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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완짹슨 Dec 10. 2019

통역의 최저시급은 얼마일까?

외국어를 하는 것과 통역은 좀 다르다

2014년 11월. 약 5년 전 대만에 처음 왔을 때 할 줄 아는 중국어라고는 그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별로 사용할 일이 없었던 녀석 '사랑해요'까지 알고 있는 중국어라고는 세 개 밖에 없었던 나에게도 비즈니스 통역을 할 기회가 찾아왔다.

물론 지인들이 대만에 놀러 올 경우 여행 가이드를 자처하며 관광객을 안내하는 수준의 통역은 여러 차례 해 왔지만 그리 어려운 것들은 아니었다. 식사 주문이나 여행지 안내 등. 평소 실생활에 사용하는 어휘만으로도 충분했기에 특별히 공부할 필요가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반복적인 학습 효과?로 점점 자신감이 붙어서 이제는 현재는 부담감 0% 대신 어깨 힘 100% 상태로 지인들을 마중 나가고는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수준의 통역이 아니었다. 게다가 전 회사에서 근무하며 닿은 인연으로 찾아온 기회였기에 도전이라는 기대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었다.  '나의 실수는 자칫 하면 한국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온 분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첫 통역을 잘 해내기 위해서 통역 1 ~ 2주 전부터 대만 회사와 미팅에서 필요한 주요 질문 List를 받고 그것을 다시 중국어로 번역을 했다. 그런 후에는 대만 친구들에게 확인(내가 번역한 문장이 현지인들에게 거부감 없고 예의 있게 들리는지에 대한)을 거친 후에 마지막으로 충분히 연습을 한 후에 통역에 임 했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비즈니스 통역은 두 번째 통역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는데 이 말은 또다시 부담이 가중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처음 경험한 비즈니스 통역의 하루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하루 동안 다수의 대만 회사를 방문해서 똑같은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것이었다.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것은 준비를 충분히 해서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같은 질문에 돌아오는 각기 다른 대답들이었다.


단순히 들은 것을 그대로 전달만 해주어도 내 역할은 나름 다 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나는 통역 내내 상대방이 말하는 뉘앙스 즉, 그들이 입으로 하는 말을 그대로 듣기보다는 말속에 또 다른 의미나 의도하는 바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귀는 언어에 집중을 하고 눈은 표정을 보면서 상대방의 숨겨진 속마음도 읽어내야 했다. 그것은 나의 역향 향상을 위해서도 중요했다. 그래서였을까? 중간중간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나의 첫 번째 비즈니스 통역은 나름 만족스럽게 끝이 낫다.  



- 중간중간 어려움.- 

'통역을 하면서 느꼈던 그 어려운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1. 나의 '뇌'는 쉴 틈이 없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뇌에 휴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국가 차원에서도 충분한 뇌 휴식을 권장하고 있고 그로 인해 생겨난 대표적인 대회로는 멍 때리기 대회도 있다. 나는 그날 하루 동안 세 군데 대만 회사를 만나면서 약 6시간 동안 뇌를 끊임없이 사용해야만 했는데 중간중간 아무것도 안 하고 10분만 멍 때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게다가 뇌만 쓰는 것이 아니라 입과 눈 등 머리에 붙어 있는 모든 신체 기관과 기능을 100% 써야 했기에 뇌 말고도 나의 모든 신체 기관들은 격한 움직임이 없었음에도 무척이나 피곤함을 느꼈다.

타인 입장에서 통역이라는 것이 그냥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것 같지만 앞서 말했듯이 뇌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고 집중력이 한순간도 흩트려져서는 안 된다. 모국어는 사실 딴짓을 하면서도 잘 들리기도 하고 중간중간 듣지 못해도 대화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외국어는 그렇지 않다. 온 신경을 집중해야 가능하다.


'뇌 사용으로 인한 정신적인 에너지'와 '신체 기관 사용으로 인한 에너지'가 한 번에 빠져나가서 나중에는 몸이 버틸 최소한의 최소한의 체력만 남아 있을 때, 그때서야 약간의 두통이 밀려온다. 아마도 평소보다 뇌를 많이 써서 그런 거 같은데 일종의 통역 후유증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 집에 가서 쉬면 금방 괜찮아진다)



2. 통역자에 대한 믿음과 의문 사이. - 중국어 3마디가 한국어로 한마디일 수 있다 - 

이 문제는 나뿐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통역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인데 제일 큰 문제는 통역을 의뢰한 입장에서 통역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을 한다. 예를 들면 주고받은 대화가 꽤 길었는데 왜 전달되는 한국어는 상대적으로 짧냐?라는 것인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내가 들은 것을 100% 그대로 통역하기보다는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해서 통역하는 경우이고 (왜냐하면 통역하는 사람은 듣고 말하는 사람과 다르게 중간에 쉴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개인 컨디션(목 상태 등)을 스스로 조절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통역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한번 더 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길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야기는 길었지만 실제로 전달할 내용은 길지가 않은 것이다. (이 부분은 통역을 업으로 살아가는 고급 통역가들에게 해당이 안 되겠지만 나는 그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외국어가 길다고 해서 한국어도 꼭 길지는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배우들의 영어 대사들이 엄청 긴 반면에 한국어는 몇 글자로 자막이 나오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통역을 하는 과정에서 오해와 불신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통역을 하는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힘든데 남음 힘 마저 빠져 버리게 된다. 이건 나의 경험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공통된 의견들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유튜브에 괜찮은 영상을 올리고 싶어서 영상 촬영을 했는데 편집은 할 줄 몰라서 편집자에게 의뢰를 했고 편집자는 열심히 편집을 해서 완성된 편집 영상을 보내주었는데 이건 왜 이렇게 했어요?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편집자 입장에서는 투자한 시간이 얼마나 허무할까? 


가까운 예를 들어 인테리어의 경우도 시공 감리까지 믿고 맡기겠습니다. 잘해 주십시오.라고 이야기 끝내 놓고 다 끝나고 난 후에 왜 이건 이래요?라고 따지면 인테리어 관계자는 어떤 기분일까? 믿음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진실 앞에서도 거짓만 보이기 마련이다.

 


3. 감정 이입 & 의역과 직역

통역이 나의 전문 직업이 아니기에 나를 통역가라고 말 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사실은 나는 휴대폰 안에 있는 번역 기능을 가진 어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번역기와 다르게 내가 들은 것을 전달할 때 상대방의 표정을 관찰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대화의 흐름을 좋게 끌고 가기 위해서 같은 말도 융통성 있게 끌고 가기 위해 노력한다. 비즈니스 통역은 단순히 이야기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 있어야 하고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통역하는 사람의 말투나 감정 조절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화의 톤이나 말투도 무척이나 신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나는 단지 통역을 할 뿐인데 내가 감정이 이입이 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게 거절을 해야 하는 경우이다. 나는 평소에도 거절을 잘 못 하는 성격인데 그런 성격이 통역을 할 때도 감정 이입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저 통역을 하는 것이고 일을 하는 것인데 개인감정이 이입되니까 나도 참 난해하다. 내가 싫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싫다고 말하는 것을 중간에서 전달을 하는 것인데도 괜히 그 말을 하면서 머뭇 머리게 되거나 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무뎌지면 비슷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잘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역보다는 의역을 하는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서 '그 방법은 싫어'라고 들은 것은 그대로 직역을 하는 것보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라고 의역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통역하는 개인의 성향 차이 혹은 통역 경험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이기에 이것이 절대적으로 좋은 방법은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그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는 딱딱한 직역보다는 부드러운 의역이라고 생각한다.



4. 다수의 질문자 VS 한 명의 통역가 

통역을 수반한 회의가 진행될 경우 크게 세 가지 인물이 등장한다. 

'말하는 자. 듣는 자. 그리고 통역하는 자'

 

자 여기서 말하는 자는 말하는 역할이 끝난 후에는 듣는 자가 된다.

통역하는 자는 말하는 자이자 동시에 듣는 자이다. 그것도 2개 국어를 쉴 틈 없이 듣고 말해야 한다. 1개 한국어를 듣고 말하고 중간에 쉬는 것과는 다른데  질문자가 많을수록 더 힘들어진다. 중화요리 주방장도 짜장면만 주문이 계속 들어오는 것이랑 짬뽕, 볶음밥, 탕수육 등등 여러 가지가 따로따로 주문 들어오면 더 정신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통역 범위나 수준에 따라서 통역을 2명씩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통역에서 제일 발생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전달의 오류'인데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 완벽하기는 어렵고, 통역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집중력이 저하되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통역이 2명 배치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5. 통역 전에 사전 미팅 & 대본을 주는 것은 매너다.

사실 이 또한 통역 경험자들의 공통된 의견(불만이기도 함) 중 하나인데 사전에 대본을 잘 안 준다는 것이다.

대본이라고 하는 것은 통역 시 해야 할 주 업무 내용에 대해서 대략적인 내용을 미리 검토하는 것이다.

통역이라는 것이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관광 통역부터 의료 통역, 법률 통역, 반도체 통역 등 평소에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단어도 많고 한국어로 들어도 낯선 단어와 문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만에 거주한 지 10년이 넘어가는 한 한국인의 경우 통역을 위한 사전 미팅에서 '신축성'이라는 단어를 듣고 매우 난해했다고 한다. 대만에 10년 넘게 살면서 신축성이라는 단어를 중국어로 사용할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 또한 두 번째 통역을 하면서 더욱 어려웠던 점 또한 대본이 없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통역처럼 세 군데 회사를 만날 필요는 없었지만 한 군데 회사와 이전보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야 했고 내용이 더욱 복잡해지고 많아져서 나는 본업도 잠시 미뤄둔 채 3일 연속으로 통역을 해야 했다. 통역을 위한 충분한 준비도 휴식도 갖지 못해서 무척이나 힘든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런 티를 내는 것은 생색내는 것 같아서 그러지도 못 했다.

그나마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대화와 실수 없이 잘 해냈다는 뿌듯함이었다.



- 통역 비용에 대한 온도 차이 (과연 통역의 시급은 얼마가 적절할까?)

자, 그렇다면 통역의 최저 시급은 얼마가 적절할까? 사실 통역은 최저 시급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최저 시급보다 적어서도 안 되고 최저 시급에 딱 맞게 책정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고 외국어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일 것이다.


대만에 오기 전에 미국 법인으로 발령이 나서 미국 비자 발급을 받아야 했는데 학생 비자가 아닌 이상 보통은 법무 법인을 통해서 하게 되는데 당시 대표 변호사님과 전화 상담료가 1시간에 7만 원이었다. (가격은 법무 법인마다 상이) 서류 준비까지 다 하면 최소 30만 원에서 많게는 몇백만 원까지도 들었다.

일단 다른 부분은 제쳐 놓고 전화로 상담하는 비용이 7만 원. 지금의 가치로 따지면 10만 원 정도로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비용에 대해서 비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나는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대표 변호사님이 하루에 야근 포함해 10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의 시간 1/10을 보장받는 셈이니 그렇게 비싸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사법 고시를 통과하시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도 있는 분의 지식을 얻는데 최저 시급을 책정하는 것도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가 흔히 입을 수 있는 청바지도 대량 생산되어 판매하는 몇만 원짜리가 있고 브랜드 명성에 따라 몇십만 원 몇백만 원 하는 청바지가 있고 꼭 한 가지 색깔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통역도 동시통역과 순차 통역 가격이 다르고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여행 가이드 통역과 정상 회담 동시통역의 가격이 같을 수는 없는 것처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권장 금액은 있다.


보통 표준 가격은 코트라(KOTRA)를 참고하면 되는데 2019년 기준으로 200 US 달러다. 한화로 계산하면 약 22만 원 정도인데 내가 여기서 표준 가격이라도 이야기한 것은 '최소 가격'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왜냐하면 전문 프리랜서의 가격은 이보다 더욱 비싸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 뭐 그렇게 비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데 참고로 희소성 있는 러시아어의 경우는 더 높게 시작된다. (8시간 기준) 2014년에 250US 달러였으니 지금은 300US 달러 정도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차량을 공유하고 빈집과 빈방을 공유해서 수익을 내는 21세기에 타인의 지식을 공유하는 것 또한 대가를 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다만 그 가격에 대해서는 시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출처 :  프리랜서 마켓 No.1 크몽>


: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5,000원도 보이고 66만 원도 보인다. 66만 원을 클릭해 보았다.  

<출처 : 위와 동일>

66만 원은 최저 가격이고 99만 원, 165만 원도 있는데 99만 원은 1일 6시간 기준이다.

국내 TOP 통번역 대학원 출신 통역사의 비용이 개인 입장에서는 꽤 높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비즈니스 거래에서는 큰 회사일수록 작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번에는 5,000원을 클릭해 보았다. 

<출처 : 위와 동일>

5,000원으로 가능한 서비스는 일상생활 용어 전화 통역이고 작업 기간이 1일이라고 되어 있지만 결제창에는 1시간으로 나온다. (일상생활 용어 통역은 나에게도 쉬운 일이지만 1시간에 5,000원은 최저 시급보다 못 한 가격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최저 시급보다 낮게 몸값을 측정한 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말이다)



- 통역비가 비싼 이유 (통역은 고급 인력을 활용하는 비용이다)

KOTRA에서 제시하는 가격 1일 8시간 한화 약 22만 원. 시급으로 게산하면 약 3만 원에 못 미친다.

우리나라에도 최근에 최저 시급이 약 1만 원에 달한다. 그리고 이것은 말 그대로 최저 시급이고 업무 강도에 따라서 시급 혹은 일당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 가까운 예를 들어 아파트 공사 현장 인부들의 경우 일당을 최저 시급으로 계산해서 8 ~ 9만 원을 준다고 하면 사람 쓰기 힘든 세상이다. 보통은 12만 원 선이고 여기서 기술을 가진 인부라면 15만 원 ~ 20만 원을 넘어간다. 사실 건설 업계에서는 내가 말한 비용에 대해서 어떤 의견들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유 시장에서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원리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정된 것이다.

통역 또한 마찬가지이다. 공사 현장에서도 일반 인부와 기술자의 일당이 다른 것처럼 통역도 나 같은 (본업이 아닌 사람) 사람과 전문 통역가의 가격은 절대적으로 같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 한국 외대 통번역센터(http://www.hufscit.com/)의 경우는 말 그대로 한국에서 통역에 있어서 최상위 레벨에 있는 사람들인데 시급으로 계산하면 10만 원을 웃돈다. 하루 종일 식당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벌 수 있는 돈을 1시간 동안 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고 그러기 위해서 긴 시간을 노력하고 학습을 위한 비용을 투자해서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왜 이렇게 비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런 것이 그 시장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도 인도 출장을 준비할 때 처음으로 현지에 통역 문의를 했었는데 그때도 최소 150US부터였다. (그때 나의 반응도 네? 아, 비싸네요.라는 반응 '그렇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 통역을 최저 시급으로 때우려는 사람들 &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로 인한 부작용들)

사실 일이 조금 힘들어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최근에는 많이 줄었지만(없어지지는 않았음) 2 ~ 3년 전만 하더라도 통역 혹은 통역 안내가 주 업무인 가이드를 구하는데 최저 시급을 제안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것도 대만 최저 시급으로 말이다.

(대만 최저 시급은 2014년에 140 대만 달러에서 2020년 기준 158 대만 달러로 인상 예정인데 한화로 약 6,000원이다. '이럴 때는 현지 법을 아주 잘 준수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 또한 인터넷이 발달해서 인터넷으로 이런 구인 글이 올라오면 곧바로 저격의 대상? 이 되어서일까? 최근에는 최저 시급으로 통역을 구하려는 글이 거의 안 보이는데 그렇다고 이 문제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이유는 최저 시급이라도 받고 하겠다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문 통역가가 아닌 외국어를 조금 할 수 있는 일부 워킹 홀리데이 비자 소지자 친구들이 '생활비라도 벌고 경험도 쌓겠다는 명분'으로 최저 시급으로 가이드나 간단한 통역 업무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공급이 먼저 사라지면 좋겠지만 수요가 존재하는 한 공급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다. 열정 페이 OUT을 외치던 청년들은 어디 간데없고 열정 페이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만 남았다. 이것은 기성세대들의 잘못을 이야기하기 전에 젊은 세대들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한 발언일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과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의 경계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과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동일시하게 대우하는 그런 세상이 오게 된다면 그 누가 열심히 본인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노력할까? 


대학교를 갈 이유도 없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학문에 시간을 투자하고 수많은 비용을 들여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은 물질적으로 윤택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나에게 최저 시급으로 통역 제안이 들어온다면 나는 차라리 무료로 도와주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적어도 내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내 영역에서 가능한 일이라면 돈을 받지 않고 도움을 줄려고 한다. 도움은 언젠가 돌고 돌아 그 이상의 가치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결국 남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 생각을 더하자면 주변 사람들이 나의 도움을 얻어갈 때 어떤 형태로든 그 가치를 인정해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일 수도 있고 최저 시급보다 적은 금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와의 관계이다.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람이란 자신도 모르게 호의를 배려가 아닌 너무 권리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도 있기에 늘 조심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내가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당장 많은 것이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고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조심스럽게 이 이야기를 끝맺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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