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인터뷰에서는 뉴욕에서 10년 넘게 디자이너로 일하고 계신 라이언님의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링크 : https://brunch.co.kr/@kinghong/20)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라이언님이 삼성, 니콜로디엄, 시티뱅크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도 오랫동안 일하면서 쌓으신 미국 취업 노하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편집디자인을 주로 하다가 그래픽 디자이너, UI 디자이너를 거쳐 지금은 스마트 홈 관련 프로덕트 디자인을 하고 있다. 디자인 스킬이 늘었다기보다는 디자인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하며 온 것 같다. 몇 년 전에만 해도 프로젝트가 종료되어도 10개월이나 뒤에 런칭되는 일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은 회사들이 애자일 프로세스로 옮겨가면서 에이전시에 맡기기보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편이다.
프리랜서는 본인 하기에 따라 시간적 금전적으로도 더 여유로울 수 있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프리랜서일을 딱 정해진 시간만큼만 일하고 시간당 보수를 지급받기 때문에 초과근무나 스콥이 늘어나는 경우, 보수를 다시 계산해서 받는 편이다. 프리랜서의 단점으로는 직장동료가 없기 때문에 프로젝트만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는 협업하는 더 과정이 많고 제품개발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있어서 좋다.
미국에서 면접프로세스는 회사마다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보통 이력서가 통과되면 전화인터뷰로 이력이나 포트폴리오에 대해 질문한다. 전화 인터뷰를 통과하면(여러 번일 수 있음) 마침내 온사이트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보통 하루 종일 걸린다.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Design exercise를 하고 모든 팀 멤버들과 토론을 벌인다. 점심도 함께 먹으면서 가치관이나 문화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매니저, 디렉터 또는 CEO가 돌아가면서 일대일 면접을 갖는다.
모든 팀원들이 동의해야 채용이 결정된다. 함께 일을 하는 사람을 뽑는 과정이기 때문에 팀원 중 한 명이라도 채용에 반대하면 왜 반대하는지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다. 그렇게 해서 보통은 만장일치가 되어야 채용프로세스가 끝이 난다.(말하고 보니 엄청 빡세다)
질문을 워낙 오가기 때문에 자주 하는 면접 질문이 있다기보다는, 그 사람이 하는 질문이나 대답이 유저 센트릭하냐를 가장 많이 본다.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어떤 가설을 가지고 어떤 메소드를 가지고 접근하여 해결하려고 했는지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논리가 서 있지 않으면 순식간에 유저에 대해 고려해보지 않은 사람 취급(좀 센말이지만 대답을 못 하면 자기가 그렇게 느끼게 된다)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자신만의 디자인 프로세스와 논리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앞의 인터뷰에서도 강조했지만, 자신의 디자인과 프로세스를 글로써 논리정연하게 풀어보는 연습을 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10년 동안 많은 회사를 옮겨 다녔지만 아직도 이직하는 과정이 쉽게 느껴지지는 않다. 특히 미국은 전화 인터뷰부터 온사이트 면접까지 채용 프로세스가 길고 힘들기 때문에 처음에는 익숙지 않을 수 있다. 아쉽지만 지름길은 없다. 많이 지원하고 인터뷰를 보면서 요령을 터득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면접을 잘보고 합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터뷰는 나도 회사를 평가하는 자리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종일 면접을 보면서 함께 얘기해보면 그 팀과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 수 있다. 그것이 본인의 커리어 방향, 추구하는 디자인과 싱크가 맞는지 꼭 잘 따져보자.
스마트 홈 관련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서 Nest라는 스마트 홈 테크 회사에서 한번 일해보고 싶다(https://nest.com/). 굉장히 깔끔한 제품 디자인과 UI를 추구하는 회사이다. 직장을 옮기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지만, 오피스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어서 오랫동안 살았던 뉴욕을 떠나는 것이 좀 문제긴 하다. 테크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다면 요즘은 샌프란시스코, 뉴욕 이외에 텍사스에도 좋은 테크 기업이 많으니 indeed.com이나 glassdoor.com에서 검색해보면 좋을 것 같다.
회사일 말고라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길 추천한다.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하고 나서 꾸준히 1시간 정도는 집에 와서 뭐든지 디자인해보는 편이다. 꼭 실무가 아니라도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노력이라고 하기까지는 거창하지만 디자이너라면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와 좋은 디자인을 가진 제품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당연한 것 같다. 업계나 새로운 제품에 대한 소식이 궁금하다면 fastcodesign.com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