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지금도 대만 하면 가끔씩 소환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대만에 머물고 있는 나에게 "태국은 어때?"라는 질문이었다. 이는 아마도, 태국의 영문명(타이랜드 : Thai land)과 대만의 정식 표기명(타이완 : Taiwan & 수도는 타이베이 : Taipei)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제대로 정립이 되지 않으면서 생긴 오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금이야 대만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대만이 곧 타이완이고 태국과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태국이 아닌 '대만' 그러니까 NO.1 타이완은 정확히 어디에 있는 걸까?
대만의 원래 명칭은 Formosa (포르투칼어로 '아름다운'이라는 뜻)라고 불리었다. 대항해시절 지금의 대만 섬을 처음 발견했던 선원의 형용사적 표현이 지역명이 된 것이다. 그래서 대만 남부 지역 가오슝의 유일한 환승역의 이름이 Formosa(포르모사 하고 방송이 나오는데, "아, 나 알아 거기!"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지도?)이다.
어쨌든, 지명의 역사는 잠시 뒤로 하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대만으로 시선을 돌리면 대만 해협을 중심으로 '일본 큐류 열도와 중국 대륙, 그리고 필리핀의 가운데에 위치한 그야말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중심이다.
대만에서 류큐 열도까지의 거리는 약 75 km, 중국 대륙까지는 약 150 km, 필리핀까지는 약 300 km다.
단순하게 거리로 봤을 때, 대한민국 경부선보다 훨씬 짧은 거리에 세 나라가 걸쳐 있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지리적 요충지인 것이다.
그런 대만의 지리적인 장점 때문에, 흔히 아는 동남아 주요 휴양지는 3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https://brunch.co.kr/@kingka840625/27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여기서 오늘 글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그래서 대만은 '동아시아'일까? 아니면 '동남아시아' 일까?
이 질문에 곧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음을 먼저 생각해 보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반도와 인접한 중국과 일본을 동남아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필리핀은 동남아시아'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대로 대만은 동남아시아라고 불리는 필리핀보다 중국과 대만이 지리적으로 훨씬 가깝다.
그럼 다시 질문하겠다. 대만은 동아시아 일까? 동남아시아일까? (물론 여기서 함정은 대만에서 필리핀은 '서울 부산보다 짧은 불과 300km 거리' 임을 감안하면 동남아시아라고 말해도 할 말이 없긴 하다)
먼저 나의 본가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현재 나의 본가는 부산 강서구이다. 행정 구역으로는 분명히 부산이다. 그러나 물리적 거리는 창원과 김해가 해운대보다 훨씬 가깝다. 창원과 김해는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으나 해운대는 최소 40분 정도 가야 한다.
그렇다고 현재 나의 본가를 김해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람들 인식 속에는 늘 "부산 강서구는 김해 아입니까?"라는 우스갯소리의 농담을 하고는 한다.
결국 행정구역으로 봤을 때는 부산이지만, 사람들 인식 속에는 창원과 김해에 가까운 사실상 부산이라고 보기엔 몇 걸음 빠져 있는 김해로 인식되는 부산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대만이라는 곳의 지리적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다만 이 부분을 명확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대만이 여전히 국제적으로 제대로 된 국가의 존중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5년 넘게 거주했던 대만에서 수없이도 봐 왔기 때문이다.
이 쓸데없다고도 볼 수 있는 조금은 오지랖에 가까운 논쟁의 종지부를 찍고자, 하루는 대만에 살고 있는 말레이시아 화교 친구에게 대만은 어느 대륙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약 3초 정도 고민을 하더니, "아마도 동남아시아 인 것 같다"라고 답변을 해 주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느껴지면서도 동남아 쪽에 한 표를 던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부산 강서구가 김해 아입니까?"라고 인식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도시 속 하나의 지역구가 아닌 한 국가가 지금 이 순간도 오해 아닌 오해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 내 중동, 체코는 동유럽, 프랑스는 서유럽, 핀란드는 북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행정적으로 정해져 있는 대륙 명칭이 있다.
물론 크게 중요하지 않을 질문일 수도 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겨도 살아가는데 크게 문제는 없을 수 있는 그런 국제 시사 중 하나일 뿐이다. 게다가 이제 더 이상 태국과 대만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대만을 여전히 동남아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많다. 사실 오해에서 끝나면 상관이 없겠지만, 문제는 그게 곧 '편견과 선입견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저 '덥고 습하니까 게으르고, 한국보다 소득이 낮으니까?' 등 한국과 동일한 수준에서 불 필요한 잣대의 기준을 적용하면서 '가난한 국가 혹은 한국보다 후진국'이라는 Frame을 만들어 버린다.
미국이나 영국이 물가가 높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현명하고 지혜롭지 않은 것처럼, 반대로 '물가가 낮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수준까지도 낮은 것도 아님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국보다 '물가가 낮으면 으레 가난한 국가 혹은 후진국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삼성을 앞서가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TSMC도 대만 회사이며, 아이폰의 모든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 또한 대만 기업이다. 그리고 최근에 시총 1위에 올라선 엔디비아의 수장 그러니까 C.E.O 또한 출생은 대만이다. 이렇듯. 대만은 우리가 가볍게 봐서는 안 될 정도로 경쟁력 있는 국가인 것이다. 이면에는 역사적으로는 수많은 외부의 침략과, 한국보다 긴 시간이라는 약 50년간의 일본 식민통치 시절의 아픔을 가지고 있기도 한 나라이다.
사실 대만이 어디에 속해 있는가? 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만 항공편이 증가하던 시절 항공사마다 대만에 대한 카테고리가 다르게 분류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문제 될 일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만큼 이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그저 대만을 오랜 시간 머물렀던 사람이었기에 대만이라는 나라가 편견이라는 굴레에 갇혀서, 불 필요한 저평가를 받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시 한번 말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동남아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먼저 자리'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정서를 봤을 때,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으며 인류의 반복되는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기대는 안 하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대만이 동남아면 어떻고, 또 아니면 어떤가? 그냥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좋아하고 아끼게 될 때, 그 사람의 배경이 중요했던가? 를 돌이켜 보면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등 여행을 통해서 그곳의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마주 할 때 '아차, 내가 틀렸구나'라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