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킹홍 Nov 23. 2019

노벨상 수상 심리학자에게 배우는 2가지 교훈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노벨 경제학자를 받은 천재 심리학자 이자 고전 경제학의 프레임을 뒤엎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다. 2005년에는 이스라엘 국민이 뽑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스라엘인'으로 선정되었고 '세계 일류 사상가' 블룸버그 선정 '세계 금융 분야 최고 영향력 50인에 선정되는 등 전설적인 학자이다.


Think Fast and Slow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동급 수준이다. - 나심 탈레브


주류 경제학은 우리의 자아는 의식적 논리적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한다는 기저를 바탕으로 세워진 학문이다. "경제 이론의 행위 주체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취향에 변화가 없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행동 경제학(Behavioral Science)'이다. 인간은 환경이나 감정 인지 정도에 따라 때로는 합리적이지 않은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합리성은 감정이 아니라 인지체계에 원인이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가장 적절하게 설명한 이가 대니얼 카너먼이다.


카너먼은 Think Fast and Slow(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사람에게는 두 가지 체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시스템 1은 빠르게 생각하기(thinking fast) 체계이고, 시스템 2는 느리게 생각하기(thinking slow) 체계이다. 시스템 1은 거의 자발적인 통제에 대한 감각 없이 빠르게 작동하며 인상, 직관, 의도, 느낌 등을 제안한다. 흔히 직관적으로 결정한다 - 에서 직관적 결정은 시스템 1을 통해 일어나는 일이다. 시스템 2는 논리적 사고, 복잡한 계산을 포함해서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에 리소스를 할당한다.


시스템 1은 계속 깨어있으면서 인간이 행동할 때 개입하고, 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경우에만 시스템 2가 느리고 게으르게 작동하여 정신 리소스를 아낀다. 한 추정치에 따르면 성인은 하루 많게는 약 35,000개의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24시간 시스템 2가 일한다면 숨 쉬는 것도 논리적으로 계산해야 하므로 정신적 에너지가 금방 고갈되어 버릴 것이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이런 분업은 매우 효과적이다. 수고는 줄여주고 성과는 최대로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조합은 대부분 좋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시스템 1은 일상의 사건 처리에 매우 뛰어나고, 낯익은 상황에 대한 시스템 모델들도 정확하다. 단기적인 예측 역시 대부분 정확하고, 도전에 대한 최초의 반응은 민첩하고 시의적절하다. (p.40)


시스템 1은 빠르게 결정하지만 속기 쉽고 무엇이든 믿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시스템 2 가 개입하여 의심과 의혹을 제기하고 행동에 제동을 건다. 서비스/제품을 설계하는 입장에서는 이 시스템 1과 2를 인지하고 활용하면 조금 더 사용자 중심에서 사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1. 사용자의 시스템 2를 경계하라

사용자의 CLV가 올라간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Customer Lifetime Value가 올라간다는 것은 해당 제품/서비스를 고객이 사용하면서 사용하게 되는 총 가치(돈)가 올라간다는 말인데, 쉽게 얘기하면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데 있어서 주저함이 없고, 가격에 덜 민감해진다는 것이다. 게임 현질,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나 OTT(넷플릭스, 왓차 등) 많은 서비스에 우리는 매달 돈을 내고 있다.


이렇게 사용자가 돈을 내고, 그것에 무뎌지기까지는 해당 서비스와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한데 시스템 2가 계속 개입하여 의심하고 논리적으로 따져본다면 그 여정은 길어질 뿐만 아니라 전환될 확률도 낮아질 것이다. 이렇듯 서비스를 설계할 때는 최대한 사용자의 시스템 2가 개입될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원하는 행동과 전환을 끌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용자는 서비스의 흐림 내에서 정보를 빠르게 인지하고, 행동에 대한 다음 결과를 쉽게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적절한 추천을 통해서 검색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비슷한 예시라고 생각된다.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댄 애리어리가 말한 것처럼 행동에 드는 노력을 줄여주는 것(시스템 1가 결정하도록)이 하고 싶게 만드는 것(시스템 2를 설득) 보다 중요하다.


시스템 2는 의심이 가득하고 행동에 제동을 걸기 때문에 최대한 적게 개입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사용자의 행동을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이 결제나 개인정보 동의에 대해서 사용자를 현혹하여 슬쩍 넘어가도록 하라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아시리라 믿는다.


2. 전문가의 시스템 1을 경계하라

숙련된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들도 서비스의 정보 구조를 짜거나 기능의 흐름을 설계할 때 많은 고민을 하고 시스템이 논리 정연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일이라는 것이 숙련되거나 반복된 작업이 되다 보면 시스템 1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이때 사용자의 시스템 1과 전문가의 시스템 1은 매우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적어도 일에 대해서만큼은)


매일 다양한 서비스를 접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최신 IT 기기를 사용하다 보면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사용자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모두가 아이폰 11프로와 노션을 쓰지는 않는다.) 단순 결제나 회원가입 등의 Flow를 짤 때에도 익숙하다고 해서 사용자의 맥락이나 인지 수준에 대한 고려 없이 반복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가설 검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보통 이런 경우에는 가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겠지만) 사용자와 전문가의 시스템 1이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을 알고 사용자의 시스템 1에 맞춰 한번 더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용자를 대상으로 UX 리서치 프로세스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실무자는 사용성 테스트나 카드 소팅 등 IA 작업을 사용자와 함께 진행할 때, 익숙한 일이기 때문에 자신의 시스템 1을 기반으로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참여자는 쏟아지는 낯선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시스템 2를 가동한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사용자가 실제로 시스템 1을 사용하여 인지하고 행동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스스로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지 오류나 편향은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스템 1,2의 존재를 이해하고 사람마다 이 체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에 의식적인 주의를 기울이면 사용자 중심적 서비스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외에도 수많은 인지 오류 및 편향에 대한 예시로 가득 차서 여러 번 읽어야 체화가 되었던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링크를 남긴다.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 많은 궁금증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34981213&orderClick=LEa&Kc=





매거진의 이전글 넷플릭스 폭발적 성장의 3가지 비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