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험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널리 쓰이게 될 줄은 몰랐다. '사용자의 관점에서 디자인하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등 '고객 관점', '사용자 중심' 이러한 표현들이 조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것은 아주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기획이나 디자인, 개발 프로세스에 UX라는 단어가 계속적으로 사용되는 것과 실제로 사용자의 입장과 관점이 잘 반영되도록 액션들이 실행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간 서비스 기획과 UX 일을 해오며 실천하면 바로 효과가 있는 노력들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1. 맥락에 대한 이해
사용자에 대한 이해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분석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전에 그들의 맥락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전에 만든 서비스는 14세 ~ 23세의 외국인 여성 분들, 그것도 케이팝을 소비하는 분들 이었다. 지금 내가 만드는 서비스의 유저들은 20~30세 자기계발과 성장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다. 두 사용자군은 언어부터 생활 패턴, 소비하는 콘텐츠까지 많은 면에서 다른 맥락(Context)를 가지고 있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시나리오 상에 그들의 맥락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빈껍데기가 되거나 만들어 놓고 쓰지않는 기능이 많아질 확률이 높다. 정성적이고 정량적인 많은 방법론들을 익히기 전에, 이런 맥락을 일상에서 관찰하고, 그들의 행동 이면에 있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좋은 질문을 던지고, 얻은 인사이트를 사용자 시나리오에 어떻게 녹일까 고민하는 '습관'을 먼저 들이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아닐까 한다.
2. 정보 구조 정리
정보의 구조라는 것은 기획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건축으로 따지면 설계와 뼈대를 갖추는 작업이다. 당연하게도 매우 매우 중요하고, 처음 잘 못 구조를 잡으면 개발, 디자인 심지어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에도 영향을 미치며, 늘 그렇듯 잘못 쌓은 성을 고치는 것보다 새로 쌓는 것이 더 쉬운 지경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대부분 그렇긴 하다) 초반에 잘 잡아 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잘 갖추기 위해서는 정보 구조의 지속적인 Iteration(고침)이 필요한데, 좋은 질문을 던지고 최적화 해나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질문의 예시로는 '성격이 비슷 한 것들끼리 잘 묶여져 있는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접근성이 다르게 표현 되어있는기?' '쓸데없는 단계들은 제거했는가?'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테스크들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흐름(Flow)는 잘 갖추어져 있는가?' '우리 사용자들의 멘탈 모델과 맞아 떨어지는가?' 등을 지속적으로 질문하며 적적한 구조를 잡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레거시로 인해 모두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이 작업은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서 서비스의 전체 적인 그림을 벽에 붙여놓고 전체적인 숲을 보며 진행되는 것이 화면 단위, 기능 단위별로 보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3. 빼고 또 빼고 또 빼자! 일단 빼보자!
많은 서비스들을 보면서, 가끔 보게 되는 현상은 기능을 꼭 필요해서라기보다는 '구색을 갖추거나 무엇을 더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다 넣어봤어' 처럼 보이는 서비스들이 있다. 서비스를 처음 만들어보거나 그려보는 수강생 분들에게서도 많이 보이고, 가설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스타트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컴포넌트가 화면을 더 있어 보이게 하기 때문에 들어있어서는 안되고, 다른 서비스에서도 있는 기능이기 때문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중요하고 필요하고 반드시 있어야하기 때문에 들어가는 것이 나중에 확장성면에서도 유연성을 지닌다.
뻔한 얘기지만 실천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순위에 대한 의사 결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여러가지 사업적인 이유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나도 많이 겪어 보았기 때문에 마구 기능들이 들어간 서비스/제품들에 대해 이렇게 하세요!라고 하기가 참 어렵다(그들도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 결정자들이 자신의 직관이 아니라 검증된 가설부터 차차 테스트하며 확장해 나가는 마인드 셋을 가지고, 이러한 분위기가 전체 조직에 흐를 때 - 일도 더 쉽고 재미있어지고, 사용자들의 반응에 대한 판단도 단순해진다.
P.S 나나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