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부. 도시의 숨결, 골목길에서 나눈 말 없는 고백 (3)
군산의 오래된 철길 옆 벤치에서, 프롤은 무심코 에필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웃었다.
“왜 손을 잡아?”
“그냥… 네가 옆에 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서.”
그 짧은 문장은 존재의 확인이었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두 사람의 체온만 남았다.
그 순간 도시의 공기, 벽의 균열, 전선의 진동마저도
그들의 존재에 귀 기울이는 듯했다.
강릉의 여관, 파도가 창문을 두드리던 밤.
에필은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린 매번 길을 잃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언제나 길을 찾아.”
프롤은 어깨를 내주며 속삭였다.
“길을 찾는다는 건, 서로를 찾는 거야.
우리가 걷는 모든 길이 결국 우리 자신으로 이어지니까.”
그날 밤, 그들은 손을 맞잡고 잠들었다.
프롤은 생각했다.
‘사랑은 결국 존재의 증명이다.
손끝의 체온으로 남는.’
다음 날, 오래된 양조장을 개조한 카페로 갔다.
막걸리 냄새가 선입견으로 공기 속에 배어 있었다.
에필이 물었다.
“이 순간들이 이렇게 선명하게 남을까?”
프롤이 대답했다.
“선명함은 우리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야.
우리의 숨이 공기 속에 섞여 있으니까.
존재하지 않으면, 어떤 기억도 빛나지 않아.”
그날 오후, 작은 카페 창가에 앉아 낙엽을 바라보던 에필이 말했다.
“우린,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어서 좋은 걸까?”
프롤은 미소 지었다.
“침묵 속에서 사랑은 자라.
언어는 언제나 사랑보다 느리니까.”
노을은 붉게 스며들었고, 그 빛이 두 사람의 손 위에 내려앉았다.
밤이 되어 강릉의 골목에 등불이 켜졌다.
바람은 그 불빛을 흔들며, 마치 숨결처럼 떨고 있었다.
에필이 속삭였다.
“이 조용한 길을 걸으면, 세상이 우리를 응원하는 것 같아.”
프롤은 대답했다.
“세상은 우리를 중심으로 움직여,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응원하지.
도시의 숨결 속에서, 우리는 이미 하나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