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필자도 손을 놀리기 싫어하고 학창시절 공부잘하는 친구 필기를 그대로 복사해서 공부하던 버릇이 있어, 메모를 습관으로 만들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말이 안통하는 미국에서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기록하고, 치열한 업무 환경에서 살아남기위해 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기록 덕후로 변화할 수 있었다. 철저한 기록의 습관화를 통해 얻은 3가지 이점을 소개한다.
1. 뒤통수를 맞지않는 업무일지
업무일지는 사실 대기업 다닐 때는 게을러서 쓰지않았었다. 이때만해도 참 거만하고 철이 없었는데, 미국에서 첫 출근 날 서로 국적이 다른 6명이 참여하는 컨퍼런스콜의 회의록을 가장 막내였던 필자가 작성해야했다. 당시 작성한 회의록은 형편이 없었고, ‘생각보다 영어를 잘 못하네?’라는 말을 매니저로부터 들었다. 그때부터 정신이 번쩍들어 정말 해고당하지 않기위해 필사적으로 모든 회의를 녹음하고 기록하고 복습했다. 이런 생활을 일 년 이상 반복하니 기록이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실무에서 모든 말과 메시지를 기록하면 많은 이점이 있다.
우선 잘잘못을 가려야하는 상황이 왔을 때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업무일지에는 그날 회의내용과 진행했던 일, 진행할 일 등을 기록한다. 이때 메시지로 주고 받은 내용 중 오해의 소지가 있을 법한 대화는 스크린샷으로 저장하여 날짜별로 분류해둔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발생하면 에버노트에서 업무일지를 검색하고 정확한 기록은 해당날짜의 스크린 샷이나 메신저를 검색하여 상황을 명확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반박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의사결정권자(대표님)의 말이 어제와 오늘 다른 경우, 어떤 장단에 맞추어 업무를 진행할지 물어보면 스마트한 직원으로 인식될 수 있다. 잘못된 업무지시나 일관성 없는 평가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조직개편이나 연봉협상, 클라이언트와의 계약 등 중요한 회의는 꼭 음성이나 통화 내용을 녹음하기 바란다. 우리 기록에 집착하자.
2. 하루를 기록하는 데일리 리포트로 골든 타임을 찾자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지만, 정말 의욕이 떨어지고 귀찮을 때가 있다. 마감기한은 다가오는데 더욱 격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이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나를 잘 파악해야한다. 생산성은 에너지와 집중력에 비례한다. 에너지와 집중력은 서로 다른 영역이다. 에너지가 바닥이지만 집중력은 높을 수 있고, 활기는 넘치지만 집중력은 떨어질 수도있다. 스스로 메타인지를 올리고 싶다면 체인지그라운드의 신영준 박사님이 소개하는 데일리 리포트를 실천해보자 데일리 리포트는 하루 24시간 동안 무엇을 하는지 시간단위별로 기록해보는 생산성 기법이다. 2주만 실천해도 어떤 식으로 시간 낭비를 하고 어떤 문제를 보완해야 할지 패턴이 보일 것이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하루를 15분 단위로 나누어 시트를 만들고 시간별로 무엇을 했는지 기록한다. 그리고 에너지와 집중력 레벨을 bad, soso, good으로 나누어 대략적으로 측정해본다. 정확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나의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간대가 언제인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이렇게 시간별로 한 일을 기록하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번째는 나의 시간별 컨디션을 파악할 수 있고, 두번째로는 그냥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생각해보라, 하루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록을 했는데 온통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멍 때리기로 도배가 된다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겠는가. 찔려서라도 기록을 안했을 때보다 책 한 장 더 읽게 되고, 글 한 줄이라도 더 쓰게된다. 어느정도 이런 부분이 습관이 되면 어떠한 반복되는 일을 할 때 얼마나 걸리는지도 측정해보기를 추천한다. 예를 들면 칼럼하나 쓰는데 2시간, 강의 콘텐츠 한 편 만드는데 5시간이라면 이 시간들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어느새 두 배 이상 일을 빨리 성취해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3. 매일 성장하게 만드는 일기쓰기
초등학생 때는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 숙제였다. 남이 시키면 죽도록 안하는 것이 천성이니 매일 같이 손바닥에 불이났다. 미국에서 업무일지를 쓸 때 영어로만 글을 쓰니 한글을 쓰고 싶어 시작한 일기 쓰기가 어느새 5년이 되었다. 일기를 쓰는 것은 그날의 나와 마주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일기장에는 나의 작은 그릇과 부족함을 질책하고 꾸짖는 글이 대부분이다.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정도가 아니면 고질적인 게으름과 미루는 버릇을 고칠 방법이 없다. 다행인 것은 일기를 통해서 반성적 사고를 하게 되니 부족한 점들이 매일 조금씩은 개선이 되고있고 가끔은 칭찬하는 날도 생긴다는 것이다. 정말 신기한 것은 일기에 그날의 반성과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도 함께 적곤 하는데, 그 중 대부분을 이루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한참 갈 길이 멀었지만 오늘도 일기로 반성하면서 내일은 조금 더 나은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