라 왼쪽 윙어 기용도 잘못된 판단이었지만, 4백을 고집한 무리뉴의 전술 자체도 잘못된 판단이었죠.


# 433, 더 이상 442의 카운터가 아니다.


 과거 433은 중원 숫자가 442에 비해 1명이 더 많다는 강점으로 442의 카운터 전술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현대축구에 넘어와서는 오히려 433이 442에 잡아먹히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죠. (물론 팀by팀 이지만!) 이번 경기 풀백 로호-발렌시아의 폼 하락과 부진도 문제였지만 상대 투톱의 움직임이 433에 치명타를 남겼습니다. 로호 –발렌시아가 공격 가담을 하기 부담스럽게 만든 그들의 움직임이 문제였죠. 최근 투톱들은 상대 수비진의 하프스페이스를 점거하며 풀백-센터백을 묶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발렌시아의 투톱은 맨유 수비진의 하프스페이스를 압박하였다.

풀백 입장에선 자신의 뒤를 상대 공격수가 점거하고 있기 때문에 공격 가담의 리스크가 커지고, 결국 수비진 입장에선 센터백-풀백 1세트가 상대 공격수 한명을 신경 쓰는 상황이 나오죠. 쓰리백은 어떨까요? 하프백으로 쓰리백을 형성하는 경우는 또 어떨까요? 


만약 쓰리백이었다면, 이런 구도가 가능해진다.

중앙에 위치한 센터백을 기점으로 두 측면의 센터백이 와이드하게 벌어져서 두 공격수를 한 명씩 맨마킹을 합니다. 중앙의 센터백은 상황에 따라 한쪽에 가세 혹은 커버하거나 상대 공격수 둘이 만들어내는 테이크 오버에 대비하여 공간을 제어할 수 있죠. 그런데 4백 전술에서는 이 부분이 어렵습니다. 한 센터백이 한 공격수를 마킹한다고 해도, 두 공격수가 순간적으로 테이크오버를 하면, 동선이 꼬여버리죠. 언제나 그렇듯, 수비는 공격보단 1명의 선수가 더 많아야 합니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최근 무리뉴가 펠라이니를 내리는 형태의 하프백을 442상대로 가동했었죠. 상대 투톱의 움직임 때문에 공격 가담의 리스크가 상승하는 풀백들, 그렇게 풀백이 억제된 상황에서 양 윙어가 페레이라와 마타인 상황. 맨유는 사실상 양 날개를 자르고 경기에 임한 것입니다. 차라리 빠르게 전술적 수정을 통해 쓰리백을 형성하고 측면을 어떻게든 살려야 했습니다. 


이런 피드백의 부재, 잘못된 최초 전술 수립이 제가 맨유에 혹평을 남길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 보고 있니 우드워드? 커맨더가 왜 필요한지

웃지마, 웃을 기분 아니야.

 글이 길어지는데 이건 꼭 써야겠습니다. 분명 무리뉴가 잘못 임한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선수의 잘못도 있죠. 프레드의 경우 지나치게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수의 부진은 있을 수 있죠. 아직은 지켜봐야 하니까 오늘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시즌은 남았고, 프레드는 반등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드워드 이야기는 해야겠습니다. 우드워드의 안일한 이적시장이 지금 팀 운용에 얼마나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이번 경기 필 존스의 자책골은 너무나 치명적이었습니다. 반전을 꾀하던 팀에게 바로 찬물을 끼얹었죠. 근데 전 필 존스가 자책골을 넣었다는 그 사실보다 다른 문제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그가 커맨딩을 너무 못했다는 것이죠. 필 존스는 이 경기에서 바이와 호흡을 맞췄습니다. 필 존스는 과거 퍼거슨이 데려올 때부터 커맨더의 역량을 보여주었죠. 경험이 부족할 뿐 당시 클럽과 감독은 이 선수가 차기 수비진의 리더가 될 것이라며 당시 나이에 비해 상당히 큰 액수로 필 존스를 영입했습니다. (아마 300억이 넘었죠? ) 실제 최근 경기에 나서도 수비진 이 곳 저 곳 지시하며 커맨딩을 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는데.. 결론적으로 실패입니다. 먼저 자신과 가까운 풀백인 로호를 컨트롤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건 로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필 존스는 그 상황에서 로호에게 간격 유지를 콜했어야 했습니다. 또한 바이의 위치도 통제하지 못했죠. 자책골 장면 자체는 존스의 잘못보다는 바이의 잘못이 큽니다. 바이가 자신의 포지셔닝을 지키지 못하고 상대에게 끌려나갔고, 그 공간으로 볼이 공급되었죠. 


 바이와 로호의 잘못을 존스에게 덤탱이 씌운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느덧 팀내 고참급의 선수이고, 애당초 유스부터 커맨딩과 리더쉽으로 높은 몸값이 책정된 선수였습니다. 맨유 경기에서도 누구보다 팀을 독려하고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지만 그저 열정일 뿐 역량에는 의구심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맨유에 필 존스, 영, 에레라처럼 열정이 넘치는 선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한 수비진의 리더가 부재라는 것은 너무나도 치명적입니다. 커맨딩 센터백이 빌드업이 되는 선수다? 그것은 아니죠. 둘은 다른 의미입니다. 그러나 커맨딩 유형의 선수가 있다면 센터백-3선-풀백에게 빌드업 단계에서 위치를 지시할 수 있고, 수비진의 안정으로 3선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에 빌드업에 기여할 수 있죠. 발렌시아 전 두 실점 모두 수비진의 포지셔닝 실수에서 야기되었습니다. 당장 이 경기만 봐도 커맨더 센터백은 필수적인 유형입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죠? 커맨더 유형이 없음으로 우린 좋은 경기를 못하는 것 이상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마티치의 혹사 그리고 그로 인해 잃을 수 있는 우리의 선수죠. 마티치는 현 맨유에서 무리뉴의 수비전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리더쉽도 갖춘 선수입니다. 물론 스타일 때문에 간혹 빈공간을 노출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현 스쿼드에서 가장 커맨더에 가까운 선수는 마티치입니다. 마티치는 경기내에서 홀딩이면서 수비진의 리더이고, 중원의 빈자리를 매꿔야하고 필요에 의해선 왼쪽 측면으로 오버래핑을 해야하는 선수입니다. 한 경기내에서 너무 많은 롤을 마티치에게 부여하고 있죠. 그러면서 거의 전 경기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그가 가장 믿음직스러우니까요. 이렇게 마티치가 혹사당하는 것과 달리 다른 선수들은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페레이라와 에레라죠. 에레라는 그나마 다시금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계속 펠라이니, 프레드, 포그바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는 출전시간이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그리고 곧 계약기간이 만료되죠. 


 만약이라는 가정은 좋진 않지만, 맨유가 지난 여름에 커맨더를 영입했다면 지금 팀은 어떨까요? 성적을 빼고 당장 선수 기용이 어땠을까요? 페레이라와 에레라는 마티치의 로테이션이자 그의 파트너로 더 많은 기회를 받았을겁니다. 그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커맨더가 매꿔줄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페레이라는 홀딩으로서 필요한 재능은 충분해보입니다. 경험과 안정감이 더 필요하지만 이런걸 매꿔주는게 수비진의 리더이죠. 뒤가 안전하다면 페레이라는 더 편히 경기장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린 그런 선수를 잃을지도 모르죠. 여러모로 별로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드워드는 이번 여름, 자신의 안일함을 반성해야합니다. 겨울을 지켜보죠. 가급적이면 영입을 외치지 않는 저지만, 지금은 좀 다릅니다. 


우린 커맨더가 필요합니다. 모두의 시너지를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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