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은 그 발원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는 것을 특정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알게 되는 때는 이미 온 세상에 만연해 있을 때이다
그 치명적 증상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를 피했다
마음 터놓고 오랜 시간 이야기할 수 없어졌다
그들 자체가 병균이라도 되듯 서로를 피했다
모든 이에게는 마음을 놓는 유일함이 모두가 떠나간 혼자 집에 머무르는 시간
집에 누워 눈을 감으면 적적하니 몸 쉬이기 좋다
모순은 눈을 감으면 드러남
보고 싶은 아빠 얼굴 엄마 얼굴
보고 싶은 내 사랑의 얼굴
보고 싶은 친구 얼굴
얼굴들이 면면히 스쳐 지나가고 나는 반가워했다
아침 해가 밝았고
나는 집을 나왔고
여전히 사람들은 많았고
서로가 흘겨대던 눈동자가 재빠르기에, 나는 일일이 눈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요 속의 인사
그러나 반갑지 않음.
잠시 비벼지는 그 등살도 싫어 고갤 내젓는데 왜 인지 따뜻하다
온기는 잠시 스쳐가는 잠시만큼 스쳐갔고 여운은 오래갔다
알 수 없는 이 마음 하나 가지고서 출근해서 안녕이라고 인사했더랬다
하기는 싫음, 받기는 왠지 좋음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 은 아니고 그냥 외로움
병균 없는 전염병 그러나 어쨌든 전염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