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부. 도시의 숨결, 골목길에서 나눈 말 없는 고백 (4)
그때 프롤의 머릿속에 니체의 문장이 스쳤다.
‘모든 위대한 일은 조용히 자란다.’
그는 이해했다.
사랑도 인간도, 결국 침묵 속에서 성숙한다는 것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말보다 깊은 고백이었다.
골목길은 그들의 발소리를 삼키며 잠들어갔다.
밤이 깊어도, 그들은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시간의 틈새에서,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도시의 숨결 속에서 그들의 사랑은
소리 없는 리듬으로, 그러나 누구보다 선명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서울의 가을은 식은 기억이었다
빛은 유리창에 스며 사라지고
우리는 그 틈에서 서로를 찾았다
골목의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 때
나는 네 눈빛에서 오래된 시간을 읽었다
말하지 않아도 닿는 체온 하나,
그것이 존재의 증거였다
도시는 거대한 심장처럼 뛰었고
우리의 발소리는 그 맥박 위를 걸었다
사랑은 소리 없는 리듬
낙엽처럼 흩날리며, 그러나 사라지지 않았다
밤이 내려도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도시는 우리를 기억했다.
<제8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