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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어에 대하여 Feb 26. 2024

팀원 반이 퇴사했다

구조조정은 여파가 더 컸다. 마치 재해였다.


구조조정을 하고 삼 개월 동안 팀원 반이 회사를 나갔다.

말이 안 되는 인원으로 업무를 했다.

덜 중요한 건 빼버리고 중요한 것만 남겨 버렸다.

채용이 되기까지 한 동안은 진정성, 깊이를 따지기 보다 복제, 복기 등 최소한의 인풋으로 비슷한 아웃풋을 만들겠노라 선언했다.

마케터에게 이 얼마나 모티베이션을 떨어트리는 말인가.. 나도 잘 알았다.


구조조정 대상은 한 명이었는데 반이나 나갔다.

하루가 멀다 하고 티타임을 하고, 정말 매주 퇴사자 공지를 했다.

퇴사 사유는 회사에 대한 신뢰감 상실과 회사 위치.


그랬다 MZ는 회사에 채용되는 게 아니다. 회사를 선택하는 거였다.

그들이 믿음을 준, 청춘을 바치려고 했던 회사가 직원을, 동료를 등졌으니

나는 상처받았고, 앞으로도 너랑 함께하지 못하겠다는 결심이었다.

MZ는 참지 않긔 재미로 말하던 문구가 가슴에 긁혔다.


우리 회사는 구조조정을 하며 임대료가 싼 위치로 사무실을 옮겼다.

허리띠를 졸라매자 한 푼이라도 아끼자는 심산으로

강남에 있다 서울 변두리로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당연히 변두리 반대에 사는 사람들은 출퇴근 거리가 턱 없이 멀어졌다.

나도 출퇴근 시간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당연히 나도 모티베이션이 바닥까지 떨어진다.

정을 준 팀원들, 합을 맞춘 팀원들이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이 너무 쉽게 사라졌다.

이 조직 분위기를 어떻게 정상화시키나?

남은 사람들 모티베이션은 어쩌지?

퇴사 면담을 할 때 눈물도 나지 않았다.


나도 출근이 하기 싫다.

퇴사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새어 나왔지만

그래 일단 이 사태를 안정시킨 후에 고민하자고 틀어막았다.

리더는 그래야 한다고 믿었으니까.


다시 안정 궤도에 올랐다고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건 이로부터 반년이 훨씬 더 지나고 나서였다.

그저 나를 달래며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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