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코리아의 리서치 자료에 의하면 전문 프리랜서 인구(프리랜서+1인창업)만 고려할 경우, 2019년 현재 이미 전체 취업자 중 약 9%에 근접했다고 파악되며, 2020년까지 약 1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직장인이 부업에 관심이 있다거나 퇴사 후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퇴사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회사라는 타이틀이 없어졌을 때도 개인의 이름으로 어느 정도 시장에서 가치가 있을지 지속적으로 확인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몇년간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어떤 면접이나 만남의 기회가 있을 때 이직의 의사가 없더라도 두루두루 만나고 다닌 것이다. 운이 좋게도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다양한 채용 담당자나 대표님들이 연락을 주셨는데, 덕분에 다양한 비지니스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각 회사마다 다른 조직문화도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어서 내가 원하는 방향에 맞는 회사는 어떤 것이고 어떤 조건이 있을 때 정말 마음이 흔들리는지를 실험해 볼 수 있었다. 같은 울타리안에만 있으면 밖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기회들이 새로이 생겨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는 이런 만남들 덕분에 지금의 회사에서 시간과 권한에 대한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시장에 나오면 나를 오래 알고 기여도를 인정하는 재직 중 회사와는 달리(회사는 사실 굉장히 따뜻한 곳이다) 정말 객관적으로 가치를 평가 하기 때문에 뼈를 맞고 스스로 실망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부족한 점과 강점에 대해서 쉽게 파악하고 그것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계획을 쉽게 세울 수 있었다.
내 직무는 개발자 -> UX -> PM -> IR -> CPO로 지난 6년간 계속해서 바뀌어 왔다. 좋게 말하면 이것저것 잘한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스페셜티가 없다는 것이다. IT 분야에 있으면서 전문적으로 잘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내가 잘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의사 결정자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모으고 둥둥 떠다니는 아이디어들을 시각화하여 구체적으로 솔루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해야한다는 것은 내 스페셜티가 매우 정성적(정량적의 반대)이란 것이다. 그말인 즉슨 이런 강점으로는 프리랜서를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내 주위의 개발자나 디자이너와 비교 하면 상대적으로 그렇다고 느껴진다.(물론 어떤 전문직이라도 프리랜서로 살아남는 것은 어렵다.)
우연한 기회에 컨설팅을 제안 받았고, 글을 쓰게 되었고, 강의를 하게 되었다. 모두 시장의 여러가지 기회에 적극적으로 노출했기 때문이 아닌가한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서 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노출 빈도를 올리지 않으면 누가 나를 찾아오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먼저 찾아와주시는 분들은 정말 너무 감사한것이다ㅜㅜ) 이런 사이드 잡들은 직장인으로 빠듯했던 생활에 다양한 형태로 부가적인 수입이 되어주었다. '내가 이걸 해도 될까?'라는 생각보다는 우선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담감에 좋은 기회들을 거절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우선 해봐야 처음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다음 기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무조건 해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임계점의 넘는 경험들의 연결될 때 창발이 일어난다'
자신을 노출할 때 늘 고민하는 포인트는 '겸손하게 잘난척하기'이다. 어떻게하면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밉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나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거나 강의를 할 때 여러 번 이불킥을 차곤한다.(글을 쓰는 지금도) 돈을 벌어도 밉지 않은 래퍼 염따처럼, 개인의 브랜딩과 스토리가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스스로 가치를 추구하는 내적동기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내적동기를 지속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않다. 한 회사에서 동일한 업무를 계속해서 하다보면 숙달되고 익숙해진다. 물론 주위 동료가 똑똑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늘 자극을 받는 환경에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행운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대부분의 경우 혼자서 내적동기를 충만히 가진채 계속해서 성장을 위해 공부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를 시장에 노출시켜보는 환경설정을 통해서 리스크를 지는 훈련이 필요하다. 일을 계속 하는 상태에서 연습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초보 UX 강사일 때 수강생들의 피드백과 반응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실제로는 제대로 체화되지 않았었다는 것을 뼈아프게 알고 다시 공부할 수 있었다. 지금은 강의 준비 없이도 몇시간이고 관련 내용에 대해 떠들 수 있다. 사업이나 자영업을 하며 리스크를 더 걸게 되면 배수진을 치는 느낌이다. 생존의 위협은 사람을 날카롭게 만든다.
시장에 노출 된다는 것은 영업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거절 당하는 느낌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팔아야할지 어떤 기회로 연결 시켜서 시너지를 낼지 계속해서 배워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연봉협상의 시즌이 다가온다. 협상 자리에 시장에서 얻은 몇개의 카드를 쥐고 있는 것은 포커에서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쥐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회사에서의 일상이 무료하고 정체된 것 같다고 느낀다면 시간의 일부를 시장에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P.S 회사 없이도 개인으로 섰을 때의 상황은 늘 쫄리고 두렵다. 나나 잘하자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