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질은 못하지만 승진을 바라는 1인
도둑질
평가질
주먹질
끝자가 '질'로 끝나는 것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상처를 입히거나, 좀 더 나아가 흠을 내는 것들이다.
(칼질, 가위질도 이 맥락 아닐까)
정치질도 소위 이런 것이다.
나는 애초부터 정치를 잘 못하는 인간이다.
어릴 때는 오히려 좀 더 처세술이 능수능란했던 것 같은데
가치관이 정립된 언젠가부터 해보려고 해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할 수 없는 사람이 됐다.
그런데 또 안 하자니 그것도 스트레스다.
라인 타기? 이런 거 못한다.
아첨과 아부도 못한다.
티가 나버려서 안 하느니만 못하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정치질을 하기 싫거나
하고 싶지만 잘할 줄 모르는 사람.
그럼에도 승진은 하고 싶은 사람에게
방법이 많지는 않다.
하나는 정치질이 필요 없는 회사에 가거나
정치질을 방탄처럼 튕겨 내어 무력하게 만드는 기존쎄거나
능력으로 발라버리거나.
이 정도가 아닐까?
정치질이 필요 없는 회사는
매우 소규모거나 또는
대표를 포함한 간부 임원들이 그런 것에 관심이 없고 휘둘리지 않는다면 그런 회사는 정치가 자리 잡지 못한다.
내 경우는
대표님은 비위를 맞출수록, 같이 맞장구를 칠수록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성격이 기본적으로 유하고, 합리적인 분이었다.
또 내가 기존쎄는 아니나 기약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아무리 사사로운 감정이 있어도 업무에 관해서라면 불편한 코멘트를 미루지 않았다.
한 귀로 듣고 흘리기도 마음먹으면 잘했다.
사소한 거에는 호들갑 떨면서 심각한 일일수록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어릴 때부터 꽤나 목표 지향적 인물이다.
야근 세대라 그런가..? 시간이 부족해서 못하는 일은 없다. (이런 내가 싫다..)
크게 이 세 가지 요소의 합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정치 없이도 위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사실은 적절한 선을 지키며 정치도 하고, 윗사람을 등에 업고, 적도 잘 구워삶는 사람이 진짜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난 이게 부족한 사람이라 겨우 저런 조합을 찾아낸 것이고.
이런 삼박자로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된 것 같다.
그래 나는 참 운이 좋다.
덩더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