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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완짹슨 Nov 15. 2019

대만을 한 여름에 와야 하는 이유.

걷기 좋은 가을보다 더워 미치는 한 여름! 을 추천한다.

한국의 10월, 11월 초가을을 지나서 겨울로 넘어가기 전 이 시기는 한국에서 단풍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11월 초에 부모님께 안부 연락을 드렸을 때 듣기로는 부산의 기온은 약 15도 정도라고 하셨다. 같은 15도 라도 따뜻한 봄에서 느낄 수 있는 15도와는 또 다른 가을의 15도. 추운 겨울을 코끝을 통해서 맛볼 수 있는 조금은 쌀쌀하지만 분위기와 정취가 있는 15도의 가을을 즐기고 계신다는 이야기에 한국도 이 시기가 딱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대만에서도 한국의 가을과 단풍을 즐기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대만 여행객이 증가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만에서는 벚꽃, 단풍, 눈 이 3가지를 구경하기가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만큼 단풍과 잘 어울리는 나라가 없지 않나 싶다.

 

반대로 한국 사람들에게도 대만 여행하기 제일 좋다고 알려진 시기가 바로 이쯤이기도 하다. '10월과 11월'


<"10월과 11월" 제일 여행하기 좋은 날씨다>

- 내 생각에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

날씨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여행하기 좋은 건 맞다. 나도 지금이 조금 춥게 느껴지기는 해도 한동안 걸어 두고 언제쯤 입어 볼 수 있을까? 입는 상상만 했던 긴 옷들을 내 몸 위에 걸치고 멋도 내어 보고 평소에 조금 좁아 보였던 어깨는 조금 두터운 외투로 가려본다. 태양을 피할 수 없었던 나의 속살들은 이제야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았고 속살을 감싼 긴 옷 위에 겉옷은 포근함을 더해준다.  

무엇보다 끝날 거 같지 않았던 길고 길었던 더위가 가셨다는 생각에 더운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지금 이 날씨가 무척 반갑기만 하다.


게다가 잘 걷고 있는데 뜬금없이 비가 쏟아지는 우기도 다 지나갔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태풍 (대만은 태풍이 심할 경우 정부에서 임시 휴무와 휴일을 지정하는데 1년에 한 번은 혜택?을 볼 정도로 크고 작은 태풍이 찾아온다) 도 당분간 동면에 들어갔다. 1년 동안 약 300회 정도의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하지만 평균적으로 하루, 이틀 꼴로 발생하는 지진에 일일이 에너지를 소비한다면 일상생활을 하지 못 할 정도이기 때문에 크게 의식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진은 사람이 느낄 수 없을 정도이며 5.0 이상의 강진은 많으면 해마다 1 ~ 2회 정도 찾아 오지만 대만 건물들이 내진 설계가 잘 되어 있어서 걱정이 없다.


대만의 날씨를 한마디로 정의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할 것이다.

고온다습(高溫多濕) 온도나 습도 중에 하나만 높은 것이 아니라 둘 다 높아서 사람 미치게 만드는 날씨.

그러나 그 날씨에 예외가 적용되는 바로 이 시기. 10월과 11월.


그런데 이 고온 다습한 기후도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로 입국을 하고 다시 타이베이로 출국을 한다.

그래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10, 11월로 이야기가 나오는 것 또한 정확하게는 대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타이베이(북부 지역)를 기준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대만 지방 도시를 잇는 항공 노선 증가와 방송 영향으로 가오슝과 타이난 여행객 또한 증가하고 있는데 유념해야 할 것은 가오슝(남부 지역)은 현재도 습하고 덥다. 정확히는 '겨울이 거의 없는 도시'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그리고 가오슝에서 차로 2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대만 최남단 지역이자 대만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휴양지 '컨딩의 경우는 1년 내내 여름'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듯 한 나라에서도 다양한 날씨와 개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대만이다. 그래서 1년 내내 날씨 만족도가 제일 높은 지역은 다름 아닌 타이중(대만의 중간에 위치)이다.


물론 한국도 지역별로 날씨 차이가 큰 편이지만 그래도 전국적으로 계절이 분리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대만의 날씨를 지역별로 나눠서 표현을 하자면 타이베이의 11월은 선선한 가을 느낌이지만 가오슝의 11월은 여전히 여름이다. 물론 큰 더위는 한풀 꺾여서 밤에는 아침과 밤에는 비교적 선선한 느낌도 있지만 한국에서 추운 날씨에 적응된 상태로 온다면 여전히 덥게 느껴질 것이다.


[2014년 11월 처음으로 대만에 왔을 때였다. 11월의 서울은 꽤나 추웠고 추위에 약한 나는 공항에서부터 단단히 껴 입고 대만행 비행기에 올랐다. 타이베이로 입국해서 가오슝으로 출국하는 일정이었는데 내가 기억하는 그 당시의 타이베이의 날씨는 푹신한 겨울 옷을 입기에는 조금 더운 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위에 무언가를 걸치지 않으면 조금 추운 그런 날씨였다. 물론, 이건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같은 지하철 공간에서도 누군가는 춥게 느껴지고 누군가는 덥게 느껴지는 것처럼 추운 나라에서 여행 온 사람들에게는 덥게 느껴질 수 있고 더운 동남아 국가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춥게 느껴질 수 있는 게 타이베이 11월의 날씨인 듯하다. 그래서 11월 타이베이의 거리를 걷다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옷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나는 추워서 껴 입고 나왔는데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활보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고 해야 할까?


타이베이 일정을 마무리하고 가오슝에 처음 도착했을 때였다. 너무 더워서 곧바로 코트를 벗어던지고 그것도 부족해서 혹시나 싶어서 준비했던 반팔을 입고 일정을 마무리했었다. 나와 성향이 안 맞는 상사와의 출장 또한 나를 무척이나 덥게 만드는 이유였다. 지금에서야 익숙한 풍경들은 이 시기에 타이베이와 가오슝을 오고 가면 옷차림이 무척이나 상반된다는 사실.]

 


<그래도 겨울보다는 여름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

대만을 찾는 지인들이 제일 많이 하는 질문 중에 하나가 대만 날씨이다. 그다음 질문은 언제가 여행하기 좋냐?인데 앞서 말했듯이 날씨만 기준으로 놓고 이야기하면 당연히 지금 이 시기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벌써부터 준비하는 거리의 풍경은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나는 대만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언제 여행하기 좋아?라고 묻는다면 '여름'에 오라고 말한다. 그것도 한 여름에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여름에 덥지 않아?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당연히 덥다. '그래서 오라고 하는 것이다'


추운 것보다 더운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대만에서 맞이하는 5번째 여름은 정말로 짜증을 유발하는 날씨였다. 한창 더울 때는 거리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고 숨을 쉴 때는 내가 찜질방에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더운 공기가 내 입 안으로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한낮에 거리에서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다들 쇼핑몰이나 주변 카페에서 에어컨 바람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듯하다.


더위를 좋아하고 이런 더위에도 익숙한 나도 이 정도인데 한국에서 여행 온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차량 이동이 생활 습관이 된 사람들에게 나의 제안은 어쩌면 고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만이 동물 사파리도 아니고 여행에서 뚜벅이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그런 여행을 좋아하기에 때로는 남에게 그런 여행을 강요? 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대만이라는 국가는 휴양을 목적으로 방문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잘 먹고 잘 쉬는 그런 여행을 원한다면 나는 애초에 대만에 오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럼 한 여름에 대만에 와서 뭘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망고가 제일 맛있는 시기 6월 그리고 7월과 8월. '한 여름' >

여행의 목적과 기대하는 부분이 모든 사람이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만 여행의 매력을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먹는 것 아닐까? 보는 것도 좋지만 배가 고프면 눈에 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다 필요 없다.

여행 와서는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음식들. 또 한국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지역에서 먹어야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들을 실컷 먹고 가는 게 더 남을 것이다. 먹는 게 남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나는 대만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 중에 하나로 망고(망고 빙수 포함)를 추천한다. 대만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중에 하나가 바로 망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이 망고 때문에 나는 대만을 못 떠나는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남자의 종아리랑 비교해도 절대 꿀리지 않는 굵기를 자랑하는 대망의 망고>


대만의 망고는 맛도 맛이지만 비주얼이 흔히 우리가 아는 망고들과 좀 다르다. 무지 막지 하게 크다. 그런데 가격은 무지하게 착하다. 대만은 과일을 근(斤) 단위로 판매하는데 보통 1근에 2,000원 안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그리고 나중에 망고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 때는 1근이 아니라 약 4,000원 정도에 한 봉지 가득 담아서 집으로 갈 수 있다.



<유튜브를 잘 모르던 시절. 한 여름에 무지 막지 하게 큰 대만 망고를 보여주고 싶어서 페이스북 LIVE 영상 촬영하던 시절의 사진>


내가 입은 옷을 보면 알겠지만 대만의 6월은 덥다 못해 아주 습한 시기이다. 그리고 바로 이 시기가 망고를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기이다. 비록 너무 더워서 땀을 닦아가면서 먹어야 하지만 보통은 집에 냉장고에 충분히 보관 해 둔 뒤에 손가락으로 겉을 살짝 눌러서 말랑 말랑할 때 먹으면 그 맛은 표현할 방법이 달리 없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대만 망고를 맛볼 수 있게 되었지만 가격이 여전히 비싸고 한국에 들어오는 검역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서 소독이나 열처리 과정을 거치게 되면 맛에 약간 변화가 생기면서 소위 가성비? 는 떨어지는 편이다)



<다른 국가에서도 먹을 수 있는 망고> 

물론 망고라는 열대 과일은 대만이 아니더라도 맛볼 수 있지만 나는 크기와 당도에서 타 국가의 망고보다 몇 배는 맛있다고 대만 사람들을 대신해서 자부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동남아 국가에서 접하는 망고의 크기는 대게 성인 여성의 손바닥을 펼쳤을 때 한 손에 잡히는 정도지만 대만 망고는 한 손으로 들고 있노라면 중력의 법칙을 몸 소 체험할 수 있다. 제일 큰 녀석으로는 아령 삼아 운동을 해도 될 정도이다.


하지만 스포츠 세계에서 말하듯이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스포츠에서는 개인 기술이라면 과일 세계에서는 바로 당도이다. 그럼 당도가 얼마나 높나요?라고 물어보실 수 있는 분들을 위해서 적자면 단순히 수치 상으로 어느 나라 망고보다 당도가 몇 배입니다.라고 말 해도 먹지 보지 않는 이상은 와 닿지 않기 때문에 나는 기회가 되면 와서 먹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응, 한 여름에 말이지)

 

그리고 그 맛을 본 사람은 절대 다른 나라 망고를 못 먹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나는 대만에서 종종 주변 동남아 국가로 여행을 가지만 그 나라의 망고는 눈에 안 들어오게 되더라. 한국 딸기의 맛을 알아 버린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 딸기를 먹고 맛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눈꽃 빙수의 원조 국가에서 망고 눈꽃 빙수를 처음 먹던 날>

망고도 망고지만 망고에 우유 얼음을 갈고 시럽을 부어 옛날 그릇에 담아주는 대만식 전통 망고 빙수야말로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본 새로운 달콤함이었다. 나는 한입을 먹고 눈이 번쩍 떠지던 그날의 감동과 놀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짜릿하면서도 달콤한 녀석은 내 혀에 닿자마자 스스륵 녹아버렸는데 그 기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성과 키스를 할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무언가가 내 혀에 들어왔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입 안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그런 기분 말이다.


아마, 그때부터인가 보다. 대만에 눌러앉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말이다. (망고 하나 때문에?)


그 후에 나는 가오슝으로 여행을 오는 지인들에게 가능하면 늦어도 9월(제철은 8월까지 지난 운이 좋으면 9월 중순까지 맛볼 수 있다) 이 끝나기 전에 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그때 대만을 방문한 지인들은 아마도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나는 80년대 생이라 90년대 생들의 단어 사용이 아직 낯선 편인데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핵 존맛" 이라더라.



<11월에도 망고 빙수 먹을 수 있지 않아요?>

중요한 질문이다. 그렇다.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11월의 망고가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자.

                <출처 : 네이버 "즐거운 대만 여행" 카페에 올라온 어느 여행객의 후기 사진>


사진을 보면서 대만 사는 내가 다 미안할 지경이었다. 이 사진은 한국 여행객에게 더 알려진 유명한 망고 빙수 집에서 한국 손님에게 제공한 것이다. 망고는 한번 냉동으로 들여와서 해동 한 티가 역력했고 언뜻 보기에도 망고의 양도 적은데 반해 가격은 번화가에 위치해서 다른 곳보다 더 비싸니 한국 여행객들은 기대를 안고 와서 실망을 얻고 가는 것이다.


제철이 아닌 시기에 한번 오고 말 것 같은 한국 여행객들이 방문을 하다 보니 팔기는 팔아야겠고 뭐 그런 거 아닐까 싶다. 나도 하루는 대만 친구들과 타이베이 시먼에 있는 이 망고 빙수집을 간 적이 있는데 나뿐만이 아니라 대만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여름의 망고 빙수> 

             <가오슝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빙수 집이다. 그 유명한 "핵 존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빙수 가게에서 망고 빙수는 계절 메뉴로 판매된다. 이르면 망고가 출하되고 가격이 점점 떨어지는 6월부터 시작해서 8월까지만 판매를 한다. 그 외에는 망고가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자연의 영향을 받아야 재배된 녀석들이 아니기 때문에 당도도 떨어질뿐더러 이 모든 상황을 아는 현지인들도 굳이 11월에 망고 빙수를 고집하지 않기 때문에 가게 사장님도 이 시기에는 다른 메뉴에 집중을 한다.   


그리고 이건 내가 추측하건대 이 곳에서 판매하는 방고 빙수용 망고들은 대부분 하루 이틀 안에 먹어 버리지 않으면 이제 물러 터져서 먹지 못 할 정도로 농익은 망고들을 농장에서 대량으로 싸게 받아서 소진하는 듯하다.  농장에서는 오늘이 지나면 익다 못해 슬 슬 검은색으로 변해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망고를 대량으로 떨이해서 좋고, 사장님은 싸게 사 오고 맛있게 팔 수 있어서 좋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순환 구조인 셈이다.



        <가오슝에서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망고 빙수 집. 이 곳은 맛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집이다>


사진으로 보면 그렇게 커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거의 냉면 그릇 같은 곳에 망고를 담아 준다. 첫 번째 집과 사용하는 망고의 종류는 달라서 당도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지만 여기서 망고 한 그릇을 먹고 나면 며칠간 망고를 먹지 않아도 그립지 않을 정도로 많이 주는 곳이다. 망고가 너무 많아서 망고를 빨리 먹지 않으면 나중에 망고 아래에 있는 눈꽃 빙수는 다 마셔야 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날씨가 추운 러시아에서 맥주보다는 뼈속까지 얼어버린 온몸을 녹여 주는 보드카 한잔이 더 인기 있는 것처럼 망고 빙수는 서늘한 10월 11월보다는 한창 더운 날씨로부터 온몸의 기를 빨려버린 당신에게 어울릴 듯하다.  


아참, 계속 망고 이야기만 했는데 내가 "대만을 한 여름에 와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는 것은 맛있는 망고 빙수를 드세요.라는 이유뿐만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기대했던 부분에서 실망을 했을 때 그 경험이 대만이라는 국가에 대해서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 때문이다. 대만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부푼 마음으로 대만 여행을 온 한국인들이 그런 경험을 하고 가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망고이다. 다른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들은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상관은 없지만 망고는 계절 과일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의 결론은 "여행하기 좋은 날씨 11월에는 당신이 기대하는 맛난 망고 빙수는 없다"로 볼 수 있겠다.


습하고 더운 것은 싫지만 맛있는 망고는 먹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망고는 습하고 더울 때 제일 맛있는 상태가 된다는 것과 '때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하기 싫은 것들을 해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제일 싫어하는 것 또한 글을 쓰는 것이다. 정확히는 두서없이 뱉어 낸 나의 이야기들을 다시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인데 다른 것을 포기하고 쏟아부어야 하는 시간과 정신적 인내심 그리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엉덩이 이 녀석과 내적 갈등을 이겨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번 이야기는 다른 글들에 비해서 좀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이 좀 드는데 글 중간중간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이 들었다면 이해해주길 바란다. 아니면 곧 12월이라서 11월에 맞춰서 발행을 서둘렀다고 변명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이 말로 정리를 한다.

대만 여행을 고려하고 있다면 제일 대만스러운 시기 즉 제일 더운 시기에 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 또한 여행의 일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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