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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홍 Apr 11. 2019

어느 날 갑자기 팀장이 되었다

스타트업 혹은 작은 조직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리더에 준하는 혹은 의사결정권자가 되어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실력과 경력과는 무관하게 그런 상황이오면 절로 '내가 이걸 결정해도 되나?' '이거 내가 책임질 수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앞선다. 나 또한 운이 좋은 것인지(?) 2017년 6월, 갑자기 회사 제품의 방향성과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위치인 PM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그저 시키는대로 주어진 미션을 몸빵으로 헤쳐나가는 일들을 맡았는데, 이제는 막사안에서 전략을 짜고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야하는 위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당시에는 이미 주 70시간 정도를 일하고 있었지만, 더욱 미친 듯이 나를 몰아 붙였고, 팀원들이 나를 어떻게 쳐다볼지 혹은 평가할지에 대해 굉장히 부담감을 많이 느꼈었다. 그렇게 어설프게 리더라는 위치에서 스무 명이 넘는 팀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부끄러울 만치 리더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적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는데, 그 중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던 3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잦은 싱크(Sync)미팅과 스터디 - 피드백에 익숙해지기

디자인 팀은 크게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들로 구성이 되어있었는데, 6개월 정도 서로 어떤 일들을 담당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공유가 되고 있지 않았다. PM이 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구성원들간의 싱크 미팅과 스터디를 늘리는 일이었다. 오랫동안 일을 함께 하지 않다보니, 다른 사람이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는 것을 느꼈다. 월,화,목,금에 싱크 미팅을 통해 디자이너들끼리 프로젝트나 디자인 결과물에 대해서 매일 싱크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좀 회의가 많다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빠르고 직설적인 피드백을 통해서 제품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유할 업무가 없는 날에는 괜찮은 서비스 소개나 아티클을 함께 공유하기도 하여 디자이너들간에 편히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몇 달 정도 진행하니 피드백을 주고 받는데 있어서 구성원 모두가 좀 더 열린 마음이 될 수 있었다. 


매주 수요일에는 디자인 스터디를 진행했는데 혼자서는 절대 읽지못할 600페이지 이상의 두꺼운 디자인 책을 2권정도 완독할 수 있었다. 역시 공부는 함께 해야한다. 또한 사내 영어스터디를 열어서 영화 ‘주토피아’로 일주일에 2번씩 16주간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현재 회사는 외국인 동료들도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써야하는 일이 생기는데, 스터디를 열심히 따라온 한 친구는 영어 듣기 실력이 많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멤버에게 논리있게 글로 반박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2. 마이크로 매니징은 팀을 망치는 지름길

리더가 된 후 가장 큰 배움은 동료에게 일을 믿고 부탁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나는 자잘한 것까지 컨트롤 하려는 성향이 있는데 이런 성향 때문에 동료들과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고, 나 자신도 팀원들도 긴장을 하게 된 적이 종종 있었다.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모든 것을 매니징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지니 드디어 동료들에게 부탁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부탁하고 맡기니 팀워크도 더 좋아지고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업무효율도 더 좋아졌고, 나 자신의 업무 스트레스 또한 낮아질 수 있었다. 반성 또 반성한다.


3. 해피니스 체크

싱크 미팅과 스터디를 하면서 실무에 대한 이야기만 늘 하다보니 업무적으로 굉장히 편해졌지만, 구성원들에게 일이 주는 의미와 만족감에 대해 나눌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 디자이너의 제안으로 해피니스 체크를 도입해보기로 했다. 해피니스 체크는 카카오 디자인팀에서 공유한 조직문화 중 하나였는데, 일이 주는 행복감과 방향성에 대해서 체크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래의 질문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일과 관련되지 않은 개인적인 이야기도 오가게되고, 회사의 일원으로서가 아닌 한 개인으로서 대화하는 시간으로 발전했다. 리더의 입장에서도 팀원들이 요즘 힘들어하는지, 일을 통해 재미를 찾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고, 팀원들도 평소에는 쉽게 할 수 없는 얘기를 꺼낼 수 있게 되면서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해피니스 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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