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할 준비

배신감을 극복하고 다시 '나'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by 단어에 대하여



그에게 쓰는 편지


비이야 지난 대화를 통해 나는 애정 격차를 느꼈다.

애정이 한도 초과가 되기 전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비슷해야 하는 게

내 애정의 필수 조건이라는 건 말했었지.

네가 싫어하는 행동을 할 때면 미워하는 마음이 든다는 너의 말에

나는 너를 미워하기 어려워서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생각이 겹쳤다.

내 사랑의 크기가 보였고 역설적이게도 너에겐 내가 필요한 만큼의 사랑이 없구나 깨달았다.


그러니 간신히 무언갈 부여잡고 있던 힘이 스르르 사라짐을 느꼈어.

그건 잃어버린 신의를 회복시키기 위한 끈이었고, 그 끈은 애정으로 만들어졌던 듯싶다.

이제는 신의를 다시 쌓을 에너지를 대부분 잃어버린 것 같아.

이 말은 우리의 결혼 진행을 그리고 우리의 인연을 중단해야 된다는 거겠지.


미운 마음이 드는 너를 알게 되고 나서 짚어보면

이미 한번 이별을 고한 나를 붙잡을 때부터 사랑보다는 계산기를 두드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다시금 들었다. 그때도 붙잡는 너에게 수차례 말했잖아.

네가 이토록 나를 붙잡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그리고 결혼에 대한 이야기와 다짐이 담긴 편지를 다시 읽어보아도 그 안에서도 나에 대한 사랑보다는

내가 완성시켜 주는 '너'에 초점이 맞춰줘 있는 듯하다.


이미 내 무의식은 알았는지도 몰라.

널 사랑하는 마음이 무의식을 더 깊이 가라앉혔을 지도.


작년 말 너의 배신으로 내 마음 이미 이별을 결심했을지도 몰라.

그걸 붙잡고 있던 마음이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고하는 걸 보니 이제는 정말 끝낼 때가 온 것 같아.

배신당하고 한 달 남짓 얼마나 울고 잠 못 들었을까.

그 눈물의 기원은 단순히 너의 잘못된 행동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죽었다. 아니 이 세상에 애초에 없었구나 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아픔이었던 것 같다.


많이 사랑했다.

너무나도 명확한 이별 사유인데도 해를 넘겨 오늘까지 흘러온 건

내가 냉정하지 못해서, 내가 고치고 싶었던 단호하지 못한 마음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수없이 내가 사랑한 너를 애도하는 잠 못 이루는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이제는 그만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디어 진심을 다했던 나를 애도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인연은 더 없길 바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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